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검색

승차감 잡고 조용해진 'KTX-이음'…2세대로 명예회복 나섰다

  • 2025.06.30(월) 00:00

현대로템, KTX-이음 2세대 모델 공개
차체 충격 완화해 승차감·소음 개선

2세대 KTX-이음./영상=현대로템 제공

과도한 흔들림으로 논란이 됐던 'KTX-이음'이 새롭게 태어났다. KTX-이음은 현대로템이 개발한 국내 최초의 동력 분산식 고속철도 차량이다. 지난 2021년 1월 첫 선을 보인 이후 강릉선을 비롯해 중앙선, 중부내륙선 등에서 운영됐지만 소음과 함께 진동이 심하다는 민원이 이어졌다.

이에 현대로템은 진동과 소음, 승차감을 개선한 2세대 KTX-이음을 새롭게 선보였다. 빠르게 신규 열차를 도입해 고객  편의를 높이고자 본래 납기일보다 약 4개월 앞서 코레일(한국철도공사)에 조기 인도하는 성과도 냈다. 지난 24일 현대로템의 '2세대 KTX-이음 고속차량 시승회에 참석해 개선된 승차감을 직접 경험했다.

2세대 KTX-이음 객실창./사진=백유진 기자 byj@

승차감·소음 대폭 개선

처음 마주한 2세대 KTX-이음은 이전 열차와 큰 차이점을 느끼기 어려웠다. 외관에는 큰 차이가 없지만, 내부에는 소소한 변화가 눈에 들어왔다. 가장 눈에 띄는 건 객실창이었다. 2개열이 하나의 창문을 공유해 가림막을 내릴 때 눈치를 봐야했던 이전 모델과 달리, KTX-청룡처럼 개인창을 도입했다. 또 도착역을 확인할 수 있는 객실 모니터 역시 기존 4개에서 6개로 늘어 고객 편의성이 높아졌다는 느낌을 받았다.

2세대 KTX-이음만의 특징이 확연히 나타난 건 열차 출발 후였다. 2세대 KTX-이음의 가장 큰 특징은 노면으로부터 차체 충격을 경감시켜 승차감을 향상시켰다는 것이다. 차체의 주행과 제동 기능을 갖춘 대차 부문에 성능이 개선된 서스펜션(완충 장치)을 설치하고 차체 하부의 강도를 높이기 위한 보강재를 추가했다는 게 사측 설명이다.

2세대 KTX-이음 우등석 좌석 화면./사진=백유진 기자 byj@

이에 2세대 KTX-이음의 승차감은 기존 2.5에서 20% 개선된 2.0까지 낮아졌다. 국제철도협회(UIC)는 승차감 지수(국제기준)를 △1 미만(매우 안락함) △1~2(안락함) △2~4(보통) △4~5(안락하지 않음) △5 초과(매우 안락하지 않음)로 구분하고 있다.

객실 내 소음도 줄였다. 차량에 전기를 공급하는 팬토그래프(집전장치) 주변에 설치되는 스테인리스 강 소재 흡음재의 면적을 늘렸고, 천장에는 외부 소음을 막아주는 차음막을 추가했다. 차량의 천장 상부에 흡음 목적으로 들어가는 평챔버의 비율을 확대함과 동시에 배기되는 차음 기능이 강화된 고장음판을 추가로 깔거나 확장했다.

공명상 고속&SE실 상무는 "이전 모델의 경우 객실 중앙 승객 기준 소음이 70db(데시벨) 수준이었는데 바닥과 천정의 차음, 흡음 등을 많이 보강해 이제 68db 수준으로 기존 차량 대비 20% 이상 개선하는 효과를 거둘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실제 이날 오후 12시50분 서울역을 출발해 영등포, 천안아산역 등을 거쳐 3시7분 광주송정역까지 가는 구간을 탑승했는데, 중간중간 고속으로 달리는 구간에서도 흔들림이나 소음이 심하다는 느낌은 받지 못했다. 시속 255㎞로 달리는 순간에도 열차 흔들림으로 인한 불편함은 없었다. 고속으로 달리는 차량에서 설명회를 했음에도 소음 때문에 어려움을 겪지도 않았다. 

2세대 KTX-이음은 승차감 개선을 위해 서스펜션 등이 추가됐다./사진=백유진 기자 byj@

안전 장치 개선…국산화 확대

현대로템은 이번 2세대 모델에서 승객뿐 아니라 자사의 고객사인 코레일의 니즈를 충족시킬 수 있는 안전 장치도 개선했다. 낙상 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차량 지붕 전면에 미끄럼방지도막을 도포한 게 대표적이다.

