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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주총]①올해 관전 포인트는 '주주 관여'

  • 2022.02.24(목) 06:10

소액주주·기관투자자 적극적인 주주 관여 예고
자본시장 성숙화 위한 단계 "활발한 활동 필요"

오는 3월 주주총회 시즌을 앞두고 주주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기관투자자나 소액주주 모두 정기주총에 앞서 상장기업에 투자자 권익 제고를 위한 안건을 전달하는 등 보다 활발한 주주 관여 활동에 나서는 모습이다.

최근 몇년새 주주들이 권리 행사에 더욱 적극적으로 나서는 현상에 대해 전문가들은 의사 전달에 대한 노하우 축적과 주주 제안에 대한 성공 경험이 더해진 결과로 해석하고 있다. 특히 국내 자본시장의 선진화를 위해서라도 더욱 두드러진 활동이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그래픽=비즈니스워치

세 불린 투자자들…3월 빅뱅 예고

24일 한국기업지배구조원(KCGS)에 따르면 주주제안을 통해 상정된 안건(정기 및 임시 주총 합산) 수는 지난 2018년 89건에서 2021년 107건으로 18건 늘었다. 이 기간 집계된 주주제안 가운데 사내·사외 이사 선임 및 해임과 관련된 내용이 253건으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고, 배당 확대를 포함해 중간·분기 배당 도입을 요구하는 제안도 57회나 제시됐다.  

올해도 3월 정기 주총 시즌을 앞두고 예년 못지않게 주주들이 목소리를 낼 것으로 예상된다. 기관투자자나 소액주주 모두 보다 강도 높은 주주 관여 활동을 준비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러 상장사중 긴장감이 가장 고조되고 있는 곳은 HDC현대산업개발이다.

HDC현대산업개발은 작년 광주 학동 재개발 철거 건물 붕괴사고에 이어 올해 화정 아이파크 참사까지 일으키면서 향후 사업 활동에 불확실성이 쌓이고 있는 상태다. 이에 따라 참여연대는 공공운수노조 국민연금지부, 소액주주와 함께 이번 정기 주총에서 적극적으로 의결권을 행사하겠다고 발표했다.

주주가치가 크게 훼손됐다는 이유에서다. 실제 사고 이후 주가는 지난 달 한 때 52주 최저가까지 추락하기도 했다. 이로 인해 HDC현대산업개발의 지분 11.67%를 보유한 국민연금에 800억원 가량의 손실이 발생했다는 것이다.

소액주주뿐 아니라 기관 투자자들도 주주 관여 활동에 나서고 있다. 가장 최근에는 얼라인파트너스가 감사 선임 안건과 관련해 SM엔터테인먼트 측에 주주제안을 했고, 안다자산운용은 지난달 하순 배당 증대, 신사업 투자 확대, 집중투표제 도입 등을 골자로 한 공개서한을 SK케미칼에 보낸 데 이어 이달 16일에는 이를 기반으로 주총 상정 안건을 전달하기도 했다. 

이외에도 최근 VIP자산운용은 한라홀딩스에 자사주 매입 및 소각 등 명확한 중기 주주환원정책을 요구했다. 트러스톤자산운용은 지난해 12월 BYC에 일찌감치 합리적인 배당정책 수립과 부동산 자산의 효율적 활용 등 5가지 사안을 담은 주주 서한을 보내기도 했다.

주주 관여, 자본시장 성숙의 열쇠

예년에 비해 주주들이 투자자 권익 및 가치 제고에 더욱 신경을 쓰는 배경에 대해 전문가들은 여러 의견을 내놓고 있다. 기관투자자들에게 노하우가 축적됐고 소액주주들도 의결권 행사를 통해 자신이 주주로 있는 회사의 변화를 조금이나마 체감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수원 한국지배구조원 책임연구원은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 이후 그간 기관투자자들은 상장사들과 비공개 물밑 접촉을 해왔고 이 과정에서 본인들의 제안을 반영하는 데 노하우가 쌓였을 것"이라며 "이런 경험이 축적되면서 보다 적극적인 주주 관여 행태로 나타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개인의 경우 이전까지는 단순히 주식을 매매하는 데 그쳤다면 요새는 주주의 가치와 권리에 대한 이해도도 상당히 높아졌다"며 "여기에 주주로 있는 회사의 주요 결정 사항에 자신의 의견이 반영될 수 있다는 것을 체험하면서 더욱 활발하게 의결권 행사에 나서고 있는 것으로 판단한다"고 설명했다.  

실제 한국타이어 지주회사인 한국앤컴퍼니의 지난해 정기주총에서는 조현식 부회장이 추천한 이한상 고려대 교수가 반대 측인 동생 조현범 사장이 내세운 김혜경 이화여대 국제대학원 초빙교수를 제치고 사외이사 겸 감사위원에 선임된 바 있다. 당시 한국앤컴퍼니 주총은 형제간 경영권 분쟁으로 양측의 표 대결이 큰 주목을 받기도 했다.

세계 최대 의결권 자문사인 ISS(Institutional Shareholder Services)와 국민연금, 소액주주들의 표가 더해진 결과다.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의 의결권은 최대 3%까지만 행사할 수 있도록 규정한 '3%룰'이 큰 역할을 했다. 조 사장, 조 부회장 등의 의결권이 3%로 묶인 점을 감안했을 때 대부분의 소액주주가 조 부회장의 손을 들어준 것으로 해석할 수 있어서다.

주주 관여 활동은 지금보다 더 두드러지게 전개돼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최대주주든 일반주주든 1주의 권리가 동등하게 평가받을 수 있는 시장으로 발전해야 한다는 견해다.

빈기범 명지대학교 사회과학대학 경제학과 교수는 "기업이 주주들의 목소리를 부담스러워 하면 주식을 발행하지 않으면 되고, 주식회사가 되더라도 기업공개(IPO)를 통해 상장하지 않으면 그만"이라며 "주주 관여 활동은 앞으로 더 활발해져야 하고 그게 자본주의 시장 경제에 부합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회사의 미래 성장성과 더불어 의결권까지 포함된 가격을 현재 시장 가치로 환산한 게 주가"라며 "의결권 가격까지 더한 주식을 주주들에게 팔았으면 권리 행사를 할 수 있도록 보장해야 하는 것은 물론, 주주들의 관여가 내키지 않으면 경영진이 주식을 매입해 압도적인 지분을 갖고 있으면 충돌할 일도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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