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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드 스토리]삼성SDI '담대한 투자' 나설까

  • 2024.02.14(수) 17:06

이재용 회장, 올해 첫 공식 해외출장지로 선택
그간 보수적 투자기조 지속…투자 가속 기대감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말레이시아 스름반에 위치한 삼성SDI 생산법인 2공장을 점검하고 있다./사진=삼성전자 제공

"어렵다고 위축되지 말고 담대하게 투자해야 한다. 단기 실적에 일희일비 하지 말자. 과감한 도전으로 변화를 주도하자. 새로운 가치를 만들고 확고한 경쟁력을 확보하자."

지난 설 연휴, 말레이시아 스름반에 위치한 삼성SDI 배터리 공장을 둘러본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말입니다. 이 회장은 올해 첫 해외 출장지로 삼성SDI 공장을 낙점했는데요.

삼성SDI는 현재 말레이시아에서 1공장을 운영하고 있고요. 원형 배터리 수요 성장에 발맞추기 위해 1조7000억원을 투입해 2025년 완공을 목표로 2공장을 건설하고 있습니다. 올해부터 전동공구, 전기자동차 등에 탑재되는 '프라이맥스(PRiMX) 21700' 원형 배터리를 양산할 계획이라고 해요.최대 매출에도 수익성 저하

원형 배터리를 위한 투자를 선행하고 있지만, 현재 삼성SDI의 상황은 녹록지 않습니다. 지난해 삼성SDI는 22조7000억원의 매출을 기록하며 사상 최대 매출 기록을 세웠지만, 영업이익은 1조6334억원으로 9.7% 감소했습니다.

/그래픽=비즈워치

이에 따라 영업이익률 역시 전년(9.0%) 대비 줄어든 7.2%까지 쪼그라들었습니다. 재작년 영업이익률인 7.9%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었는데요. 최근 전동공구, 전기차 글로벌 시장 성장이 둔화된 탓입니다.

특히 작년 수익성이 크게 떨어진 데에는 전동공구용 소형 원통 배터리의 부진 탓이 큽니다. 실적 발표 이후 진행된 컨퍼런스 콜에서 삼성SDI 관계자는 "팬데믹 시기 전동 공구 판매가 급증하며 원형 배터리의 높은 수익성은 전동공구가 견인했다"며 "하지만 엔데믹 이후 고금리 기조와 주택경기 부진 영향으로 수요 회복이 지연되고, 이는 고객 재고 증가로 이어져 과거와 같은 수익성을 확보하기 어려워졌다"고 설명했습니다. 이 회장이 말레이시아 현장을 찾아 "단기 실적에 일희일비 하지 말자"고 한 것도 이를 염두에 둔 것이겠죠.올해 투자 기조 변화할까

삼성SDI는 단기적인 시장 정체에도 불구하고, 미래를 위한 투자를 차질 없이 실행하겠다는 포부를 갖고 있는데요. 이 회장 역시 "담대하게 투자해야 한다"고 강조해, 올해 삼성SDI의 과감한 투자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죠.

그간 삼성SDI는 안정적 수익 구조를 유지하기 위해 무리한 투자를 지양해왔던 것이 사실입니다. 막대한 투자를 앞세운 경쟁사와 비교하면 보수적인 투자 기조가 엿보였죠. 지난해 삼성SDI의 설비투자(CAPEX) 규모는 4조3447억원이었습니다. 이는 전년(2조5181억원) 대비 72.5% 급증한 수준인데요.

/그래픽=비즈워치

다만 이는 경쟁사와 비교하면 여전히 낮습니다. 작년 LG에너지솔루션의 CAPEX는 10조9000억원 수준이었고요. SK이노베이션은 배터리 부문(SK온)에만 8조원 안팎을 투자했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전기차 시장의 핵심인 북미 생산 거점 구축도 경쟁사보다 늦어진 것도 이 때문입니다. 아직 북미 공장이 없어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에 따른 첨단제조 생산세액공제(AMPC) 수혜 효과도 누리지 못했죠. AMPC는 배터리·태양광 등 친환경 에너지 제품을 미국 현지에서 생산·판매할 경우 일정 부분 세금을 공제해주는 제도입니다.

덕분에 삼성SDI의 수익성이 경쟁사보다 탄탄한 것은 사실입니다. 삼성SDI의 지난해 영업이익률이 7%대였던 것과 비교하면, 작년 LG에너지솔루션의 영업이익률은 AMPC를 포함해 6.4%를 기록했고요. SK온은 AMPC를 반영했지만 아직 적자 상태입니다.

올해 삼성SDI는 예년 대비 투자 규모를 키울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업계에서 예상하는 수준은 약 6조원 규모인데요. LG에너지솔루션(10조9000억원)과 SK온(7조5000억원)보다는 여전히 낮은 수준이지만 차이가 꽤 줄었죠. 이에 증권가에서는 경쟁사와의 투자 격차를 줄이고 본격적인 경쟁에 나선다는 측면에서 올해가 삼성SDI에 의미 있는 한 해가 될 것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김철중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전기차 수요 예상치 하향 조정이 시작되며 공격적인 투자 기조가 지속되던 글로벌 경쟁사들의 투자 규모가 주춤하기 시작했다"며 "삼성SDI의 CAPEX 규모는 큰 폭으로 증가해 중장기적 시장점유율 확보의 서막이 시작됐다"고 진단했죠.

/그래픽=비즈워치

다행인 것은 지금까지 수익성 위주 질적 성장을 이어온 덕에 경기 불황에도 삼성SDI 재무 구조는 탄탄하다는 것인데요. 실제 작년 삼성SDI의 부채 비율은 71%로 전년 말(76%)보다도 개선됐습니다. 올해 삼성SDI가 그간의 보수적인 기조를 내려놓고 '담대한 투자'에 나설 수 있을지 지켜보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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