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금리인상 파고에 직격타를 맞았던 증권가가 올해 들어 실적 부담을 덜어낸 것으로 나타났다. 기준금리 인상이 멈추고 채권금리가 전반적으로 소강상태에 들어서자 채권운용 수익이 크게 개선된 영향이 컸다.
미국의 긴축 사이클이 사실상 끝을 향하는 가운데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동결로 시장은 이미 '고점'을 확인했다. 이처럼 금리 변동성이 잦아들자 증권사들이 운용 포지션을 설정하기에도 수월했다는 평가다. '깜짝 실적'을 낸 증권사도 그 뒤엔 채권운용이 있었다.
채권운용 수익 대폭 개선…1분기 실적 견인
2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삼성증권은 올해 1분기 운용수익으로만 2047억원을 거뒀다. 해당 부문에서 손실을 봤던 직전 분기(-817억원) 대비 흑자 전환한 것이자 585억원에 그쳤던 전년 동기보다도 3배 이상 뛴 규모다.
위탁매매(브로커리지), 상품판매수익, 인수자문 부문도 전분기보다 두자릿수 증가세를 보였으나 단연 운용수익 호조가 눈에 띈다. 수치상으로도 운용수익은 전체 순영업수익의 40%에 육박한다. 이에 힘입어 1분기 순이익 또한 2526억원으로 2000억원대를 밑돌던 시장 전망치를 웃돌았다. 삼성증권 측은 "시장 금리가 안정되면서 운용수익이 큰 폭으로 개선했다"고 설명했다.
KB증권도 1분기 금융상품 운용에서만 2017억원의 수익을 냈다. 이 역시 적자였던 전년 동기(-384억원) 및 직전 분기(-1333억원) 대비 모두 흑자 전환한 것이다. 채권이 자산관리(WM) 전체 금융상품자산의 60%에 육박하는 만큼 채권운용에서 선방한 영향으로 보인다.
미래에셋증권은 1분기 3588억원의 운용수익을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50% 이상 늘어난 수치다. 여기에는 보유 중인 미래에셋생명(지분율 22%)에서 나온 약 300억원의 지분법 이익도 포함됐다. 그러나 이를 감안해도 안정감이 엿보인 실적이라는 게 시장의 평가다. 백두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투자자산 평가이익도 있지만 국내 채권 위주로 양호한 매매평가익이 발생한 영향이 크다"고 분석했다.
이밖에도 NH투자증권이 1분기 운용수익으로 1766억원을 벌어 전년 동기(-247억원) 적자는 물론 작년 한해 난 803억원 운용손실을 만회했다.
1분기 국내증권사 가운데 최대 이익을 낸 키움증권도 작년 분기 내내 적자였던 이 부문 수익을 극적으로 끌어올린 사례다. 키움증권은 1분기에 969억원의 운용수익을 올렸다. 이 부문에서는 전년 동기 357억원 손실을 냈고 지난해 연간으로는 적자규모가 1629억원에 달한 바 있다.
내려온 채권금리에 평가이익 '껑충'
이들 증권사가 이처럼 운용부문에서 선방한 건 치솟던 시장 금리가 하향 안정세를 보이면서 채권금리도 내려간 덕분이다.
실제 올해 1분기 말 기준 국고채 3년물 금리는 연 3.27%로 작년 말 3.722% 대비 0.452%포인트나 내려왔다. 같은 기간 회사채(AA-) 3년물 금리는 연 5.231%에서 4.074%로 1.157%포인트나 하락했다. 더욱이 한국은행은 올해 들어 기준금리를 3연속 동결했다. '금리 피크아웃'(금리가 정점을 찍고 내려오는 것)에는 더욱 힘이 실린다.
이렇게 채권금리가 낮아지면 반대로 채권값은 상승한다. 증권사들이 보유한 채권의 평가이익도 자연히 늘어난다. 지점에서 판매하는 주가연계증권(ELS) 등 금융투자상품은 규모에 비례해 채권을 의무보유해야 한다는 점에서 이 역시 금리에 따라 손익이 갈린다.
윤유동 NH투자증권 연구원은 "1분기 시장 금리가 지난해 고점 대비 하락하면서 증권사들은 큰 폭의 채권평가이익을 인식했다"며 "올해 하반기 기준금리까지 내려하면 연간 채권운용에 더욱 우호적인 분위기가 형성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임희연 신한투자증권 수석연구원은 "채권금리가 내려가면서 증권사들의 채권운용수익이 큰 폭으로 개선된 것"이라며 "금리 하락으로 증권사들에게는 유리한 환경이 조성됐다고 할 수 있다"고 짚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