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불거진 쿠팡의 '개인정보 유출' 사태를 두고 소비자들의 대응이 엇갈리고 있다. 이번 논란을 계기로 쿠팡을 탈퇴하는 이른바 '탈팡'에 나서는 움직임이 확산되는가 하면 로켓배송을 대체할 마땅한 대안책이 없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쿠팡의 향후 위기 대응 전략이 소비자 신뢰도를 좌우하는 분수령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아직 부족하다"
박대준 쿠팡 대표는 지난 3일 열린 국회 정무위원회에 출석해 "피해 범위가 확정되는 대로 피해자에 대한 보상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박 대표가 보상 체계에 대해 입을 연 건 사건 발생 이후 나흘 만이다. 앞서 박 대표는 전날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긴급 현안질의를 통해 사건 발생 원인에 대해 규명하기도 했다.
다만 박 대표의 이 같은 약속에도 불구, 소비자 불만은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한국 쿠팡을 사실상 지배하고 있는 창업자 김범석 이사회 의장이 이번 사태 전면에 나서지 않고 있는 데다, 구체적인 보상안과 뚜렷한 재발 방지 계획이 없는 등 후속 대처가 미흡하다는 게 이유다. 이에 대해 쿠팡은 현재 관련 당국과 협력해 조사 중인 사안을 명확히 하는 것이 최우선이라는 입장이다.
비난 여론이 커지는 건 이뿐만이 아니다. 공용 현관 정보는 물론 고객이 설정한 배송지 주소록이 무단으로 유출됐음에도 '추가적인 조치를 하지 않아도 된다'는 쿠팡의 대응이 논란을 키우고 있다. 각종 범죄에 노출될 위험성이 커졌음에도 안일한 태도로 일관한다는 지적이다. 이 때문에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쿠팡을 불매하겠다'는 글도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서울 노원구에 사는 30대 여성 한 모 씨는 "비밀번호나 결제 정보가 유출되지 않았다고 마음 놓고 있을 부분은 아닌 것 같다"며 "배송지를 자택으로 해두는 소비자들이 대부분일 텐데 유출됐다고 집을 이사갈 순 없지 않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이어 "어떤 상황인지 추측에 불과할 뿐, 정확히 나온 부분도 없고 이미 유출된 마당에 2차 피해가 생기지 않을 것이라고 어떻게 장담할 수 있겠냐"면서 "한국 사람들이 아무리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민감도가 낮다고 해도 대형 기업의 보안 관리 자체가 허술하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덧붙였다.현실은
하지만 이번 사태가 돌풍보다 미풍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도 많다. 쿠팡만이 가진 서비스 편의성과 속도, 대체 플랫폼의 부재 등 현실적인 이유로 탈퇴를 꺼리는 이용자가 적지 않아서다. 실제로 지난 3분기 쿠팡의 프로덕트 커머스 부문 활성 고객(제품을 한 번이라도 구매한 고객)은 전년 대비 9.8% 증가한 2470만명으로 집계됐다. '한 번도 사용하지 않은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사용한 사람은 없다'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다.
특히 국내 소비자들은 로켓배송에 대한 충성심이 크다. 최근 논쟁이 격화되고 있는 '새벽배송 금지'를 반대하는 국민 청원은 4일 오후 기준 4만1500명의 동의를 얻기도 했다. 전 국민의 일상에서 쿠팡이 떼려야 뗄 수 없는 필수 플랫폼으로 자리 잡았다는 방증이다.
여기에 유료 멤버십인 '로켓와우' 하나만으로 쿠팡이츠, 쿠팡플레이 등 배달과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혜택까지 받을 수 있다는 점도 강점으로 꼽힌다. 이 덕분에 쿠팡이 지난 2022년과 지난해 4월 멤버십 가격 인상에 나섰음에도 가입자 수가 꾸준히 증가하기도 했다. 여러 서비스를 구독하지 않고도 쿠팡이 구축해둔 생태계를 모두 이용할 수 있다는 점이 차별 요인이라는 평가다.
그러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보안 체계를 전반적으로 손질해야 한다는 목소리는 여전하다. 단기적인 여론 잠재우기만으로는 훼손된 기업 이미지를 만회하기 어렵다. 이와 함께 보안 강화 선언을 넘어 추가 유출을 막을 수 있는 실효성 있는 대책도 하루빨리 구체화해 실행에 옮겨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이번 사태 이후 쿠팡 일간 이용자 수가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고 하는데, 소비자들이 구매 목적으로 쿠팡을 이용했다기보다는 사태의 실체를 직접 확인하기 위해 접속한 측면이 클 것"이라며 "다른 플랫폼이라고 안전할 것이라는 보장이 없다는 점을 고려하면 쿠팡을 대체할 정도의 마땅한 대안이 없다는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또 "사실상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보상 체계는 쉽지 않은 데다, 이미 벌어진 일인 만큼 시간을 두더라도 재발 방지 대책은 조속히 마련돼야 한다"면서 "징벌적인 손해배상 논의만 앞세우는 방식이 아닌 정부의 정책적인 지원과 감독 방식에 대한 혁신도 함께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