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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익 반토막' IB 한파에 채권주관 공들이는 증권가

  • 2023.06.15(목) 08:00

신한·IBK투자, 커버리지 인력 늘리고 IB 실무통 영입
부동산 침체로 IB 맥 못추자 회사채 등 발행주관 사활
금리 하향안정에 조달수요↑…유리한 환경도 한 몫 

증권가가 채권발행 주관 업무에 부쩍 공을 들이고 있다. 기업금융(IB) 실적을 반토막 낸 부동산 경기 침체가 좀처럼 개선 기미를 보이지 않으면서 IB부문을 살려낼 캐시카우로 '채권 주관'을 점찍은 것이다. 

이들 증권사는 커버리지 등 관련 역량 강화에 방점을 둔 조직개편에 나서는가 하면 채권발행시장(DCM) 경험이 많은 실무통을 영입하고 있다. 최근 살아난 회사채 시장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추세다. DCM 분야의 입지를 재정비해 IB 공백을 최소화하려는 시도다. 

서울 여의도 증권가 / 사진=비즈워치

인원 늘리고 베테랑도 영입…회사채 주관도 활발

1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신한투자증권는 이달 초 IB 전담 조직인 GIB그룹 내 소폭의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여기에 편제된 기업금융1본부 안에 커버리지3부를 신설한 게 골자다. 현장에서 기업들의 자금 수요를 파악하고 채권발행 등 적절한 조달 방법을 제안하는 커버리지 부서는 증권사 IB 비즈니스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다. 이 부서를 기존 2개에서 3개로 늘린 것이다.

신한투자증권 관계자는 "채권발행 주관 등 커버해야 할 기업이 많아지면서 3부를 신설했다"며 "실제 인원을 더 투입했고 추가 채용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IBK투자증권은 최근 IB 강화를 위한 조직개편에 이어 DCM 및 주식발행시장(ECM) 분야에 정통한 실무통을 영입했다. 먼저 지난달 중순에는 IB사업부문을 IB부문과 SME(중소기업)솔루션부문으로 재편했다. IB부문에서 기존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을 전담하도록 하되 SME솔루션부문을 새로 만들어 정통IB 사업을 꾸려나간단 계획이다. 

이달 들어서는 기업금융본부장에 김병철 전 유안타증권 기업금융총괄본부장을 새로 임명했다. 기업금융본부는 앞서 신설한 SME솔루션부문에 편제된 부서로 DCM 업무를 비롯해 기존 커버리지까지 모두 소화할 예정이다. 

업계에서는 김 본부장의 영입에 특히 주목한다. 그는 1994년 삼성증권 공채 1기로 입사해 지난 2000년부터 20년 넘게 IB 업무를 담당했다. 커버리지팀장, 기업금융1본부장 등으로 일하며 기업공개(IPO), 회사채 발행 주관, 인수합병(M&A) 자문 등 IB 사업을 전방위적으로 총괄해 DCM과 ECM에 정통한 베테랑으로 평가 받는다. 작년까지 약 2년간 몸담았던 유안타증권에서 또한 테일러메이드 M&A 딜을 이끄는 등 존재감을 드러낸 바 있다. 

대신증권은 최근 회사채 발행 주관에 열을 올리고 있다. 1분기에만 3796억원의 회사채 주관실적을 쌓았는데 작년 연간 회사채 발행 주관규모(약 7156억원)의 절반 이상을 올해 석달 만에 완료한 것이다. 이 증권사는 또 이달 5000억원 규모로 수요예측을 진행해 최대 1조원까지 증액을 예정한 LG에너지솔루션의 회사채 발행 대표 주관사단에도 이름을 올린 상태다. 

반토막 난 IB 순익…DCM 구원투수 될까

증권사들이 채권 주관 업무에 이처럼 공을 들이는 건 그만큼 IB 위기감이 크기 때문이라는 평가다. 앞서 부동산 시장 호황으로 IB부문의 절대적인 수익원으로 자리매김한 부동산 금융이 시장 침체에 고꾸라지면서 이를 보강하기 위한 시도들이 계속되고 있다는 것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국내 영업 중인 증권사 60곳의 올해 1분기 순이익은 3조8968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90% 가까이 급증한 반면 IB부문 수수료 수익은 7586억원으로 같은 기간 50% 이상 대폭 감소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부동산 관련 투자가 위축된 데다 M&A 시장까지 쪼그라든 영향"이라고 전했다. 

증권사 IB의 또 다른 축인 IPO 주관의 경우 최근 중소형주 위주로 시장이 재편돼 큰 수익원으론 시원찮다는 설명이다. 박주연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증권사 IB 수익의 큰 비중을 차지하는 부동산 금융 실적은 앞으로도 둔화가 불가피하고, IPO 역시 중소형주를 중심으로 절대 금액이 많지 않아 시장 분위기가 회복됐다고 보기 어렵다"면서도 "그러나 시장금리 하향 안정화로 DCM 시장은 기대가 되는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실제 시중금리가 내려가면서 회사채 시장에는 모처럼 온기가 돌고 있다. 국고채 3년물 금리는 작년 10월 레고랜드 사태 여파로 연 4.5% 수준까지 치솟았지만 이달 13일 기준 3.4%대로 안정됐다. 신용등급 'AA-'인 회사채 3년물 금리도 같은 기간 연 5.7%대에서 4.2%대로 내려왔다. 

이에 최근 회사채 발행이 늘어나면서 증권사들의 발행 주관 기회는 그만큼 많아졌다. 지난 4월 국내 기업들이 발행한 회사채 규모만 해도 20조1548억원에 달했다. 전년 동월 대비 45%나 급증한 수치다. 윤유동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기업들의 자금조달 수요가 증가해 채권 발행 또한 활발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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