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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드 스토리]올리브영, 넌 계획이 다 있구나

  • 2025.12.03(수) 07:00

필리밀리·케어플러스·딜라이트 등 PB 인기
PB로 비주류 K뷰티 제품군 영향력 넗혀

그래픽=비즈워치

올리브영 어워즈

지난주, 뷰티업계에 중요한 이슈가 하나 있었습니다. 바로 CJ올리브영이 '2025 올리브영 어워즈'를 발표한 겁니다. 원래 이맘때면 여기저기서 시상식도 하고, 순위도 매기고 하는 게 부지기수인데 이를 '중요한 이슈'라고 부를 만한 이유가 있을까요. 네 있습니다. 주최가 다름아닌 '올리브영'이기 때문입니다.

매년 올리브영 어워즈가 발표되면 가장 바빠지는 건 올리브영이 아닌 수상 기업들입니다. 저마다 올해 올리브영 어워즈 수상 제품들을 마케팅하기 바쁩니다. 실제로 올해에도 올리브영 어워즈 발표 직후 주요 K뷰티 브랜드들이 잇따라 'O년 연속 올리브영 어워즈 수상'이라는 제목으로 보도자료를 배포했습니다. 마치 아카데미 시상식을 방불케 하는 모습입니다.

2025 올리브영 어워즈/사진=올리브영

그럴 만도 한 것이 올리브영 어워즈 '배지'가 주는 영향력은 생각보다 큽니다. 올리브영에서 잘 팔린다는 건 곧 K뷰티의 최전선에서 한 발 앞서나가고 있다는 증표나 다름없기 때문입니다. 해외 소비자들이 K뷰티 제품을 고를 때 가장 눈여겨보는 것 중 하나가 바로 '올리브영 어워즈'입니다. 올리브영 로고가 '인증'인 셈입니다.

몇 개만 살펴 볼까요. 닥터지는 '레드 블레미쉬 수딩 크림'이 7년 연속 수상했다고 밝혔습니다. K뷰티 열풍의 도화선이었던 마녀공장도 올리브영 어워즈에서 5년 연속 1위를 했다며 보도자료를 냈습니다. 

하나만 순위에 올라가도 성공한 브랜드라는데, 여러 제품을 순위에 올린 브랜드도 많습니다. 어노브는 5년 연속 수상과 3관왕을 자랑했죠. 헤어케어 부문에서 '딥 데미지 트리트먼트 EX'가 4년 연속 1위를 차지한 데 이어 샴푸와 실크 에센스도 수상 제품에 이름을 올렸다는 설명입니다. 메디큐브와 아누아도 3~4개 제품이 수상하며 'K뷰티 명가'로 인정받았습니다.

진짜 명가

그런데 올해 올리브영 어워즈에서 가장 많은 수상 제품을 배출한 브랜드는 메디큐브도, 아누아도 아닙니다. 아모레퍼시픽이나 LG생활건강도 물론 아니고요. 올리브영 어워즈 '최다관왕' 브랜드는 바로 올리브영입니다. 올리브영의 PB 중 올해 어워즈를 받은 제품은 아이섀도우 1위 제품인 웨이크메이크 아이팔레트, 립메이크업 2위를 차지한 컬러그램 틴트, 립케어 3위인 브링그린 립에센스를 비롯해 총 7개 브랜드, 11개 제품이 순위에 올랐습니다.

웨이크메이크와 컬러그램, 브링그린은 이미 몇 년째 올리브영에서 독보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는 브랜드들입니다. 올리브영을 대표하는 PB입니다. 2개 제품이 어워즈에서 수상한 바이오힐보 역시 떠오르는 강자입니다. 올리브영을 '과자 맛집'으로 만든 딜라이트는 말할 것도 없죠. '히팅 뷰러'로 초대박을 낸 필리밀리, 상처 패치의 1인자 케어플러스도 모두 올리브영이 직접 만든 브랜드입니다.

2025 올리브영 어워즈에서 아이섀도우 부문 1위를 차지한 '웨이크메이크 소프트 블러링 아이팔레트 08 캔디 코랄 블러링'/사진=올리브영 홈페이지

주요 플랫폼들이 자체 브랜드를 만드는 건 이제 유통업계의 공식이 됐습니다. 대형마트나 편의점, 이커머스도 PB 없이는 돌아가지 않습니다. 이마트가 내놓은 '피코크', 노브랜드나 CU 의 '연세우유 크림빵' 시리즈, GS25의 '혜자 도시락' 등이 대표적인 PB입니다. 마케팅 비용이 덜 드는 만큼 가격이 상대적으로 저렴하고 독점 판매라 플랫폼 내 입지도 좋은 편이죠. 

그런데 올리브영의 PB 강화에는 단순한 매출 증대가 아닌 또다른 이유가 있습니다. 바로 신시장 개척의 첨병이라는 목적입니다. 올리브영은 앞서 2014년에 미국, 2018년엔 중국 시장에 진출한 바 있지만 곧 철수했습니다. 자체 제품 없이 제조사들의 제품을 유통하기만 하는 방식으론 빠른 시장 변화에 바로바로 대응하기 어려운 점이 있었죠.

올리브영 매장에서 K뷰티 제품을 구매하는 외국인 소비자들/사진=올리브영

최근 들어 올리브영은 PB를 해외 시장에 집중 소개하고 있습니다. 인기 PB를 통해 현지 반응을 살피고, 쌓인 데이터를 통해 입점 브랜드들의 진출을 돕는 구조를 만들겠다는 입장입니다. 올리브영 입점 브랜드의 대다수는 중소 브랜드입니다. 올해 어워즈 1위 수상 제품의 70% 이상이 중소 K뷰티 브랜드 제품입니다. 좋은 제품을 만들지만 해외 공략에 어려움을 겪는 곳이 많습니다. 

올리브영의 구상이 '잘' 가동된다면, PB로 닦아놓은 K뷰티 수출의 길을 따라 수많은 중소 브랜드가 수출 역군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습니다. 올리브영이 늘 'K뷰티 생태계 구축'을 외치는 것 역시 이런 목표가 있기 때문일 겁니다. 물론 이 모든 구상이 잘 이뤄지려면 한 가지 전제가 필요합니다. 올리브영이 K뷰티 브랜드들을 '매출원'이 아닌 'K뷰티 동료'로 바라보는 겁니다. 참 쉽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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