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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시줍줍]300% 무상증자 체험기 f. 권리매도에 대한 '경각심'

  • 2023.09.29(금) 10:00

독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공시줍줍으로 오랜만에 인사드리는 박수익 기자입니다.

오늘 공시줍줍 주제는 자본금을 늘리는 행위를 뜻하는 증자(增資) 앞에 '무상(無償)'이란 단어가 하나 더 붙는 무상증자예요.

무상증자는 그동안 공시줍줍에서 몇 번 다뤘던 주제이죠. 따라서 무상증자와 관련한 이론적인 내용은 생략하고, 오늘은 제가 직접 무상증자를 시행하는 종목에 소액 투자해본 경험을 공유해볼까 해요. 

그래도 무상증자 이론이 궁금하다면 아래 기사를 참고해주세요!

2020년 9월 15일자 [공시줍줍]자본금 Flex 해버렸지 뭐야
2023년 5월 2일자 [공시줍줍]재평가적립금으로 무상증자하는 영풍제지 

막차로 무상증자 권리 획득 f. 삼기이브이

오늘 무상증자 실전 투자기에 출연할 종목은 코스닥 상장사 삼기이브이. 이 회사는 자동차용 알루미늄 부품 제조사 삼기가 전기차 부품 제조사업부를 물적분할로 떼어낸 곳이죠. 올해 2월 초 코스닥에 상장한 이후 지난달 300% 무상증자를 발표했는데요. 

여기서 '300%'란 무상증자로 새로 찍어내는 주식이 기존 총발행주식의 얼마인지, 즉 신주 발행 비율을 뜻해요. 

삼기이브이는 기존 1429만9060주를 발행해놓은 상황에서 무상증자로 4289만7180주를 추가로 찍어내 주주들에게 나눠주기 때문에 '300% 무상증자'가 되는 것이죠. 증자 전 1주를 가진 주주에서 신주 3주를 지급한다는 뜻이기도 하고요. 

증자 공시를 볼 때는 신주발행 비율과 함께 신주배정기준일도 먼저 살펴야 해요. 신주를 받을 권리를 확보하는 날짜를 뜻하니까요.

삼기이브이는 8월 17일 무상증자를 결정하면서, 신주배정기준일을 약 보름 뒤인 9월 1일로 정했어요. 이 날짜까지 주주명부에 이름을 올린 주주를 대상으로 무상증자 신주를 나눠주기로 한 것이죠. 

그런데 우리나라 주식결제 시스템(매수일+2일)을 생각하면 신주배정기준일 이틀 전(주말 제외)까지 실제 주식 매수를 완료해야 해요. 따라서 삼기이브이 무상증자에서는 9월 1일의 이틀 전인 8월 30일까지 주식을 매수해야 무상증자 권리를 확보하는 것이죠.

저는 무상증자 권리를 확보할 수 있는 마지막 날인 8월 30일 장 마감을 몇 시간 앞두고 부랴부랴 주당 1만8150원에 5주를 매수했는데요. 무상증자 행 버스 막차를 탄 셈이죠.

막차탄 무상증자. 8월 30일 삼기이브이 주식을 1주당 1만8150원, 총 5주 매수했습니다

5주를 매입한 이유는 증자 후 보유주식을 20주로 맞추기 위해서였어요. 300% 무상증자, 즉 1주당 3주를 지급하기 때문에 5주를 매입하면 무상증자로 15주를 추가로 받아 총 20주를 보유하는 것이죠.

TMI. 참고로 유상증자에서는 신주배정기준일에 주식을 보유하고 있더라도 실제 청약일에 돈을 내고 청약을 해야만 신주를 받을 수 있죠. 그러나 무상증자는 저처럼 신주배정기준일에 주주명부에 이름만 올려놓으면 자동으로 신주가 들어옵니다. 무상증자에선 청약이란 행위가 없는 것이죠.

환호→당황→안도... 직접 목격한 권리락 착시

주식을 매수한 다음 날(8월 31일)은 권리락이 발생하는 날이에요. 

권리락의 사전적 의미는 권리가 떨어졌다(落)는 뜻. 즉 신주를 받을 권리가 사라지는 날 주가를 인위적으로 낮추는 것인데요.

근데 왜 권리락이 필요하냐고요. 만약 권리락이 없다면 무상증자 한 두 번으로 회사의 시가총액이 두 배 세 배 뛰는 마법 같은 일이 나타나겠죠.

따라서 증자로 발행주식수가 늘어나는 만큼 주식 가격을 낮춰서 증자 전후 시가총액이 같도록 조정하는 자연스러운 작업이고요.

다만 무상증자는 유상증자와 달라 신주를 대량으로 발행하는 사례가 많아서 권리락 폭도 커요. 그래서 권리락 날짜부터 신주상장일까지 착시효과가 매우 강하게 나타나는데요. 저도 그동안 이론으로만 알고 있던 권리락 착시효과를 체감했네요. 

삼기이브이는 권리락 전날 1만8490원(저의 매수단가는 1만 8150원!)으로 마감했는데 하루 뒤인 권리락 당일 기준가격은 4625원으로 시작했어요. 300% 증자 비율 탓에 하룻밤 사이 주가를 '4분의 1' 토막 낸 것이죠. 

하지만 권리락 당일 매수세가 몰리며 6010원까지 치솟는 상한가를 기록했죠. 환호의 순간!

그러나 증권계좌를 열어보곤 당황했죠. 계좌에 찍힌 수익률은 자그마치 마이너스 60%대. 대략 난감.

