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D램 시장에서 1위를 수성하는데는 성공했지만, 안심할 수는 없는 모양새다. SK하이닉스가 고대역폭메모리(HBM)를 기반 삼아 빠르게 추격하고 있어서다.
향후 관건도 HBM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시장 판단이다. 범용 D램과 달리 가격 방어가 용이한데다 수요까지 받쳐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일단 현재 범용적으로 사용되는 5세대 HBM의 경우 SK하이닉스의 독주체제가 굳건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차세대 HBM을 누가 먼저 양산하는 지가 핵심이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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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미국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가 발표한 지난해 4분기 글로벌 D램 매출기준 점유율 자료에 따르면 삼성전자가 112억5000만달러의 매출액을 1위를 기록했다. SK하이닉스가 104억5800만달러로 뒤를 이었고 마이크론이 매출을 올리며 3등의 자리를 지켰다. 수년간 이어져온 삼성전자-SK하이닉스-마이크론 구도가 이어진 것이다.
일단 삼성전자가 1위를 수성하기는 했지만 점유율을 SK하이닉스와 마이크론에 내주며 안주하긴 어려운 모습이다. 삼성전자의 지난해 4분기 D램 시장 점유율은 39.3%로 지난 3분기 41.1%에서 후퇴했다. 반면 SK하이닉스는 34.4%던 점유율을 36.6%로 끌어올렸고 마이크론 역시 22.2%에서 22.4%로 오르며 삼성전자가 SK하이닉스와 마이크론에게 시장을 내어주는 흐름이다.
이를 두고 업계에서는 SK하이닉스가 일찌감치 HBM 시장을 선점했던 효과가 본격적으로 나타나고 있다고 평가한다. 인공지능(AI) 산업에 대한 가능성이 주목받으면서 HBM 수요가 지난해를 기점으로 폭발적으로 늘어나 SK하이닉스가 수혜를 입었다는 것이다. 실제 HBM 시장 규모는 지난 2023년 20억달러(2조9000억원) 수준이었지만 지난해에는 180억달러(26조3000억원) 9배 확대된 바 있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범용 D램은 중국 기업들이 저가 물량공세에 나서고 있기 때문에 이제는 HBM과 같은 고부가가치 메모리에 대한 경쟁력을 갖춰야 시장의 파이를 가져갈 수 있다"며 "SK하이닉스가 엔비디아라는 강력한 우군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을 발판삼아 고속 성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현재 전세계 HBM 물량 중 60% 이상은 엔비디아가 소화하고 있는데, SK하이닉스는 일찌감치 독점 계약을 체결해왔고 이 효과를 톡톡히 누리고 있다.
결국 시장에서는 차세대 HBM 양산을 누가 먼저 시작하는지와 엔비디아 외에 HBM을 필요로 하는 기업들이 언제쯤 늘어날 것이냐가 향후 D램 시장 판도는 결정할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일단 올해까지는 5세대 HBM3E 메모리 중심으로 공급이 이뤄질 것으로 보고 있지만 HBM 칩을 사용하는 기업들이 더 높은 수준의 메모리를 지속적으로 요구하고 있기 때문에 발빠르게 차세대 HBM을 누가 먼저 양산하느냐가 더욱 중요할 것으로 본다"고 짚었다.
이어 "그동안 HBM은 엔비디아 중심으로 시장의 흐름이 결정됐는데 최근 들어서는 미국 빅테크 기업들도 구매량을 점점 늘리고 있는 상황이어서 수요가 어떻게 변화하느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