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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리아 디스카운트]②'주주가 먼저다'

  • 2022.02.10(목) 06:10

주주환원율이 이끄는 주가 상승
대주주 아닌 전체 주주 이익 우선해야

국내 증시가 '코리아 디스카운트' 논란에 휩싸이면서 이를 해소하기 위해 무엇보다 주주환원을 늘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 증시에 비해 현저히 낮은 한국 증시의 주주환원율이 주가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에따라 소액주주 권리를 위해 주주행동주의 펀드 규모가 커지는 등 최대주주가 아닌 주주 전체의 이익을 위한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강해지고 있다.

주주환원율과 비례하는 주가…훌쩍 커진 메리츠그룹

1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한국의 최근 10년 평균 주주환원율은 28% 수준인 것으로 집계됐다. 주주환원율은 자사주 매입 규모를 연간 순이익으로 나눈 값에 배당성향을 더한 값이다.

단순하게 계산해 A기업이 1000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한 해에 자사주를 500억원어치 매입하고 배당성향이 10%라면 A 기업의 주주환원율은 60%인 셈이다.

국내 증시와 달리 주주의 천국으로 불리는 미국의 10년 평균 주주환원율은 89%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증시에 상장한 기업들이 국내 상장기업에 비해 주주들에게 3배가 넘는 돈을 돌려준 셈이다.

특히 최근 몇 년 간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며 전 세계에서 시가총액이 가장 큰 기업이 된 애플은 10년간 평균 117%의 주주환원율을 기록했다.

국내에서도 적극적인 주주환원 정책을 펼치며 주가 부양에 성공한 사례가 있다. 꾸준한 자사주 매입으로 주가가 우상향하고 있는 메리츠금융그룹주들이 대표적이다.

메리츠금융그룹의 메리츠금융지주와 메리츠증권은 지난해 각각 세차례씩, 메리츠화재는 네 차례 자사주 매입 결정을 공시했다. 이를 통해 이들 기업이 사들이는 자사주만 총 7983억원에 달한다.

메리츠금융그룹 올해 들어서도 지난해 결정한 자사주 매입을 계속하고 있다. 메리츠증권이 411억원으로 가장 큰 규모의 자사주를 매입했고, 메리츠화재가 274억원, 메리츠금융지주가 104억원의 자사주를 매입하면서 올 들어 총 789억원어치를 시장에서 사들였다. 

자사주 매입이 주가를 견인하면서 메리츠금융지주는 1년간 주가가 1만450원에서 4만4550원으로 오르면서 수익률이 326%에 달했다. 메리츠화재 주가는 1만4900원에서 4만8700원으로 227% 올랐고, 메리츠증권은 3805원에서 6480원으로 70%가량 상승했다.

같은 기간 코스피 금융업 지수가 2.8% 오른 점을 감안하면 이들 세 곳의 수익률은 더욱 두드러진다. 

임희연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메리츠화재의 자사주 매입과 현금배당을 합한 주주환원율은 약 44.2%로 국내 증시에서 매우 높은 수준"이라며 "공격적인 자사주 매입 및 소각 정책은 주주환원 뿐 아니라 메리츠금융지주의 지분율 확대로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소액주주들의 목소리가 커지면서 최근 주주환원 정책을 강화하는 기업도 늘어나고 있다. SK하이닉스를 비롯해 지주사인 SK, KB금융 등이 주주환원 정책을 속속 발표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에 자리를 내주고 코스피 시가총액 3위 밀려난 SK하이닉스는 최근 지난해 실적 발표를 통해 주당 배당금을 전년대비 31.6% 늘리고 고정 배당금도 1000원에서 1200원으로 올렸다. 이와 함께 향후 3년간 창출되는 현금흐름의 50%를 주주환원의 재원으로 사용해 자사주 매입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SK는 주당 8000원의 배당을 결정하며 사상 최대 규모인 4476억원을 주주에게 환원한다. KB금융도 실적 발표를 통해 배당성향을 26%로 높이고 1500억원 규모의 자사주를 소각한다고 발표했다.

소액주주 이익 위한 제도 마련해야

일부 지분을 보유한 대주주가 기업의 주요 의사결정을 좌지우지하는 우리나라만의 독특한 지배구조는 소극적인 주주 환원 정책의 원인 중 하나로 꼽힌다.

기업의 의사결정 과정에서 전체 주주가 아닌 최대주주의 이익을 우선시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대주주와 소액주주간의 이해가 상충하는 상황이 발생하면서 대주주의 이익을 위해 소액주주들이 피해를 입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다.

학계에서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주주행동주의 펀드 확대 등 대주주를 견제하기 위한 방안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김우찬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는 "한국만큼 지배주주의 권한이 막강한 나라는 전세계에서 찾아보기 힘든 수준"이라며 "주주의 권리를 적극적으로 주장할 수 있도록 주주행동주의 펀드 시장이 커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외국인 주주행동주의 펀드가 더 유입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면서 "사실상 유명무실한 국내 행동주의 펀드도 실질적인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최근들어 국내에서 주주행동에 나서는 펀드가 나오기 시작하면서 이같은 목소리에 힘을 싣고 있다. 안다자산운용은 지난 8일 SK케미칼을 상대로 주주명부 열람 및 등사 가처분 신청을 제기하며 주주 행동을 본격화한다고 9일 밝혔다.

주주명부 열람 및 등사 가처분 신청은 다른 주주들의 의결권을 비롯한 정확한 지배구조를 파악할 수 있게 해 소액주주 소송이나 경영권 분쟁의 첫 단계로 분류된다.

이번 가처분 신청은 안다자산운용이 지난달 25일 SK케미칼 이사회를 상대로 배당 증대와 SK바이오사이언스 지분 매각 등 지배구조 개선을 요구하는 내용의 주주서한을 발송했으나 답변을 받지 못하면서 본격적인 주주 행동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소액주주의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제도적 지원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분석도 있다.

김우찬 교수는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물적분할후 상장을 보면 이해 당사자가 의사 결정에 참여함으로써 주주의 이익이 아닌 당사자의 이익을 위한 결정을 한 것을 알 수 있다"고 지적했다.

기업 전체 지배구조 개혁은 물론 특수관계인간 내부거래시 소액 주주 과반의 승인을 받도록 하거나 이해관계자는 의사결정에서 배제하는 등의 제도가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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