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 사태가 터진후 시장의 관심은 제2의 동양이 누가될 것인지에 관심이 쏠렸다. 그중 하나가 바로 상황이 유사한 동부그룹이었다. 이런 동부그룹은 지난주 과감하게 구조조정 계획을 발표하며 승부수를 던졌다. 단기적인 효과는 꽤 괜찮은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만성적인 차입부담이 축소될 것으로 보고 높은 점수를 줬다.
동부그룹은 지난 17일 고강도 구조조정을 발표했다. 자구계획을 통해 3조원을 마련하겠다는 복안인데 주요 계열사 매각과 계열사 보유자산 매각, 유상증자, 오너의 사재출연까지 포함됐다. 그만큼 강한 의지를 표출한 것이다.
동부그룹은 그룹 부채 차입비율이 270%에 달하고 있고 비금융계열의 경우 지난 2010년부터 3년간 평균 금융비용이 4241억원에 달하고 있다. 과중한 차입부담으로 이미 동부건설과 동부제철의 신용등급을 강등당했다.
결국 동부는 기존의 사업확대 전략을 접고 재무구조 안정을 택했다. 그간에도 유동성 확보 노력이 지속됐지만 대부분 외부차입에 의존하는 형태였고 이렇다보니 재무안전성이 쉽게 개선되지 않았다. 이번 자구계획이 예정대로 진행될 경우 차입금 부담이 절반 가량 축소되는 등 재무위험에서 크게 벗어날 수 있을 전망이다.
사실 동부그룹간 계열사들의 재무지원 측면에서의 연계성은 크게 높지 않다. 그룹 전반적으로 재무안전성이 낮은 것으로 평가된 가운데 자체적인 재무융통성을 보유한 계열사도 많지 않아 상호간 지원여력이 제한적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오히려 동부의 경우 금융 계열사들의 지원 리스크가 부각된 케이스다. 금융 계열사의 계열회사에 대한 출자 규모는 전반적으로 증가하는 추세를 보인 가운데 동부 역시 관련 명단에 이름을 꾸준히 올렸다.
동부그룹은 동부화재와 동부생명, 동부증권, 동부캐피탈 등 주요 금융부문에 11개 계열회사를 거느리고 있다. 특히 동부화재의 경우 그룹 내 주요 비금융계열사 출자지분을 보유하며 지배구조상 상당히 중요한 역할을 담당했다. 다만 금융계열과 비금융계열 분리 노력이 이뤄지며 두 계열간 지분보유 비중은 지속적으로 감소했다.
나이스신평은 당장 비금융계열 익스포저의 확대가 급격히 이뤄지긴 어렵겠지만 동부그룹이 동부화재의 최대주주로서 지배력을 확보하고 있는 만큼 비금융계열 지원 현황에 대한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바 있다.
동부의 금융계열은 동부화재를 중심으로 우수한 시장 지위를 확보한 것으로 유명하다. 반면 비금융계열사들의 주력사업이 철강과 건설 등 위험업종에 일부 포함되면서 상대적으로 신용등급을 낮게 받고 있다. 비금융계열 입장에서는 금융계열의 지원여력 측면에서 긍정적이지만 금융계열의 경우 반대효과를 볼 수밖에 없는 셈이다.
특히 동부화재 등은 과거 비금융계열사가 보유한 부동산 등 유형자산을 매입한 경우 상당한 것으로 파악된다. 동부증권의 경우 계열사 회사채를 보유하고 있지만 동양만큼 대규모는 아닌 것으로 분석된 바 있다.
따라서 동부그룹의 자구계획안으로 숨통이 크게 트인 곳은 동부화재였다. 증권사들은 동부화재에 대한 계열사 지원 우려가 해소되고 향후 그룹 재무구조 개선으로 프리미엄이 회복될 것으로 분석했다. 주가도 큰 폭으로 오르고 있다. 우리투자증권 등은 "동부화재가 최근 그룹 신용 리스크 우려가 증폭되며 할인 거래됐다며 그룹 구조조정이 계획된 만큼 비금융계열사 지원 가능성은 상당히 낮다고 평가했다.
다만 최근 나이스신평은 부동산 매각이나 주요 계열사 경영권 매각 등은 상당한 시일이 소요될 수 있어 시기나 효과 상으로 제약을 받을 수 있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