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7월부터 대웅제약의 위식도역류질환 치료제 '펙수클루정(성분명 펙수프라잔염산염)'이 급여 등재된다. 펙수클루정의 경쟁 약물로는 HK이노엔의 위산분비억제제(P-CAB) 기전 위식도 역류질환 치료제 '케이캡정(성분명 테고프라잔)'이 꼽힌다. 국내 소화성 궤양용제 시장에서 P-CAB 계열 치료제의 경쟁이 본격화할 전망이다.
펙수클루정, 7월부터 건강보험 적용
보건복지부는 지난 28일 제14차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를 열고 약제급여 목록 및 급여상한금액표 개정 안건을 의결했다고 밝혔다. 요양급여 대상엔 펙수클루정 40mg 등 펙수프라잔염산염 후발 약제 4품목이 포함됐다.
펙수클루정 40mg의 1정당 상한금액은 939원으로, 내달 1일부터 급여 등재된다. 이번 건강보험 적용에 따라 비급여 시 약 6만원이었던 펙수클루정의 연간 투약비용은 약 1만5000원으로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예상 청구액은 380억원 수준이다.
보건복지부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약제급여평가위원회는 의약품의 임상적 유용성·비용효과성, 관련 학회 의견, 제외국 등재 현황 등을 평가한 후 건강보험공단과 협상을 거쳐 상한금액 및 예상청구액을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PPI' 제친다…신흥강자 'P-CAB'
펙수클루정은 대웅제약이 개발한 국산 34호 신약이다. 위벽에서 위산을 분비하는 양성자 펌프를 가역적으로 차단하는 P-CAB 기전의 위식도역류질환 치료제다. 기존 위식도역류질환 치료제 시장에선 프로톤 펌프 억제제(PPI)가 대세였다. PPI 기전 약물은 강력한 위산분비 억제 효과가 있지만, 최대 약효가 나타나기까지 3~5일이 걸리고 위산분비가 재발할 수 있다는 단점이 있었다. 또 활성형 프로톤펌프에 작용해 프로톤펌프 활성도가 높은 아침 공복에 복용해야 한다.
최근 PPI의 한계점을 극복한 P-CAB 기전 약물이 속속 등장하면서 소화성 궤양용제 시장에 변화가 일고 있다. P-CAB 기전 약물은 PPI 기전 약물보다 약효가 빠르게 나타나고, 약효의 지속성이 길다. 음식물 섭취와 관계없이 아무 때나 복용할 수 있다는 점도 장점이다. 이 밖에도 야간 위산 과다 분비를 차단하는 등 부작용이 낮은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일본 다케다제약은 지난 2015년 P-CAB 기전 위식도역류질환 치료제 '다케캡(성분명 보노프라잔)'을 일본에서 출시했는데, 지난해 기준 일본 매출이 848억엔(약 8027억원)에 달했다. 전년보다 16.7% 증가한 수치다. 국내에선 HK이노엔의 케이캡이 출시 3년 만에 매출 1000억원을 돌파했다. 케이캡은 지난해 7497억원 규모의 국내 소화성 궤양용제 시장에서 매출 1위를 차지했다.
뜨거워진 소화성 궤양용제 시장
업계에선 국내 소화성 궤양용제 시장에서 P-CAB 기전 치료제의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 펙수클루정이 건강보험 등재에 성공한 데다 P-CAB 후발주자들이 줄줄이 출시를 앞두고 있어서다. 제일약품 자회사 온코닉테라퓨틱스도 이달 초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위궤양 환자를 대상으로 'JP-1366'의 임상3상 시험계획(IND)을 승인받았다. 지난 2019년 다케다제약이 개발한 P-CAB 기전의 '보신티(성분명 보노프라잔)'는 허가를 받았지만 국내 판권 문제로 출시가 지연되고 있다.
여기에 케이캡의 성장세도 가파르다. 케이캡은 중국 시장을 시작으로 글보벌 진출에 속도를 내고 있다. 현재까지 해외 34개국에 기술 및 완제품 수출 계약을 체결했으며, 몽골과 중국, 필리핀 등 3개 국가에서 품목허가를 받았다. 또 지난달 알약을 삼키기 어려운 환자가 물 없이 입 안에서 녹여먹을 수 있는 구강붕해정 제형을 출시하는 등 입지를 넓히는 모습이다.
다만 펙수클루정이 당장 케이캡을 위협하긴 어려울 것이란 시각도 있다. 케이캡은 국내에서 미란성 및 비미란성 위식도역류질환, 위궤양, 헬리코박터파일로리 제균을 위한 항생제 병용요법 등 총 4개의 적응증을 확보했다. 이 중 미란성 및 비미란성 위식도 역류질환과 위궤양 등 3개 적응증이 건강보험 급여로 적용 중이다. 반면 펙수클루정의 경우 미란성 위식도역류질환에 대해서만 허가 및 급여 적용을 받고 있다.
특히 케이캡은 사용량이 늘면서 올 3분기 '사용량-약가 연동 협상 모니터링' 대상 약제로도 선정됐다. 사용량-약가 연동 협상 제도는 사용량이 일정 수준 이상 증가한 약품의 가격을 제약사와 국민건강보험공단이 협상을 통해 최대 10% 인하하는 제도다. 현재 케이캡의 약가는 50mg 1정당 1300원이다. 현재 케이캡 약가는 펙수클루정보다 높게 책정됐지만, 향후 모니터링 대상 약제로 지정되면 가격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는 분석이다.
권해순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HK이노엔이 P-CAB 기전의 케이캡을 출시하면서 국내 위식도역류질환 치료제 처방 패턴이 변하고 있다"며 "지난해 11월 위식도역류질환 진료 권고안에서 P-CAB 기전 치료제의 1차 처방이 권고됨에 따라 P-CAB 기전 치료제의 처방 증가가 이어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대웅제약의 펙수클루 출시로 PPI 기전 약물의 시장 잠식뿐 아니라 항궤양제 시장 자체의 성장이 예상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