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양대 전자부품사 삼성전기와 LG이노텍의 지난해 평균 공장가동률이 하락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배경은 달랐다. 삼성전기는 생산량을 줄이면서 가동률이 낮아졌고, LG이노텍은 생산량을 늘리면서도 가동률이 낮아졌다.
생산량을 늘리면서도 가동률이 낮아진 원인은 높은 설비투자에 있다. 늘고 있는 수요에 맞춰 생산설비를 더 늘리면서 낮아진 가동률도 나타난 것이다.
생산 템포 늦추는 부품업계
15일 공시에 따르면 삼성전기와 LG이노텍의 지난해 평균 공장가동률이 낮아졌다. 공장가동률은 전체 생산능력 대비 생산실적의 비율이다.
삼성전기의 공장가동률 수치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주력인 컴포넌트 사업부문 공장 가동률이 2021년 대비 31%p(포인트) 하락했다는 점이다. 컴포넌트 사업부문은 지난해 삼성전기 전체 매출 중 가장 많은 43.8%(4조1323억원)를 책임졌다. 반도체패키지 기판을 만드는 패키지솔루션 사업부 역시 가동률이 10%p 떨어졌다.
이에 비해 광학통신솔루션 사업부는 2021년보다 7%p 상승했다. 하지만 실제 생산실적은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생산 실적보다 전체 생산능력(CAPA)을 더 큰폭으로 줄여 공장 가동률이 높아진 것처럼 보인 셈이다. 지난해 이 사업부의 생산 실적은 1억4700만개에서 1억1500만개로 약 21.7% 줄었다. 이 기간 전체 생산능력은 31.3% 감소한 1억9500만개를 기록했다.
LG이노텍도 지난해 평균 공장가동률 67.2%를 기록했다. 2021년(75.8%)에서 8.6%p 떨어진 수치다.
전장부품을 제외한 광학솔루션, 기판소재 부문 공장가동률이 하락했다. 특히 광학솔루션 사업부의 가동률이 12.9%p 하락했다. 이 사업부는 지난해 LG이노텍 전체 매출의 81.5%를 차지한 사업이다.
전장부품 사업부는 지난해 자율주행차·전기차 등에 탑재되는 센서 공급이 늘면서 공장 가동률이 소폭(2.2%p)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가동률 하락, 다른 이유
공장가동률이 낮아졌다는 것은 두 가지 경우로 해석할 수 있다.
첫번째는 재고 조정을 위해 실제 공장설비를 덜 돌려 생산규모를 줄인 사례다. 두번째는 실제 생산규모는 비슷했는데 전체 생산능력이 늘어나면서 가동률 수치가 하락한 것이다. 삼성전기는 첫번째, LG이노텍은 두번째의 경우다.
삼성전기가 공장가동률을 낮춘 원인은 전방 세트업체들의 부진으로 쌓여있는 재고를 줄이기 위해서다. 재고가 쌓인 가장 큰 이유는 지난해 중국 내 코로나 봉쇄로 소비심리가 위축되면서 삼성전기의 주요 고객사인 중국 스마트폰 업체들이 직격탄을 맞은 영향이다.
삼성전기는 가동률 조정을 통해 올 상반기 중 재고일수를 평년 수준으로 되돌리겠다는 구상이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기가 공장가동률을 조정하면서 재고자산을 줄이고 있다"면서 "쉽게 예측할 수 없지만 재고 조정을 마친 하반기부터는 어느정도 실적 개선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내다봤다.
LG이노텍의 공장가동률이 줄어든 것은 지난해 대규모 투자를 통해 생산설비를 확충했기 때문이다.
LG이노텍은 지난해 광학솔루션 사업부 생산설비 확장에 1조813억원을 투자했다. 그 결과 광학솔루션 사업부의 연간 생산능력은 2021년 5억8405만개에서 지난해 7억6912만개로 약 31.7% 늘었다. 같은 기간 생산실적도 4억740만개에서 4억3743만개로 7.3% 증가했다.
올해 LG이노텍은 생산능력 확대에 지난해보다 많은 1조6563억원을 투자한다. 업계에 따르면 LG이노텍의 최대 고객사인 애플이 폴디드줌 등 신제품에 탑재할 새로운 부품 생산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사는 지난해 아이폰14 시리즈의 카메라 모듈 단가가 오르면서 사상 최대 실적을 거뒀다. 올해도 생산능력 확장에 적극적으로 나서 긍정적인 흐름을 이어가겠다는 구상이다.
일각에서는 과잉투자가 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스마트폰을 비롯한 IT기기 수요 부진이 예상보다 오래 지속될 가능성이 높아져서다. 실제 시장조사업체 카날리스에 따르면 지난 4분기 아이폰14 시리즈의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14%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들어서도 중국이 코로나 봉쇄를 해제하고 경제 회복에 나섰지만, 예상보다 수요 증진 효과가 크지 않은 상태다.
업계 관계자는 "올해는 중국의 리오프닝 영향과 갤럭시S23, 아이폰15 시리즈 출시 등 전자부품 업계에 긍정적인 소식이 많다"며 "다만 금리 인상, 글로벌 인플레이션으로 수요 예측이 쉽지 않아 부품 업체들은 당분간 공장가동률을 계속 조절하며 상황을 지켜볼 것"이라고 관측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