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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자도 몰랐던 '파스타 다이어트'의 비밀

  • 2025.11.23(일) 13:00

[생활의발견]단백질 함량 높은 듀럼밀로 제조
라면 등 혈당지수·칼로리에 큰 차이 없어
곁들이는 음식·먹는 양이 더 중요해

그래픽=비즈워치

[생활의 발견]은 우리의 삶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소재들을 다룹니다. 먹고 입고 거주하는 모든 것이 포함됩니다. 우리 곁에 늘 있지만 우리가 잘 몰랐던 사실들에 대해 그 뒷이야기들을 쉽고 재미있게 풀어보려 합니다. [생활의 발견]에 담긴 다양한 이야기들을 읽다 보면 여러분들은 어느새 인싸가 돼 있으실 겁니다. 재미있게 봐주세요. [편집자]

파스타 다이어트

AI가 사람과 자연스럽게 대화를 나누고, 운전대에서 손을 떼도 차가 집 앞까지 데려다주는 세상이 오고 있습니다. 사실 거의 다 왔죠. AI와 인간을 판가름한다는 '튜링 테스트'도 무용지물이 된 지 오래입니다. 과학의 발전이자 인류의 발전입니다. 

하지만 아직도 우리가 정복하지 못한 것들은 아직 너무나 많습니다. 저는 환절기마다 어김없이 감기에 걸리고 눈이 간지러운데요. 약으로도 증세를 완화해줄 뿐 벗어날 수는 없습니다. 또 하나 예를 들어 볼까요. 비가 오면 아직도 우산을 꺼낼 수밖에 없습니다. 한 손으로 우산을 들어야 하니 귀찮기도 하고 실내에 들어오면 빗방울이 뚝뚝 떨어지니 지저분해지기도 하고 옷에도 비가 묻기 일쑤입니다. 인류가 해결하지 못한 난제라 할 만합니다.

이런 파스타는 다이어트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사진=pexels

인류의 난제가 또 하나 있죠. 바로 '다이어트'입니다. 최근 '위고비'니 '마운자로'니 하는 주사제들이 다이어트 문제를 해결해 줄 희망으로 떠오르기는 했지만 모든 사람이 다 이 주사를 맞을 수 있는 건 아닙니다. 아직도 대다수의 사람들은 살이 덜 찌는 음식을 찾아 헤매입니다. 계절이 바뀔 때마다 최신 다이어트 푸드가 연관검색어에 뜨고 수많은 기사가 쏟아지는 데에는 다 이유가 있습니다. 그만큼 많은 사람들이 '살 안 찌는 음식'을 찾고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수많은 '다이어트 음식'이 뜨고 지는 와중에 제 눈길을 끈 음식이 하나 있습니다. 바로 '파스타'입니다. 파스타는 이전부터 다이어트에 관심이 많은 사람이라면 알고 있는 의외의 '다이어트식'입니다. 밀가루로 만든 면이 주재료이니 칼국수나 라면과 뭐 크게 다른 게 있을까 싶지만, 파스타면의 주원료인 듀럼밀은 GI(혈당지수)가 낮아 다이어트에 좋은 것으로 알려져 있죠. 

최근엔 유튜버 겸 방송인 '풍자'가 파스타 다이어트로 17㎏을 감량했다고 밝히며 또 한 번 화제가 되기도 했는데요. 정말 파스타를 많이 먹으면 살이 빠질까요? 다른 밀가루 음식과 본질적인 차이가 있는 걸까요? 겨울을 앞두고 내 몸이 지방을 축적하는 지금. 이번 [생활의 발견]에서 파스타에 대해 살펴보기로 했습니다.

숫자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우선 알려진 이야기부터 확인을 해 보면 좋겠죠. 파스타에 사용되는 밀의 품종은 '듀럼밀'입니다. 이 듀럼밀을 거칠게 갈아낸 밀가루를 '듀럼밀 세몰리나'라고 부릅니다. 파스타면을 만드는 밀가루가 바로 이 듀럼밀 세몰리나입니다. 대부분의 파스타는 다 이 밀가루로 만든다고 보시면 됩니다.

파스타가 다이어트 식품이라는 건 이 듀럼밀이 단백질 함량이 높고 GI가 낮기 때문인데요. 단백질 함량은 제품마다 편차가 있지만 대략 100g당 12~14g 안팎입니다. 500g에 1만원이 넘는 마르텔리 파스타면의 단백질 함량이 13.1g인데 3분의 1 가격인 디벨라 파스타면도 12g, 데체코 면은 14g으로 가격과는 별 상관이 없습니다.

