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검색

큰 족적 남긴 대웅제약 창업주…'의약보국' 신념 이어질까

  • 2022.08.24(수) 07:10

윤영환 명예회장, 만 88세 일기로 타계
'우루사·베아제'로 상위 제약사로 거듭
최대주주 삼남 윤재승 CVO 행보 주목

/그래픽=비즈니스워치

간장약 '우루사'로 유명한 대웅제약을 창업한 윤영환 명예회장이 지난 20일 만 88세로 타계했다. 그는 '좋은 약으로 국가를 돕는다'는 의약보국(醫藥報國) 신념으로 회사와 국내 제약산업을 이끌어온 제약업계의 핵심 인물 중 한명이다.

교사·약사 거쳐 대한비타민 인수해 경영 시작

윤 명예회장은 1934년 경남 합천에서 태어나 성균관대 약대를 졸업했다. 이후 1년 남짓 부산 동아고등학교에서 화학교사를 지내다 선화약국을 개소했다. 그는 좋은 약, 환자들에게 가장 적합한 약을 처방하기 위해 틈날 때마다 처방 조제 공부를 병행했고 그의 진심이 통했는지 하루에 1000여명의 환자가 약국을 찾을 만큼 인산인해를 이뤘다. 

윤영환 대웅제약 명예회장이 지난 20일 별세했다. /사진=대웅제약

그러나 당시 국내 제약시장에 좋은 의약품은 턱없이 부족했고 근본적인 해결책을 찾기 위해 그의 나의 33살이 되던 1966년 대웅제약의 전신인 대한비타민을 인수, 본격적으로 기업 경영에 뛰어들었다. 윤 명예회장은 인수 당시 제약업계 34위였던 회사를 1970년 상반기에 12위까지 끌어올린다. 

특히 1969년 회사의 입지를 끌어올리는 결정적인 사건이 발생했는데 바로 드링크제에 들어가는 인공 감미료 '싸이클라메이트 파동'이다. 싸이클라메이트는 드링크 류에 설탕 대신 들어가는 인공 감미료인데 발암물질로 밝혀지면서 당시 사회에 큰 파장을 일으켰다. 

관련 제품에 대한 검수가 전면적으로 이뤄졌고 그 결과 대한비타민의 '아스파라S 드링크'만이 유일하게 싸이클라메이트를 사용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입증되면서 소비자들에게 기업 이미지를 긍정적으로 각인시킨 계기가 됐다. 이후 유능한 인재와 양질의 원자재, 경영정보 등을 확보하기 위해 서울로 올라와 경기도 성남시에 공장을 짓고, 1973년 6월 업계에서 4번째로 기업공개(IPO)를 성사시키면서 본격적인 도약을 시작했다.

웅담 넣은 '우루사'로 간장약 시장 50% 석권

대웅제약하면 소비자들이 가장 많이 떠올리는 제품은 단연 '우루사'다. 경쟁사가 간장약 시장을 장악하고 있던 상황에서 윤 명예회장은 곰의 쓸개인 '웅담'의 약효 성분 '우루소데속시콜린산'을 넣었다. 간장질환 치료에 효과가 있는 약재로 알려져 있던 웅담은 귀한 한약재였기에 소비자들의 관심을 한 몸에 받았다. 여기서 나아가 세계 최초로 연질 캡슐로 개발했고 연질캡슐 자동 생산화 등을 통해 품질과 효능도 향상시켰다. 

그 결과 우루사는 간장약 시장의 50%를 차지하는 성과를 냈다. 그러나 '대한비타민'이라는 회사명으로 소비자들이 비타민만 생산하는 기업으로 인식하면서 제약기업으로 성장하는 데 걸림돌이 되고 있었다. 그는 1979년 대한비타민의 '대'와 웅담의 '웅'을 합쳐 대웅제약으로 상호를 변경했다. 또 다른 대표 제품으로는 1988년 국내 최초로 개발한 국산 배합신약 종합 소화제인 '베아제정'이 있다. 베아제정 역시 웅담 성분이 들어있고 복합소화효소 성분으로 복용 즉시 소화작용을 발휘하는 것이 특징이다. 

제네릭과 개량신약 위주였던 국내 제약산업에서 윤 명예회장은 일찌감치 '신약 개발'에 뛰어들었다. 첫 번째 성과는 1988년부터 13년간의 연구개발 끝에 2001년 개발에 성공한 국내 바이오 신약 1호인 당뇨병성 족부궤양 치료제 '이지에프'다. 최근에는 위식도 역류질환 치료제 '펙수클루정'을 국산 신약 34호로 허가받는 데 성공했다. 이밖에도 코엔자임큐텐과 개량 복합신약 '올로스타', 보툴리눔 톡신 '나보타' 등의 개발을 이끌었다.

삼남 윤재승 CVO, '의약보국' 경영이념 이어갈지 주목

윤 명예회장은 지난 2014년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지만 정신적 지주로 대웅제약을 지탱해왔다. 이제 그는 떠났고 그의 빈자리는 삼남 윤재승 전 대웅제약 회장이 이어나갈 것으로 보인다. 현재 대웅제약은 전문경영인인 전창호‧이창재 각자 대표이사 체제로 운영되고 있지만 대웅그룹의 지배구조는 윤 전 회장이 쥐고 있다.

/그래픽=유상연 기자 prtsy201@

윤 명예회장의 장남과 차남 지분은 사실상 없는 반면 삼남인 윤 전 회장은 지주회사인 대웅의 최대주주로, 11.61%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앞서 윤 전 회장은 지난 2018년 폭언, 욕설 논란으로 대웅제약 회장직을 내려놨지만 대웅그룹의 공익재단법인인 대웅재단의 이사장직은 계속해서 유지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최고비전책임자(CVO) 직책의 미등기 임원으로 복귀했다. 

회사에 따르면 윤 CVO는 대표이사의 의사결정을 지원하는 자문 역할을 맡는다. 대외적으로는 자문 역할이지만 사실상 경영권을 쥐고 있다는 얘기다. 윤 명예회장은 '좋은 약을 만들어 국민의 건강을 지키고 건강한 사회를 만든다'는 의미를 지닌 '의약보국'을 경영이념으로 대웅제약을 이끌어왔다. 다시 경영 일선에 복귀한 윤 전 회장이 아버지의 신념을 이어받아 '글로벌 헬스케어그룹'으로 대웅제약을 도약시킬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naver daum
SNS 로그인
naver
facebook
goog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