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을 향한 개인투자자들의 러시가 매섭다. 시장 변동성이 커진 상황에서 안정성에 방점을 찍은 투자 수요가 늘어나고 있다. 금리가 정점에 다다랐다는 신호 속에 이자 메리트는 약해졌지만 예금 대비 경쟁력은 여전하다는 점이 장점으로 부각하는 모습이다.
마침 국채법 통과로 빗장이 풀린 개인투자자 전용 국채에도 관심이 모인다. 연내 발행되는 이 국채는 만기까지 가져가면 일정 한도에서 이자수익을 분리과세하는 절세 상품이다.
누적 순매수만 13조…상반기 중 작년 역대 기록 경신할 듯
11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개인들은 지난달에만 4조2479억원의 채권을 순매수했다. 이는 역대 최대 순매수 기록을 세운 작년 8월(3조2463억원) 수치를 경신한 것이자 같은 기간 보험(2조9884억원), 연기금(3조5939억원), 기타법인(3조1487억원) 등 시장의 '큰 손'인 기관들의 매수 규모를 뛰어넘는 것이다.
지난해 가파른 금리 인상으로 개인투자자의 채권 순매수 금액은 20조원을 돌파하며 사상 최고치를 찍었다. 올 들어선 매수 증가세가 더 가파르다. 이달 9일까지 최근 4개월여의 누적 순매수 규모만 13조6724억원에 이른다. 이대로라면 상반기 내 작년 연간 기록이 깨질 수 있다.
연내 금리 인하 가능성이 커지면서 최근 채권금리는 계속 하락세다. 금리 메리트가 떨어지고 있는데도 개인들의 채권 러브콜은 더 거세지고 있다.
그 배경에는 최근 수요가 급격히 늘어난 초장기 국채가 있다. 현재 개인 누적잔고 1000억원 이상인 채권 가운데 최선호 종목은 국고19-6(2조1000억원)이다. 이 채권은 발행만기가 20년, 잔존만기가 16년인 초장기채권이다. 이외 국고 20-2(1조1000억원)가 발행만기 30년, 잔존만기 26년이고 21-9(2676억원)는 발행만기 20년, 잔존만기 18년으로 역시 안정성이 담보된 초장기채권이다.
이들 장기채권은 시중금리가 내려갈 때 가격이 오른다. 잔존만기가 긴 만큼 금리에 따른 가격 변동폭이 클 수 있어서다. 특히 지금처럼 증시 불확실성이 높을 때는 만기까지만 보유하면 원금에 이자까지 그대로 회수할 수 있다는 점에서 안전자산으로서의 장점이 있다.
금리 메리트가 없는 것도 아니다. 현재 시중은행 정기예금 금리가 연 2.95%(6개월)에서 3.16%(36개월) 범위 이내인 반면, 국고채 20년물은 연 3.35%, 단기 우량등급 회사채는 연 4.1~4.7%대에 형성돼 있다. 안정성과 상대적으로 높은 수익률을 고려하면 투자 매력이 충분한 셈이다.
연말 개인전용 국채 발행…분리과세 등 혜택 기대
이처럼 채권 수요가 높아진 상황에서 연내 발행을 예정한 개인전용 국채에도 이목이 쏠린다. 지난 3월 국채법 일부개정법률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매입 자격을 개인에 한정한 '개인투자용 국채'의 발행 근거가 생겼기 때문이다.
이 국채는 공개시장에서 입찰로 금리를 결정하는 일반 국채와는 다르게 정부가 사전에 공고한 이자율로 발행한다. 만기가 10~20년인 장기채 중심이다. 만기까지 보유 시 2억원 한도(매입금액)로 이자수익을 종합소득에 합산하지 않고 분리과세(14%)한다.
아직 시행규칙 개정과 입법예고 같은 절차는 남아있지만 늦어도 연내에는 발행을 시작할 것으로 보인다. 정책당국 관계자는 "전용 시스템 구축 등 준비해야 할 것들은 많지만 일단 법이 통과된 만큼 시간이 오래 걸리지는 않을 것"이라며 "연내 발행 개시를 추진 중"이라고 말했다.
다만 개인전용 국채는 소유권 이전 또한 상속이나 강제집행 같은 특수한 경우를 제외하곤 중간에 팔 수 없다. 유통시장의 혼란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정부는 대신 만기까지 보유하면 앞선 세제혜택에 더해 가산금리 등 추가 인센티브를 주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자소득이 목적인 장기 저축성 상품에 가까워지는 것이다.
김명실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채권에 투자하는 개인투자자들은 안정성과 금리 메리트를 추구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장기 투자를 계획한다면 금융소득종합과세도 피하고 금리 혜택도 있는 개인투자용 국채를 고려할 만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