파스타면의 GI는 55입니다. 쌀밥(69.9)의 80%정도에 불과하죠. 파스타가 다이어트에 좋다는 주장의 가장 큰 근거입니다. 그런데 이건 오로지 '백미밥'일 때만 해당되는 이야기입니다. 똑같은 쌀로 만들었어도 쌀국수라면 GI가 52로 줄어듭니다. 파스타와 비슷합니다. '듀럼밀'이 아닌 그냥 밀가루로 만드는 소면, 칼국수면도 GI가 50 미만입니다. 

'한국인 다소비 탄수화물 식품의 혈당지수와 혈당부하지수'에 소개된 쌀밥과 쌀국수면, 칼국수면, 스파게티면의 GI 비교/사진=농촌진흥청

다른 주요 영양소의 함량을 봐도 큰 차이가 없습니다. 청정원 파스타면의 탄수화물 함량은 100g당 73g입니다. 다른 파스타들도 대략 70~73g 안팎으로 비슷합니다. '비'건강식의 대표 주자인 라면은 어떨까요. 오뚜기 사리면 110g의 탄수화물 함량은 76g입니다. 100g당 함량은 69g으로 파스타면과 비슷합니다. 포만감에 도움을 준다는 식이섬유 함량 역시 듀럼밀이 100g당 3g 안팎, 일반 밀은 2g 안팎으로 큰 차이가 없습니다.

업계 관계자는 "미미한 성분 차이가 있긴 하지만 그게 1인분 함량에서 다이어트의 성패를 좌지우지할 정도로 결정적 요소는 아니다"라며 "흰 쌀밥이어도 반찬을 균형있게 가져간다면 건강식이 될 수 있고 듀럼밀 파스타여도 크림 소스에 소시지를 곁들인다면 살을 찌우는 음식이 된다"고 말했습니다.

파스타가 '건강식'인 이유

그럼 왜 파스타가 대표적인 '건강 면요리'로 꼽힌 걸까요. 파스타가 건강식으로 불리는 건 주로 서양권의 연구에 기인합니다. 베이글이나 도넛 등과 비교하면 당연히 파스타는 '건강식'에 속합니다. 식습관이 다른 우리나라에서는 100% 동일하게 적용하기 어려운 이야기입니다. 

파스타는 라면이나 쌀국수, 우동 등에 비해 '덜 익혀 먹는' 면 요리라는 점도 중요합니다. 파스타는 일반적으로 '알 덴테'로 익혀야 한다고들 말하죠. 심지가 살짝 씹힐 정도로 익히는 방식입니다. 파스타가 혈당을 덜 올리는 것도 대부분 여기에 기인합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파스타도 물렁할 정도로 푹 익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러면 건면류와 큰 차이가 없다는 게 식품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입니다.

사진=pexels

소스의 선택도 있습니다. 파스타 다이어트의 대표 주의사항이죠. 파스타가 다이어트식으로 불리는 건 오로지 심플한 '오일 파스타'일 때만입니다. 앞서 말씀드렸듯 베이컨, 미트볼 등 부재료가 잔뜩 들어간 크림 파스타나 토마토 파스타는 말할 것도 없고 오일 파스타여도 새우가 듬뿍 들어 있다면 다른 식사와 비슷한 '맛있는 한 끼'일 뿐입니다.

부재료의 차이에서 오는 효과도 있습니다. 쌀국수의 경우 함께 따라오는 국물이 '고기 육수'인 반면 오일 파스타는 올리브유입니다. 면만 보면 비슷하더라도 고기국물과 올리브유의 차이는 명백합니다. 단일 메뉴, 단일 재료의 영양 성분만 볼 게 아니라 한 끼 식사의 전체 조화가 중요하다는 뜻입니다.

사실 어떤 음식이든 많이 먹으면 살이 찝니다. 파스타만 먹고 살을 뺐다? 중요한 건 '파스타만'이 아니라 파스타를 '얼마나' 먹고 살을 뺐느냐입니다. 패스트푸드의 대표인 햄버거도 적당히 먹으면 균형잡힌 영양식이 됩니다. 오일 파스타를 한 끼에 200g씩 먹으면 살이 찝니다. 한 가지만 먹어도 완벽한 만능 음식이란 건 없습니다. 파스타는 적당히, 샐러드와 함께 드시는 게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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