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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투도 8조'…증권사 대형화 속 양극화도 심화

  • 2023.06.23(금) 14:00

종투사 9곳이 전체 증권사 70% 차지…쏠림 심화
'규모의 경제' 경험한 증권가…인수·매각설 지속

미래에셋증권이 업계 최초로 자기자본 10조원을 넘어선 지 2년 만에 이번에는 한국투자증권이 자기자본 8조원 돌파를 목전에 뒀다. 종합금융투자계좌(IMA)와 부동산 담보신탁 업무가 가능한 초대형IB(투자은행) 증권사가 2곳이나 나온 것이다.

이러한 증권사 대형화 바람에 자본 양극화도 그만큼 심화하고 있다. 자기자본이 3조원 이상인 국내 종합금융투자사업자(종투사)만 9곳에 달하지만 아직 몸집이 1000~2000억원대인 증권사도 여럿이다. 치열한 체급싸움 속에서 증권사들의 매각설이 끊이지 않는 배경이다.

몸집 82조 증권가…11조 미래·8조 한투 '앞장'

2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내에서 영업 중인 증권사 61곳의 자기자본은 올해 1분기 말 기준 82조4951억원에 이른다. 최근 1년 새 5조원 이상 늘어난 규모이자 3년 전 대비로는 34% 가까이 급증한 규모다.

증권사 대형화의 최전선엔 미래에셋증권이 있다. 자기자본이 2021년 반기 말 10조원을 넘어선데 이어 올해 1분기 말에는 11조8653억원을 기록해 명실상부 국내 자기자본 1위 증권사로 입지를 굳혔다.

여기에 최근 유상증자 계획을 밝히며 자기자본 8조원 돌파를 예고한 한국투자증권까지 가세하면서 증권사들의 전체 몸집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한국투자증권은 지난 16일 이사회를 열고 4000억원 규모의 주주배정 유상증자를 결정했다. 

이 증권사의 지난 1분기 말 자기자본은 7조6100억원으로, 1년 전보다 1조5000억원가량 늘었다. 이번 증자까지 마무리하면 자기자본 8조원이 넘어서면서 신규 사업 영역이 넓어진다. 

자본시장법 시행령 제77조의3과 제77조의6 등에 따르면 자기자본 8조원 이상인 증권사는 IMA 관리업무, 즉 판매가 가능하다. IMA는 투자자가 예탁한 자금을 기업금융 관련 자산 등에 운용하고 그 수익을 지급하는 계좌로, 증권사가 원금을 보장한다. 예탁한도에 제한이 없기 때문에 증권사로선 수신기능을 확보할 수 있는 수단이 된다. 

현재 전업 부동산 신탁회사 이외 은행에만 겸업을 허용한 부동산 담보신탁 업무도 시작할 수 있다. 또한 자기자본의 2배까지만 발행이 가능한 발행어음 한도 역시 몸집 확대로 자연스럽게 늘어난다. 발행어음은 증권사가 자체 신용으로 발행하는 만기 1년 이내의 어음이다. 

1000~2000억 증권사 다수…끊이지 않는 인수설

끝나지 않는 긴축 사이클과 시장 불확실성에 정통 사업부문인 위탁매매(브로커리지)를 필두로 증권사들의 수익 둔화는 불가피해진 면이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이들 신규 사업으로의 진출은 타개책이 될 수 있다. 김남구 한국금융지주 회장도 앞서 지난 3월 정기주주총회에서 "자기자본이 8조원을 넘길 것 같으니 IMA를 하게 되면 좋을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다만 증권사 대형화 이면에는 자본의 양극화 심화도 보인다. 이미 일정 수준의 체급을 갖춘 대형 증권사들이 막강한 자금력으로 사업을 확장하면서 다시 자본이 몰리는 식이다. 실제 자기자본 3조원 이상인 종투사 9곳의 자기자본 규모는 총 56조7146억원으로 전체의 70%에 육박한다. 나머지 증권사 52곳의 자기자본 합계는 약 25조7805억원에 그쳐 상위 9곳의 절반에도 못 미쳤다. 

국내에 지점을 둔 외국계 증권사는 제외하더라도 엄연한 토종 증권사로서 사업을 하고 있음에도 자기자본이 1000~2000억원대에 불과한 증권사도 여럿이다. 흥국증권과 토스증권은 자기자본이 각각 1320억원, 1558억원으로 2000억원이 안 되고, 리딩투자증권(2126억원), 상상인증권(2269억원), 카카오페이증권(2313억원), 케이프투자증권(2609억원)도 3000억원에 못 미친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증권가에서는 매각설이 끊이지 않는다. 작년 말 우리금융그룹으로부터 피인수설이 불거진 바 있는 유안타증권(1조5078억원)을 제외하면 매각설이 돌았던 한양증권(4594억원), 유진투자증권(9713억원), SK증권(6112억원) 모두 1조원이 안 되는 체급이다. 사모펀드(PEF)가 대주주인 까닭에 매번 매물로 거론되는 케이프투자증권이나 흥국증권도 그렇다. 

업계에서는 자본 쏠림 현상이 계속되는 만큼 증권사 인수·매각은 활발해질 수밖에 없다는 관측이다. 자기자본이 클수록 성장에도 속도가 붙는 '규모의 경제'가 그간 증권사들의 실적으로 증명돼왔기 때문이다. 지난해 증권사 순이익 1위를 기록한 메리츠증권(8281억원)을 비롯해 미래에셋증권(6194억원), 한국투자증권(5686억원), 키움증권(5082억원), 삼성증권(4239억원) 등 '톱5' 증권사 중 키움증권을 제외한 4곳이 자기자본 5조원 이상인 대형 증권사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자본력을 통해 새 수익원인 신사업에 진출할 수 있는 만큼 이는 증권사들에게 강력한 무기가 된다"며 "지금처럼 '돈이 돈을 부르는' 사업 모델에서 앞으로 더욱 공격적인 인수·매각이 이뤄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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