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일론은 우리에게 굉장히 익숙한 소재입니다. 스웨터, 슈트, 스타킹 등 다양한 의류품에 사용되면서죠. 이 외에도 워낙 활용 범위가 넓어 나일론을 만능 소재라고 부르기도 하고요.
최근엔 이 나일론이 수소 연료탱크 핵심소재로 떠오르는 중입니다. 효성티앤씨가 국내 기업 최초로 수소연료탱크 라이너 소재용 나일론을 개발하면서죠. 그간 일부 해외 업체만 확보한 이 기술력을 국내 기업이 확보하면서 우리나라의 수소 산업 활성화에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 중입니다.
가볍지만 튼튼한 나일론
우선 나일론에 대해 간단히 짚고 넘어갈게요. 나일론은 폴리아마이드 계열의 합성섬유로 1938년 천연섬유인 비단, 울, 린넨 등을 대체할 목적으로 개발된 합성섬유입니다. 잘 늘어나는 데다 질기고 튼튼한 성질까지 갖춘 나일론은 의류 뿐 아니라 낙하산, 타이어 등 다양하게 활용되고 있죠.
효성티앤씨는 나일론의 가볍지만 튼튼한 성질을 착안해 수소연료탱크 라이너를 개발했다고 합니다. 라이너는 연료 탱크의 내부 용기로 수소를 저장하고 누출을 방지하기 위한 핵심 부품인데요. 기존엔 금속 소재의 라이너를 사용하고 있었죠.
하지만 이 금속은 무겁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효성티앤씨가 개발한 나일론 소재는 기존 금속 소재에 비해 70% 가량 가볍다고 합니다. 고밀도폴리에틸렌(HDPE) 소재와 비교하면 50% 가볍고요. 수소 가스의 누출을 막는 가스차단성도 기존 금속 소재 대비 30% 이상, HDPE 소재 대비 50% 이상 높습니다.
기존 금속 소재 라이너는 장기간 수소에 노출 시 취성(깨지기 쉬운 정도)의 위험도가 높아진다고 하는데요. 이에 반해 나일론 소재의 라이너는 수소 흡수력과 통기력이 낮아 취성 위험이 없다는 게 효성티앤씨의 설명입니다.
또 수소용기 라이너는 수소의 잦은 충전과 방전에 따른 급격한 온도차에 견딜 수 있어야 하는데 나일론 소재의 라이너는 영하 40도에서 85도까지 견디는 등 온도차에 따른 내충격성도 뛰어나다고 하네요.
국내 수소 산업 활성화 기여
나일론 라이너 소재는 그동안 미국, 독일, 일본 등 해외 업체들이 독점하고 있는 상태였습니다. 하지만 효성티앤씨가 국내 기업 최초로 수소연료탱크 나일론 라이너 소재를 개발하면서 국내 수소 산업 발전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죠. 수입 대체 효과도 2030년까지 연간 약 2700억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효성티앤씨가 개발한 나일론 라이너 소재는 지난 6월 수소용기 국제 품질 규격(UN/ECE R134) 시험을 통과했는데요. 수소연료탱크 제조 업체, 완성차 업체 등과 협력해 상용 테스트도 진행할 계획이라고 하네요.
앞으로 영하 60~90도까지 내온 범위를 넓히고 내충격성을 강화해 상용 트럭의 튜브트레일러, CNG(압축천연가스), 수소 선박 등 나일론 라이너 소재 적용을 확대해 나간다는 구상입니다.
효성티앤씨는 세계 최초로 바다에 버려진 어망을 재활용한 나일론 리싸이클 섬유 기술을 개발한 만큼 향후 라이너 소재에도 리싸이클 나일론을 적용해 친환경 플라스틱 소재 시장을 확대한다는 계획도 내놨습니다.
효성은 이번 기술 개발로 그룹 내 수소 밸류체인(가치사슬) 완성에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 중이에요. 효성은 수소 산업을 그룹 차원의 미래 먹거리로 점찍은 상태인데요. 그간 수소충전소, 액화수소 충전소, 수소차용 연료탱크에 필수소재인 탄소섬유 생산을 주력해왔죠.
조현준 효성그룹 회장은 "효성티앤씨의 나일론 라이너 소재 개발은 사양산업으로 치부된 섬유 산업에서도 기술력을 갖추면 첨단 수소 산업의 핵심 소재로 탈바꿈하는 혁신이 일어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 것"이라며 "효성이 오랫동안 쌓아온 첨단 소재와 섬유의 기술력으로 미래 친환경 에너지 산업 발전에도 기여할 것"이라고 밝혔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