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증시가 전반적으로 부진한 흐름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일본 증시는 올 들어 승승장구하고 있다. 닛케이 225지수는 버블 시대 이후 34년만에 최고치를 달성하기도 했다. 시장에서는 일본의 단독질주 배경으로 주주환원 정책 강화를 꼽았다. 배당수익률을 높여 외국인 매수물량을 끌어들이고 있다는 분석이다.
22일 도쿄증권거래소에 따르면 닛케이225 지수는 3만6500포인트를 웃돌며 1990년 2월 이후 최고치를 찍었다. 작년말 3만3000포인트였던 닛케이지수는 올 들어 9%나 상승했다. 또다른 일본 대표지수인 TOPIX 역시 같은 기간 7% 올랐다.
이는 한국, 홍콩 등 아시아 증시가 전반적으로 부진한 것과는 상반된 흐름이다.
유진투자증권은 일본 주식시장이 강세를 보이는 배경으로 주주환원 정책 강화를 꼽았다. 일본의 배당수익률은 1월 현재 2.2%로 국내 2.0%보다 높다. 배당수익률은 한주당 주식가격 대비 배당금의 비율로, 주주들이 주식을 보유하고 있을 때 얻을 수 있는 수익을 나타내는 지표다.
허재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일본 금리가 0~1%에 불과한 가운데 채권 대비 주식시장의 매력이 꽤 높아졌다"며 "일본 주식시장에서 아직 매수우위는 외국인 뿐이지만, 소극적인 개인과 기관들이 매수우위로 돌아설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배당수익률이 올라간 건 높은 수익성(ROE)과 주주환원정책 강화 덕분이라는 설명이다. 코로나19 팬데믹 발발 전까지만 해도 국내 기업들의 ROE는 일본 대비 높았지만, 지금은 일본 기업 ROE가 9.1%를 기록하며 한국(8.6%)을 역전했다. 배당성향도 일본은 33.6%, 한국은 23.8%로 10%포인트 차이가 난다.
아울러 일본판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인 NISA 제도의 개선도 개인 투자자 수급에 긍정적인 영향을 줬다. 일반형 기준 투자한도는 연간 120만엔, 총 600만엔에서 각각 240만엔, 1800만엔으로 대폭 늘었다. 일본 정부는 이같은 개편 내용을 작년 12월 24일에 발표해 올해 1월부터 적용하고 있다.
물가 상승세가 꺾이면서 통화정책 불확실성 리스크도 진정됐다. 12월 일본 도쿄 물가 상승률은 2.4%로 전월 2.7%보다 낮아졌다.
허재환 연구원은 "일본 통화정책 정상화 시점이 늦어질 것이라는 기대가 높아졌다"며 "지난해 11~12월 엔화가 강해졌으나, 재차 약해지며 일본 증시의 상대적 강세가 나타났다"고 말했다.
업종 가운데서는 해운·철강·도매(상사)·증권·운송장비·광업 등이 강세를 보이고 있는데, 물가가 올라갈 때 강세를 보이는 경기 민감사업이라는 공통점을 갖는다. 또한 이들 업종은 주가순자산배율(PBR) 1배 내외 수준으로 고질적인 저평가 문제를 겪었지만 2023년 이후 PBR이 높아졌다.
일본의 수출회복은 더딘 편이다. 다만 대미 수출이 호전되며 이와 관련된 자동차, 반도체, 일반 기계업체 업종이 수혜를 보고 있다.
허 연구원은 "일본 도요타 자동차 주가는 올해 들어서만 10% 이상 올랐으며, 일본 기계업체 히타치 주가도 올해 16% 이상 뛰었다"며 "대미 수출 업종들에 대한 관심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