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검색

올해 유통가 주총 화두 모아보니…'신사업·ESG' 반짝

  • 2022.03.21(월) 06:50

백화점은 미술품 팔고 편의점은 건기식 추가
코로나19 장기화 속 내수 시장 축소 극복 의지
고객 눈높이 맞춘 ESG 경영 강화도 이어져

/그래픽=비즈니스워치

유통업계가 신성장 동력 찾기에 분주하다. 이같은 움직임은 올해 주주총회(주총) 시즌에서도 확연히 드러나고 있다. 주력 사업과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신사업은 물론, 완전히 새로운 분야에 뛰어드는 기업들이 제법 눈에 띈다. 지난해부터 본격화된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 체계를 강화 움직임도 이어지고 있다.

이들은 시장 구조와 사회·문화 변화에 발맞추기 위해 변신에 나서고 있다. 혼인·출산율이 낮아지며 유통업계의 주무대인 내수 시장의 규모가 줄어들고 있는데다 가치소비 트렌드가 자리잡으며 윤리적 기업이 각광받고 있어서다. 미래를 위한 유통업계의 청사진에 시선이 집중된다.

백화점 그림 팔고, 마트 술 팔고

롯데쇼핑은 오는 23일 열리는 주총에 사업목적 추가를 위한 정관 변경을 안건으로 올렸다. 새로운 사업 목적은 주류소매업·일반음식점업이다. 롯데마트가 최근 제타플렉스(구 잠실점)를 오픈하며 선보인 와인 판매점 '보틀벙커'의 확장을 위한 것으로 분석된다. 롯데쇼핑은 사외이사로 조상철 법무법인 삼양 변호사를 선임하는 안건도 논의한다. 조 변호사는 10년 전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골목상권 침해 사건을 담당했던 검사 출신이다.

/그래픽=유상연 기자 prtsy201@

신세계는 미술품 판매를 신사업으로 내걸었다. 오는 24일 주총에서 인터넷 경매 및 상품중개업을 사업 목적에 추가할 예정이다. 앞서 신세계는 지난해 말 미술품 경매사 서울옥션의 주식을 취득하는 등 관련 채비에 나선 바 있다. 편의점 CU를 운영하는 BGF리테일은 건강보조식품 소매업과 고속도로 휴게소 운영 등을 사업목적에 추가할 예정이다. CJ프레시웨이는 계약배달 판매업을 신사업으로 채택했다. 식자재 유통 사업의 소비재 시장 확장이 예상된다.

완전히 새로운 사업을 추진하는 기업도 있다. SPC삼립은 건강기능식품 제조·수출입, 사료 제조·판매·수출입을 사업목적에 추가한다. 신세계푸드는 콘텐츠 사업을 주총 안건으로 올렸다. 캐릭터 '제이릴라'를 통한 신사업이 목표로 보인다. 뷰티업계에서는 아모레퍼시픽이 의료기기 제조·판매를 새로운 먹거리로 제시했다. LG생활건강은 기존 의약품 사업에 수입·소매 기능을 추가할 계획이다. 글로벌 자회사 피지오겔의 더마 화장품 유통 경로 확장을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ESG·여성 바람 올해도 계속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사회적 눈높이에 발맞추려는 움직임도 계속되고 있다. 현대백화점은 오는 28일 예정된 주총에 신사업 추가 안건을 내지 않았다. 대신 이사회 내 위원회에 ESG경영위원을 추가했다. 아울러 공정거래위원회 자문위원을 지낸 박주영 숭실대 교수를 사외이사로 선임한다. 동반성장·공정거래 역량 강화를 위한 조치로 분석된다. 현대백화점은 현대홈쇼핑·현대그린푸드 등 계열사에도 ESG 위원을 두는 등 ESG 경영 강화에 나설 계획이다.

ESG경영 강화 움직임은 올해도 계속됐다. /그래픽=비즈니스워치

ESG위원회의 별도 분리도 활발하다. 롯데칠성음료·롯데제과는 올해 주총에 ESG위원회를 만드는 정관변경안을 안건으로 올렸다. 매일유업은 경영위원회를 ESG경영위원회로 개편한다. 오는 8월 시행되는 개정 자본시장법에 대응하기 위한 여성 사외이사 선임도 이어졌다. 이 법은 자산총액 2조원 이상 상장법인 이사회의 특정 성별 독식을 막고 있다. 이에 오뚜기는 선경아 가천대 교수를, 풀무원은 이지윤 전 서울시설공단 이사장을 사외이사로 선임할 예정이다.

업계 관계자는 "대부분 업체들이 ESG 경영을 위한 조치를 하고 있지만 별도 기구까지 마련한다면 관련 전략을 보다 구체적으로 수립할 수 있다. ESG 경영에 대한 업계의 의지로 볼 수 있는 대목"이라며 "여성 사외이사 선임은 아직 법적 규정에 따르는 측면이 크지만, 여성의 관점을 경영에 반영할 수 있는 만큼 장기적으로 긍정적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변화의 목표는 '지속가능경영'

유통업계의 신사업 추진은 사회 구조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시도라는 분석이 많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출생아 수는 26만여명이었다. 가임기 여성 1인당 출생아 수를 나타내는 합계출산율은 0.84에 불과했다. 여기에 코로나19의 영향 등으로 지난해에는 국내 혼인 건수까지 20만명 미만으로 떨어졌다. 전년 대비 9.8% 감소하며 역대 최소치를 갈아치웠다. 미래 시장 규모가 줄어들 수 있다는 의미다. 유통업계가 새로운 먹거리를 찾아야 하는 이유다.

출산율 저하는 유통업계에게 시장 축소를 의미한다. /그래픽=유상연 기자 prtsy201@

기존 시장에서는 사회·문화적 변화의 영향이 커지고 있다. 자기만족을 중시하는 젊은 세대의 소비 트렌드가 사회적 가치를 중시하는 모습으로도 나타나면서다. 실제로 무라벨 생수 등 친환경 상품의 매출은 빠르게 늘고 있다. 카페의 종이 빨대, 쇼핑몰의 친환경 쇼핑백은 이제 상식이 됐다. 여기에 중대재해법 시행 등으로 기업의 윤리적 경영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유통업계가 소비자와 직접 대면하는 경우가 많은 만큼, 이런 변화에 보다 적극 대응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업계 관계자는 "뷰티·식품업계 일부 기업을 제외하면 대부분 유통 기업의 핵심 시장은 내수다. 인구 감소와 소비경기 위축 등의 영향을 타 업계에 비해 크게 받을 수밖에 없다"며 "이는 기업의 노력만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인 만큼 신사업 개척은 당연한 일"이라고 말했다. 이어 "ESG 경영활동 강화는 현재 시장에서 영향력을 잃지 않기 위해 사회적 눈높이를 맞추는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고 말했다.

naver daum
SNS 로그인
naver
facebook
goog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