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헬스앤뷰티(H&B) 업계 1위 CJ올리브영이 내년 미국 시장에 도전장을 내민다. 세계 최대 규모의 화장품 시장인 미국은 '울타뷰티'와 '세포라' 등 글로벌 플레이어들이 장악하고 있는 격전지다. 이에 따라 올리브영이 한국에서 쌓은 운영 노하우와 K뷰티 경쟁력을 앞세운 차별화 전략을 통해 미국 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할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된다."이제는 실전이다"
올리브영은 내년 5월 미국 캘리포니아주 패서디나에 1호점을 오픈할 예정이다. 이 매장을 미국 사업의 전진기지로 삼아 K뷰티에 대한 현지 소비자 유입을 극대화하겠다는 생각이다. 해당 지역에서의 초기 성과를 바탕으로 향후 로스앤젤레스(LA) 웨스트필드 등 검증된 캘리포니아 상권에 추가 출점도 검토 중이다. 이를 위해 지난 2월 설립한 미국 법인 최고경영자(CEO) 자리에 권가은 경영리더를 앉히며 조직도 재정비했다.
올리브영은 이번 미국 진출을 단순한 출점 이상의 의미로 보고 있다. 현재 미국 시장에서 K뷰티의 인기는 그야말로 폭발적이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중심으로 한 콘텐츠 기반 마케팅과 현지 파트너, 인플루언서 협업을 통해 자연스러운 소비자 구매 연결 구조를 구축한 덕분이다. 실제로 스태디스타에 따르면 미국 시장에서 K뷰티 제품 선호도는 42.2%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K뷰티는 그동안 아마존이나 해외 직구(직접구매) 등 온라인을 통해 개별 상품 단위로 소비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K뷰티 브랜드를 한 곳에서 경험할 수 있는 플랫폼이 부재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일부 K뷰티는 브랜드 스토리와 카테고리 확장성을 충분히 전달하지 못한 채 단발성 소비에 머무르는 한계도 존재했다.
올리브영은 미국 매장을 상품 기획자(MD)의 큐레이션 역량과 매장 운영 노하우를 집약한 'K뷰티 쇼케이스' 형태로 조성하겠다는 계획이다. 한국 매장과 올리브영 글로벌몰을 통해 축적한 북미 고객 데이터를 기반으로 뷰티, 웰니스 브랜드까지 아우르는 상품을 선보이는 게 특징이다. 여기에 브랜드 경험을 극대화하고자 체험 서비스도 도입할 전망이다. K뷰티 브랜드들의 경쟁력과 한국형 H&B 모델을 직접 알리는 '공동 플랫폼' 역할을 수행하겠다는 의미다.
온·오프라인 경험을 연결하는 구조도 미국에 적용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올리브영은 CJ대한통운 미국 법인과 협업해 현지에서 상품을 직접 발송하는 물류 체계를 구축하는 데 속도를 내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이 경우 기존 5~7일 걸리던 배송 기간이 단축되는 건 물론 글로벌몰 구매 시 자동으로 부과되던 15% 관세도 사실상 사라질 전망이다. 가격 경쟁력과 소비자 접근성을 동시에 확보하는 셈이다.옴니채널 이식
다만 올리브영의 미국 진출에는 난관도 적지 않다. 먼저 미국은 화장품에 대한 규제가 까다로운 시장으로 꼽힌다. 일례로 자외선 차단, 노화 방지, 주름 개선, 여드름 케어 제품 등은 현재 일반의약품(OTC)으로 분류되고 있다. 기능성 표현에 대한 규제 폭이 넓어 브랜드가 미국 시장용으로 성분을 조정하거나 제품 라벨링을 재설계 하지 않고는 판매가 어렵다.
이 중에서도 자외선 차단제의 규제장벽은 더 높다. 한국이 '자외선으로부터 피부를 보호하는 제품'으로 단순 분류하는 것과 달리, 미국은 의약적 효능을 가진 제품으로 보고 있어서다. 이 때문에 미국 식품의약국(FDA)로부터 성분을 승인받지 못해 현지에 유통하지 못하는 사례가 많다. 특히 현재 올리브영에서 판매되는 브랜드가 대부분 규제 대응 여력이 부족한 인디 브랜드라는 점을 고려하면 초기 경쟁력을 좌우하는 매장 내 브랜드 구성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
여기에 일부 K뷰티 브랜드는 이미 현지 대형 유통사인 울타뷰티, 세포라와 독점 계약을 맺고 미국 시장에 진출한 상황이다. 올리브영 미국 매장에 입점이 제한된다는 의미다. 무엇보다 울타뷰티만 하더라도 미국 전역에 1400개가 넘는 오프라인 매장을 운영하는 등 상당한 시장 지배력을 가지고 있다. 한국 내 올리브영 전체 점포 수(1394개)보다도 많다. 이 같은 제약은 올리브영이 미국에서 단기간에 한국식 모델을 구현하는 데 걸림돌이 될 수 있다.
일각에선 올리브영이 미국에서 과거 롭스, 랄라블라와 유사한 상황에 놓일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한다. 올리브영이 한국에서 크게 성장할 수 있었던 건 '옴니채널' 전략 덕분이다. 하지만 미국에서는 대형 유통사들이 모두 온·오프라인을 통합한 옴니채널을 구현하고 있어 국내와 달리 큰 경쟁력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올리브영 관계자는 "현재 400여 개 K뷰티 브랜드와 협의하며 관련 규제를 신중히 검토하고 있다"면서 "향후 다양한 뷰티, 웰니스 카테고리 상품을 폭넓게 추가 입점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