대웅제약이 '2030 글로벌 제제 No. 1' 비전을 선포하고 글로벌 제제기술 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한 로드맵을 발표했습니다. 중장기적으로 포스트 코로나 이후 변화된 의료 현장과 제약산업에서 고객에게 가장 필요한 제품을 제공할 수 있는 기술군에 집중 투자, 2030년까지 글로벌 제제 성과를 고도화한다는 계획인데요. 바로 미래 유망 제제기술 분야로 주목받고 있는 '지질나노입자(LNP)'와 '신규 투여경로 기술 개발'을 통해서입니다.
LNP 기술은 메신저 리보핵산(mRNA)을 나노입자로 체내에 주입하는 전달 시스템으로, 쉽게 말해 mRNA가 세포 안으로 전달될 수 있도록 감싸고 보호하는 역할을 합니다. 화이자, 모더나 등이 개발한 코로나 백신을 통해 입증된 신기술로, 백신뿐 아니라 면역항암 및 당뇨 등 대사질환 치료제 개발 기술로도 각광받고 있습니다.
대웅제약은 유전자 치료 대상 적응증 확대를 위해 선택적 장기 표적형 LNP 기술을 개발하는 등 차별화된 전략을 세우고 있는데요. 폐나 뇌 같은 특정 조직을 표적으로 하고 경구투여, 안구주사 등 다양한 투여경로에 적용이 가능한 제형으로 개발도 계획하고 있습니다.
대웅제약이 두 번째로 내세운 신규 투여경로 기술은 비강분무제형 및 마이크로니들입니다. 기존에 전통적인 경구제나 주사제 외에 새로운 투여경로 제제기술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비강분무제형 기술은 바이러스의 주 유입경로를 억제하는데요. 대웅제약은 독일의 압타(Aptar) 등 글로벌 용기회사와 감염병 외 다양한 치료제에 대한 연구개발 협력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향후 제형 및 약물 전달 효율 평가법 등 핵심 기술 관련 전문가들과의 오픈 컬래버레이션도 계획 중이죠.
마이크로니들(microneedle)은 피부를 통해 면역반응을 자극하고 안정적으로 약물을 전달하는 기술입니다. 대웅제약은 이 기술로 케미컬, 바이오, 톡신 및 동물용 의약품 등에 대한 연구개발을 진행하고 오는 2023년 경기도 용인 연구소 내에 임상용 GMP시설을 완공, 마이크로니들 의약품의 상용화 준비에 본격 나설 예정입니다.
특히 신규 투여경로 기술은 대웅제약이 현재 보유한 의약품 제제 관련 기술들과 시너지 효과를 낼 것으로 기대되고 있습니다. 대웅제약은 여러 약물을 하나로 조합하는 '복합제', 약물을 천천히 오래 방출하는 '서방화', 잘 녹지 않는 약물을 물에 쉽게 녹게 하는 '가용화' 등의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데요.
대웅제약은 복합제 기술 중에서도 △이층정 △단층정 △핵정 등 기술을 확보하고 있습니다. 이층정은 각각 다른 약물을 층별로 분리, 단층정은 각각 다른 약물을 알약 하나로 혼합, 핵정은 정제 안에 다른 성분의 정제를 넣는 기술을 말합니다. 먹는 경구용 제제 분야에서 다양한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대웅제약은 지난해 디앤디파마텍과 펩타이드 경구제제를, KB바이오메드와는 지난 3월 골다공증 치료제인 '테리파라타이드' 주사제를 경구용으로 개발하기 위한 공동연구 계약을 맺기도 했습니다.
자체 기술이나 설비 및 역량에만 의존하지 않고 이미 선행 연구를 통해 기술성이 입증됐거나 새로운 적응증 및 기술을 보유한 업체와의 오픈 컬래버레이션도 적극 추진한다는 입장입니다. 글로벌 시장을 겨냥해 중국, 인도에 이어 인도네시아에도 신규 제제기술 연구센터를 구축할 예정인데요.
대웅제약은 지난 2018년부터 연매출 1조클럽에 이름을 올리고 있지만 매출 증감을 반복하며 제자리 걸음을 하고 있습니다. 2018년 윤재승 전 회장의 폭언으로 인한 이미지 실추에 이어 2019년에는 위장약 성분인 '라니티딘'의 불순물 사태로 대형 품목이었던 항궤양제 '알비스'의 판매가 전면 중단되면서 직격탄을 맞았죠. [관련 기사: 안전하다던 '라니티딘' 결국 269개 전품목 판매 중지]
매년 늘어나는 연구개발비도 부담입니다. 대웅제약의 매출액 대비 연구개발비 투자 비율은 2019년 13.98%에서 지난해 16.67%로 늘었습니다. 전통 제약기업들의 연구개발비 투자 비율이 평균 10% 내외인 것과 비교하면 높은 수준입니다.
물론 활발한 연구개발에 따른 성과도 얻었습니다. 자체 개발한 국산 보툴리눔 톡신 '나보타'를 2019년 미국 시장에 성공적으로 진출시켰습니다. 또 지난해 국산 신약 34호로 위식도 역류질환 치료제 '펙수프라잔'을 허가 받았습니다. 다만 경쟁사인 HK이노엔의 '케이캡' 후발주자인데다 허가 받은지 6개월이 지나도록 아직 급여협상이 이뤄지지 않아 출시가 지연되고 있죠. 또 다른 돌파구가 필요한 상황입니다.
이를 위해 기존 한국형 제품에서 글로벌 의약품으로 기술이전 및 제품화를 통해 글로벌 개량신약 개발에 주력할 예정인데요. 대웅제약이 LNP와 신규 투여경로 기술을 통해 글로벌 시장으로 한 걸음 더 나아갈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