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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리아 디스카운트]①'문제는 거버넌스야'

  • 2022.02.09(수) 06:10

'지정학적 리스크' 닮은꼴 대만대비 부진
물적분할·횡령…계속되는 거버넌스 이슈

최근 들어 과거 증시를 뜨겁게 달궜던 '코리아 디스카운트(국내 증시의 저평가 현상)'가 다시 이슈로 떠올랐다. 그러나 그 속을 들여다보면 그간 언급돼왔던 코리아 디스카운트와는 전혀 다른 내용임을 알 수 있다. 

시장에서 한 때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주범으로는 북한으로 인한 지정학적 리스크가 꼽혔다. 그러나 최근에는 북한이 아닌 기업의 거버넌스(Governance) 문제가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주원인으로 거론되고 있다.

특히 경제 구조부터 지정학적 리스크까지 한국과 상황이 비슷한 대만 증시의 지수 상승률이 코스피 지수의 2배에 달하면서 이같은 주장에 힘이 실리고 있다.

실제로 국내 증시에서는 연초부터 거버넌스 관련 이슈가 쏟아져 나왔다. 올해 증시가 문을 연 첫날에는 오스템임플란트의 역대 최대 규모의 횡령 사건이 발생했다. 뒤를 이어 경영진의 횡령·배임 문제로 2년여간 거래가 정지됐던 신라젠의 상장폐지 소식이 전해졌고, 물적분할로 많은 비난을 받았던 LG에너지솔루션은 상장도 이뤄졌다.

코스닥 시가총액 2위의 에코프로비엠은 내부자거래 혐의가 드러나면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다. 놀라운 대목은 이 모든 일이 지난 1월 한 달간 발생했다는 부분이다.

닮은 꼴 한국·대만 경제…지수 상승률은 2배?

8일 대만증권거래소에 따르면 대만가권지수는 7일 17900.30에 거래를 마쳤다. 5년 전인 2017년 2월 7일 종가 9554.56과 비교하면 상승률이 87%에 달한다. 반면 같은날 코스피지수는 2745.06으로 장을 마치면서 5년 전 2075.21에 비해 상승률이 32%에 그쳤다. 두 지수 간 상승률 차이는 3배에 근접했다.

의아한 점은 한국과 대만 경제가 닮은 부분이 많다는 것이다. 먼저 한국과 대만 증시는 각각 삼성전자와 TSMC라는 반도체를 주력으로 하는 공룡 기업이 증시의 상당 부분을 차지한다. 삼성전자의 이날 종가 기준 시가총액은 약 436조원으로 코스피 시가총액의 20%가량을 차지한다. TSMC의 시가총액은 대만가권지수 전체 시가총액의 약 30%가량을 차지하고 있다.

국가 경제에서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다는 점도 비슷하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에 따르면 2020년 기준 대만의 연간 수출액은 3451억달러로 연간 GDP 6693억달러 대비 52%에 달했다. 한국의 2020년 연간 수출액은 5129억달러로 연간 GDP 1조6309억달러 대비 31% 규모였다.

북한이라는 한국 증시의 지정학적 리스크가 두 국가 간의 차이를 만든 게 아니냐는 의문이 생길 수도 있다. 그러나 대만 역시 한국과 마찬가지로 지정학적 리스크를 가지고 있다.

한국의 대북 관계가 최근 몇 년간 잠잠했던 데 비해 중국 정부가 대만과 관련해 군사 충돌을 경고하는 등 중국과 대만의 외교적 상황이 계속해서 악화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지정학적 리스크는 오히려 대만 증시에 더 큰 위협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K-증시 발목 잡는 '거버넌스'

이같은 상황 탓에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주원인이 지정학적 리스크가 아니라 '거버넌스 이슈'라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김우찬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는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원인으로 꼽히는 북한 관련 이슈가 실제 국내 증시에 미친 영향은 미미한 수준"이라며 "최근 물적분할을 진행한 지주사들의 주가가 저평가되는 국내 상황을 보면 기업 지배 구조를 비롯한 거버넌스 문제가 더 큰 문제라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런 목소리를 증명이라도 하듯 연초부터 기업의 거버넌스와 관련한 뉴스가 쏟아져 나왔다. 횡령액만 2215억원에 달하는 역대 최대 규모의 횡령 사건으로 기록된 오스템임플란트 사건이 시작이었다.

오스템임플란트는 새해 첫 거래일인 지난달 3일 지금관리 직원을 횡령 혐의로 고소했다고 공시하면서 거래가 정지됐다. 이후 상장 적격성 심사에 들어가며 거래 재개를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어 지난달 18일에는 한국거래소 기업심사위원회가 신라젠의 상장폐지를 결정한 소식이 전해졌다. 신라젠은 지난 2020년 5월 당시 대주주이자 대표였던 인물이 횡령·배임혐의로 기소되면서 거래가 정지됐다. 이후 수차례 개선 기간을 통해 상장 폐지를 면하면서 거래 재개에 대한 기대감을 키워왔지만 기심위의 결정은 상장폐지였다.

LG화학의 2차전지 사업부를 물적분할한 LG에너지솔루션 상장도 논란에 휩싸였다. LG화학은 지난 2020년 동학개미운동으로 인한 시장 호황과 더불어 2차전지 사업에 대한 기대감이 본격화하면서 주가가 한 해 동안 3배 가까이 상승했다.

그러나 2020년말 LG에너지솔루션의 물적분할을 결정하면서 LG화학에서 2차전지 사업이 빠져나가자 상승분을 대폭 반납하고 고점 대비 30%가량 빠진 상태다. LG화학이 인적분할이 아닌 물적분할을 결정하면서 LG화학 주주들은 LG에너지솔루션의 주식을 받지 못한 채 LG화학의 배터리 사업에 대한 가치 하락만을 떠안은 셈이 됐다.

지난달 26일에는 에코프로비엠의 내부자 거래 의혹 수사 소식이 전해졌다. 한 때 코스닥 시가총액 1위에 오르기도 했던 에코프로비엠에서 부정 거래 의혹이 전해지면서 투자자들은 신라젠의 악몽을 다시 한 번 떠올렸다. 에코프로비엠의 임원들은 지난 2020년 2월 에코프로비엠이 SK이노베이션과 2조7000억여원 규모의 공급 계약한 사실을 공시하기 전 에코프로비엠 주식을 매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수사 소식이 알려진 후 에코프로비엠 주가는 하루만에 19.15% 급락했고, 에코프로비엠의 지주사인 에코프로 주가는 하한가를 기록했다.

문제는 기업 내부의 문제가 고스란히 주주들의 피해로 돌아간다는 점이다. LG화학이 물적분할을 발표한 지난 2020년 말 기준 소액주주는 18만여명에 달한다. 오스템임플란트의 소액주주가 약 2만명, 신라젠의 소액주주 약 17만명, 에코프로비엠의 소액주주가 11만명에 달해 이들을 합하면 최근 한 달간 거버넌스 이슈로 피해를 입은 소액주주만 50만명에 달하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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