권리락 다음날 열어본 증권계좌의 모습. 권리락으로 주가가 인위적으로 조정됐지만, 무상증자 신주는 아직 받지 못한 상황. 따라서 처참한 수익률을 기록한 것처럼 보여도 실제론 플러스 수익률!

주가는 분명 상한가를 기록했는데 증권계좌에는 폭락으로 나타난 건 주가는 권리락을 반영해 낮아졌지만, 무상증자로 받을 신주는 아직 계좌로 들어오지 않아 주식 수에서 착시효과가 발생했기 때문이에요. 

당황하지 않고 나중에 받을 신주(15주)까지 계산해 차분히 수익률을 따져보니 이미 40%에 가까운 수익률을 기록 중. 환호에서 당황 그리도 다시 안도!

끝난 거 아님!... 권리매도에 경각심 가져야

이제 남은 건 무상증자 신주를 무사히 받을 날짜만 기다리는 것. 삼기이브이의 무상증자 신주상장일은 9월 22일. 이 날짜에 신주(15주)가 증권계좌로 들어오면서 저의 주식 수는 총 20주로 정확하게 반영되겠죠. 

신주를 팔면 통닭 몇 마리 값을 확보하겠다는 들뜬 상상은 잠시 접어두고, 신주상장일 전 마지막 장애물이 있다는 사실. 바로 권리매도인데요. 

많은 투자자에겐 아직 생소한 개념인 권리매도는 증자(유상, 무상), 주식배당, 전환사채 등으로 신주가 상장할 때 나오는 개념인데요.

신주를 받을 권리가 확정된 사람들이 신주상장 이틀 전부터 미리 매도해서 수익을 조기에 확정할 수 있는 방법이에요. 결제 불이행 위험이 없는 주식이어서 주식결제 시스템(매수일+2일)을 활용해 이틀 전부터 팔 수 있는 것이죠.

지금은 존재하지 않는 주식을 미리 판다는 점에서 공매도와 유사하지만, 권리매도는 본인 것이 확실한 주식을 미리 파는 것이란 점에서 공매도와 다르죠. 그래서 증권 관련 법률에서도 권리매도는 공매도로 보지 않는다는 조항(자본시장법 제180조 2항)이 있어요.

아무튼 삼기이브이의 무상증자 신주상장일은 9월 22일. 따라서 권리매도는 이틀 전인 20일부터 가능했어요. 

투자에 경험이 많은 주주라면, 권리매도 날 미리 주식을 판다는 건 이론으로 알고 있던 사실. 실제로도 그런지 확인하고 싶었는데요.

시세를 확인하러 다시 증권계좌를 열어보니 아니나 다를까 삼기이브이 주가가 폭락하기 시작했죠. 결국 권리매도 첫날인 9월 20일 주가는 전날보다 12.21% 급락 마감했네요. 무상증자 권리를 확보한 많은 투자자가 신주상장일에 너도나도 매물을 쏟아낼 걸 우려하고, 발 빠르게 권리매도로 미리 팔았다고 추측할 수 있는 대목이죠.

따라서 신주상장일만 기다리고 있던 주주라면, 권리매도에 경각심을 가져야 합니다!

참고로 작년에 800% 비율의 역대급 무상증자를 시행했던 노터스(현 HLB바이오스텝)의 사례를 보면요. 당시 무상증자 신주상장일은 6월 22일이었고요. 권리매도가 가능했던 이틀(6월 20~21일) 연속 하한가를 기록했어요. 

경각심을 가지고 권리매도가 가능한 날 다른 주주들처럼 주식을 팔려고 해도 난관에 봉착할 수 있는데요.

이유는 증권사에 따라 스마트폰 버전인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에서 권리매도가 불가능하고, PC 버전인 홈트레이딩시스템(HTS)에서만 가능한 경우가 있기 때문이에요. (일부 증권사는 MTS에서도 가능해요)

저 역시 평소 사용하던 모 증권사 MTS에서 도저히 권리매도 버튼을 찾을 수 없어, 고객센터에 문의하기도 했는데요. 돌아온 답변은 HTS에서만 가능하다는 거였죠. 

증권사마다 권리매도를 지칭하는 메뉴의 이름도 '권리매도' '권리공매도' '입고 예정 공매도' 처럼 다를 수 있고요. 따라서 권리, 공매도, 입고와 같은 단어로 메뉴 검색을 다양하게 해보시면 좋을 듯해요. 

결국 저는 권리매도를 확인해보기 위해 평소에는 눈여겨 보지 않았던 HTS를 내려받았고요. 확인해보니 '입고 예정 공매도'란 메뉴가 있네요. 참고로 이런 화면입니다.

입고예정 공매도(=권리매도) 버튼. 자본시장법에선 권리매도를 공매도로 부르지 않습니다만!

해당 메뉴를 클릭하니 아래처럼 공매도 가능 수량 15주가 나오네요. 바로 제가 삼기이브이의 300% 무상증자로 받을 신주 수량이고요. 이 수량을 신주상장일 이틀 전부터 팔 수 있는 게 바로 권리매도입니다. 권리매도로 팔지 않는다면, 신주배정기준일 당일 정상적으로 입고돼 기존 주식과 합쳐지고요.

참고로 전 권리매도의 방법만 확인한 후 팔지는 않고, 지금까지 잘 보유하고 있답니다. 

HTS로 겨우 확인한 권리매도 가능 수량. 이왕이면 MTS로도 가능하게 만들어 주세요!

공시줍줍의 모든 콘텐츠는 투자 권유, 주식가치의 상승 또는 하락을 보장하지 않습니다. 참고용으로 봐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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