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웅제약이 공동 대표이사를 젊은 피로 채웠다. 기존에 40대였던 전승호 사장은 그대로 남고 윤재춘 사장이 빠진 자리에 40대인 이창재 신임 사장을 선임했다. 대웅제약은 국산 보툴리눔 톡신 '나보타'의 미국 진출에 성공시키면서 업계에서 많은 주목을 받았다.
그러나 의약품 불순물 사태와 허가자료 조작 등 악재가 잇따르면서 실적은 수년째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 대웅제약이 젊은 대표이사로 투톱 체제를 갖추면서 정체기를 극복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공동대표 모두 40대로 채워져
대웅제약은 지난 21일 공동 대표이사를 교체하는 내용의 2022년 정기 임원인사를 발표했다. 기존 대표이사는 전승호 사장과 윤재춘 사장이 공동으로 맡고 있었다. 윤 사장은 대웅과 대웅제약, 대웅바이오 3사 대표이사를 겸직해오다 이번에 대웅제약과 대웅바이오 대표이사직을 사임했다. 앞으로 지주사인 대웅 경영에 전념한다는 계획이다.
윤 사장의 빈자리를 채우게 된 건 20년차 대웅맨인 이창재 신임 사장이다. 이 사장은 1977년생으로 1975년생인 전 사장과 같은 40대다. 이 사장은 2002년 대웅제약에 입사한 후 마케팅 PM(Product Manager)과 영업소장을 거쳐 2015년 최연소로 마케팅본부장에 올랐다. 이후 HR(경영지원)‧경영관리본부장과 ETC본부장을 역임했고 지난해에는 마케팅‧영업 총괄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부사장 승진 1년 만에 사장이자 대표이사로 파격적인 인사가 이뤄진 것이다.
대웅제약에 따르면 이 사장은 ETC·CH·개발본부를 총괄하며 뛰어난 경영성과로 능력을 인정받았다. 지난해 마케팅·영업을 총괄하면서 대웅제약만의 차별화된 검증 4단계 전략과 영업의 작동원리를 시스템화해 매출 성장에 기여했다는 평가다.
또 국내 업계 최초로 연속혈당측정기 리브레와 심전도측정패치 모비케어 등 웨어러블 디바이스와 만성질환 모니터링 애플리케이션인 '웰체크'를 도입했다. 인사 부문을 총괄하면서 올해 국내 제약업계 최초로 '일하기 좋은 회사' 대상 수상과 '일하기 좋은 회사 아시아 Top 10'에 선정되는 성과를 이끌어내기도 했다.
잇딴 악재 돌파구 마련할지 주목
이번 대웅제약 인사에 업계가 주목하는 이유는 두 젊은 대표이사의 시너지가 기대되기 때문이다. 전 사장은 서울대 약대를 졸업한 약학 전문가로, 의약품 연구개발부터 제조‧생산 등에 대해 꿰뚫고 있다. 그는 라이선싱 팀장과 글로벌 전략 팀장을 역임하면서 대웅제약을 글로벌 시장으로 이끌었다. 반면 이 사장은 영업‧마케팅부터 시작해 인사‧경영까지 다양한 경험을 두루 갖추고 있다. 컴퓨터로 비유하자면 전 사장은 소프트웨어, 이 사장은 하드웨어 전문가인 셈이다.
대웅제약은 국산 보툴리눔 톡신인 '나보타'의 미국 진출에 성공하면서 수익성이 크게 개선될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그러나 최근 3년간 매출과 수익 모두 정체돼 있다. 대웅제약의 효자품목이었던 위궤양 치료제 '알비스'가 지난 2019년 의약품 불순물 사태로 판매금지 된 바 있다.
올해도 잇따른 악재로 위기를 겪고 있다. 대웅제약은 알비스의 제네릭 출시를 막기 위해 부당하게 특허권 침해 소송을 제기한 혐의로 지난 3월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과징금 처분을 받았다. 대웅제약이 알비스 제네릭에 맞서기 위해 개발한 고용량 제품 알비스D는 지난 7월 허가자료 조작 혐의로 품목허가가 취소됐다. 여기에 지난 16일에는 불법 리베이트를 제공했다 적발돼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관련 의약품에 대한 판매업무정지와 과징금 처분을 받았다.
대웅제약으로서는 경영쇄신이 필요한 시점이다. 젊은 두 대웅맨이 밑에서부터 차근차근 경험을 쌓아온 만큼 대웅제약의 구원투수가 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지는 이유다. 대웅제약은 이번 임원 인사를 통해 미래 성장동력인 글로벌, 신사업 분야에서 경쟁력을 강화하고 내실을 다짐으로써 지속적인 성장 기반을 마련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 신임 사장은 "단순히 좋은 회사를 넘어 직원들에게 일하기 좋은 회사를 만들기 위해 변화와 혁신에 박차를 가하겠다"며 "환자와 그 가족, 의약계 종사자 등 다양한 고객들에게 큰 가치를 가장 효과적으로 제공하는 글로벌 헬스케어 그룹을 목표로 삼겠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