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치료제 '렉키로나' 개발 소식에 가파른 상승세를 보였던 셀트리온 그룹주 주가가 최근 맥을 못추고 있다. 정맥 주사제인 렉키로나보다 쉽게 사용할 수 있는 경구용 치료제가 개발되면서 '게임 체인저'로서의 기대감이 한 풀 꺾인 탓이다.
이런 가운데 증권가에선 셀트리온 그룹주별 실적 전망이 엇갈리며 향후 주가 역시 다른 방향성을 보일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맏형인 셀트리온은 실적 정체기를 겪으며 주가 역시 당분간 상승 탄력을 얻기 힘들 것이라는 전망에 힘이 실리는 반면 아우인 셀트리온헬스케어는 상대적으로 양호한 실적으로 반전의 계기를 마련할 것이라는 기대가 확인된다.
셀트리온 3형제 이달 시총 9조 증발
2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셀트리온은 지난 27일 전 거래일보다 1.57% 떨어진 21만9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연초 40만원까지 넘봤던 셀트리온 주가는 최근 43%가량 하락했다. 동시에 시가총액은 절반 가까이 증발했다.
셀트리온을 비롯해 셀트리온헬스케어와 셀트리온제약 등 셀트리온 그룹주의 주가 하락세는 이달 들어 눈에 띄게 가팔라졌다. 셀트리온이 15.6% 하락했고 셀트리온헬스케어와 셀트리온제약 역시 각각 19.1%, 16.7% 떨어졌다. 동반 하락 여파로 같은 기간 셀트리온 3형제의 합산 시가총액은 58조원에서 48조원으로 10조원가량 날아갔다.
주가 하락 요인으로는 미국 제약사 머크의 먹는 치료제 개발 소식과 자체 실적 부진이 함께 꼽힌다. 이달 초 머크가 코로나19 경구용 치료제 '몰누피라비르' 개발에 성공하면서 셀트리온의 주가 상승을 이끌었던 코로나19 치료제 '렉키로나'의 매력이 떨어졌다는 분석이다.
여러 국가에서 머크 치료제 선구매를 추진하는 것과 달리 렉키로나의 수출 소식이 들려오지 않는 것도 주가에 악재로 작용했다.
셀트리온 목표가 줄줄이 하향
증권가에서는 셀트리온의 목표가를 내리면서 렉키로나와 3분기 실적에 대한 기대치를 함께 낮추고 있다.
이달 들어 셀트리온에 대한 보고서를 내놓은 증권사 네 곳은 목표가를 일제히 하향 조정했다. SK증권은 37만원에서 30만원으로 내렸고, 신한금융투자는 32만원에서 26만원으로 낮췄다. 신영증권과 키움증권은 모두 35만원에서 28만원으로 20% 하향했다.
허혜민 키움증권 연구원은 "렉키로나의 공급 지연에 더해 셀트리온헬스케어의 램시마SC 재고 축적이 늘면서 셀트리온의 램시마SC 매출 상승률이 낮아졌다"며 "이에 따라 셀트리온의 3분기 실적이 예상치를 밑돈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달미 SK증권 연구원은 "셀트리온의 주가 부진과 실적 전망 하향 조정의 가장 큰 이유는 3분기 인식 예정이던 렉키로나의 매출이 제외됐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이 연구원은 "다만 머크의 치료제가 기형아 출산 가능성이 높다는 연구 결과로 사용이 제한적일 가능성이 있는 만큼 향후 진행 상황을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셀트리온헬스케어, 형보다 나은 아우
반면 셀트리온그룹 내에서 판매를 담당하는 셀트리온헬스케어는 셀트리온에 비해 긍정적인 평가를 받으면서 목표가 하향폭이 비교적 작은 편이다.
KTB투자증권은 셀트리온헬스케어의 목표가를 14만원에서 13만원으로 소폭 조정했고, 신한금융투자도 14만원에서 12만4000원으로 11%가량 낮췄다.
셀트리온은 셀트리온헬스케어에 쌓여 있는 재고 탓에 주문량이 줄면서 실적 부진이 이어질 가능성이 크지만 셀트리온헬스케어의 판매에는 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셀트리온헬스케어의 2분기 말 기준 재고 자산은 2조1431억원으로, 이중 지난해 상반기 유럽에 출시한 램시마SC 재고가 6000억~7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램시마SC의 올 매출이 900억원으로 예상되는만큼 당분간 램시마SC 판매 호조에 따른 실적 증가는 셀트리온이 아닌 셀트리온헬스케어에만 적용될 가능성이 크다.
램시마를 제외한 다른 제품의 상황도 비슷한만큼 셀트리온과 셀트리온헬스케어는 당분간 차별화된 실적과 주가를 나타낼 전망이다.
이지수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인플렉트라의 매출 성장과 4분기 렉키로나의 유럽의약품청 허가 이후 관련 매출이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며 "이에 더해 유플라이마의 출시 국가가 늘어나면서 실적 개선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이동건 신한금융투자 연구원도 "셀트리온헬스케어는 셀트리온과 달리 3분기에도 전분기 대비 견조한 실적 성장이 기대된다"며 "향후 렉키로나 허가와 이에 따른 공급 계약 체결 가능성이 높아 상대적으로 투자 매력도가 높다"고 판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