또 센서와 데이터 분석을 통해 차량의 상태를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고 최적의 정비 시기를 판단하는 상태기반유지보수(CBM) 장치를 2세대 KTX-이음에 최초로 도입했다. 자동차에서 타이어의 바람이 빠지면 공기압 경고등이 뜨는 것처럼, 열차에 이상이 생겼을 때 자동으로 알려주는 기능이다. 해당 기능은 향후 현대로템이 개발하는 차량에 기본적으로 탑재될 예정이다.

현대로템은 기존 KTX-이음에서 적용하지 않았던 SIL 인증도 추진했다. SIL(Safety Integrity Level) 인증은 철도, 원자력 발전, 의학용 기기 등 산업분야 장비의 안전성과 신뢰성 등급을 측정하는 것으로 4단계가 최고 수준이다.

공 상무는 "열차 신호 장치인 열차자동방호장치(ATP)를 비롯 제동 장치, 비상 방송 등 5개 장치에 대해 SIL 2단계 혹은 4단계를 적용함으로써 안전을 크게 강화시켰다"고 설명했다. 
특히 2세대 KTX-이음에 적용된 ATP는 새롭게 적용된 '국산' 장치라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

지난 24일 공명상 현대로템 고속&SE실 상무가 2세대 KTX-이음 열차 안에서 열린 설명회에서 발표하고 있다./사진=백유진 기자 byj@

ATP는 철도 차량의 위치를 실시간 파악해 차량 간 간격을 조정하는 열차제어시스템을 구성하는 핵심 장치 중 하나다. 속도가 빠른 차량일수록 ATP의 성능은 승객들의 안전과 수송력 증대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

앞서 현대로템은 국토교통부 주관 한국형 열차제어시스템(KTCS-2) 연구개발 국책 과제에 참여해 국산화에 성공한 바 있다. KTCS-2는 해외 기술에 의존했던 기존 철도신호시스템 체계에서 벗어난다는 데 의미가 크다.

또 세계 최초로 LTE-R(철도전용 4세대 무선통신망)을 적용해 더욱 빠른 속도로 차량과 관제실 간 데이터 전송이 가능하다. 1만년에서 10만년 사이 한 번 고장이 발생할 정도로 높은 안전 수준을 지닌다는 SIL 최고 등급(4레벨)을 획득하기도 했다. 다만 이날 시승은 시운전으로 평소보다 고속으로 운행돼 ATP 대신 ATC(열차자동제어장치)를 설치해 ATP의 성능 체험은 어려웠다.

하반기 서울~강릉 달린다

현재 현대로템은 코레일에 2세대 KTX-이음 초도 편성분을 본래 납기(10월31일)보다 130일 빠르게 납품 완료한 상태다. 납품에 속도를 낼 수 있던 건 수십 년간 쌓아온 고속차량 제작 실적과 생산 공정의 효율화 덕이다. 또 고속차량 특성상 기술적으로 복잡한 설계와 높은 안전 수준이 요구되지만 발주처와의 긴밀한 조율과 협업을 통해 빠른 성능 개선과 납품이 동시에 이뤄질 수 있었다는 게 사측 설명이다. 

공 상무는 "300여개 부품업체와 공급망 관리, 프로젝트 매니징, 빠른 의사 결정, 긴밀한 소통으로 시험 검증에 시간을 많이 벌 수 있었다"고 부연했다.

현대로템은 이번 초도분을 시작으로 코레일에 납품하기로 한 14편성을 순차 납품 예정이다. KTX-이음은 하반기 강릉선을 시작으로 서해선, 동해선, 경강선(원주·판교) 등에서 운행될 전망이다. 

한편, KTX-이음은 지난해 국산 고속차량의 첫 해외 수출에 성사된 우즈베키스탄 고속차량의 기반이 되는 모델이기도 하다. KTX-청룡(EMU-320)도 KTX-이음을 바탕으로 한 최신형 모델이다. 현대로템은 이번 2세대 KTX-이음 모델이 향후 해외 수출에 가장 큰 기여를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김정훈 현대로템 레일솔루션사업본부 전무는 "대한민국 철도 기술은 프랑스 알스톰 기술 장벽을 넘어 KTX-산천, KTX-이음, 그리고 KTX-이음 2세대까지 이어오며 K-철도의 자부심이 됐다"며 "현대로템은 국내 철도 기술의 자존심을 지키고 쾌적하고 안락한 고속철도를 납기 지연 없이 공급하도록 계속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naver daum
SNS 로그인
naver
facebook
google
  • 오늘의 운세
  • 오늘의 투자운
  • 정통 사주
  • 고민 구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