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인공지능(AI) 개발에 쓰이는 고대역폭메모리(HBM)의 중국 수출 규제를 강화한 가운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생산하는 HBM도 수출 금지 대상에 포함했다.
증권가에서는 이번 제재안이 주가에 영향을 줄 만큼 재료는 아니라고 평가했다. 오히려 주가를 압박해온 기술격차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는 조언이다.
HBM도 중국 수출 규제에 포함
미국 상무부 산업안보국은 2일(현지시간) 세 번째 중국 반도체 수출 규제안을 발표하고 HBM과 첨단 노드직접회로 생산 장비 24종, 소프트웨어 3종의 중국 수출을 금지하기로 했다. HBM은 D램을 쌓아올려 만드는 고성능 메모리로 AI 가속기 가동에 쓰인다.
이번 제재안에 따르면 미국에서 생산한 장비 뿐 아니라 한국과 이스라엘,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대만에서 제조한 장비에도 제재를 적용한다. 미국 기술을 조금이라도 사용했다면 수출이 금지된다. 다만 일본과 네덜란드는 이번 규제에서 빠졌다.
특히 메모리 대역폭 밀도가 제곱밀리미터(㎟)당 2GB보다 높은 HBM은 예외규정 없이 모두 대중 수출이 막힌다. 이는 SK하이닉스, 삼성전자와 미국 마이크론테크놀로지가 주로 생산하는 제품이다.
이에 따라 국내 기업에 대한 타격을 받을 것이란 우려가 나왔다. 로이터통신은 전문가들을 인용해 "삼성전자 HBM 칩 판매량의 30%가 중국 수출에서 나오는 만큼 타격이 예상된다"고 보도했다. 증권가 "이전과 달라진 것 없어…기술격차가 중요"
그러나 증권가에서 바라보는 시각은 부정적이지 않다. 우선 HBM을 제재 품목에 포함한 것 외에는 기존 내용과 달라진게 없다는 평가다.
고영민 다올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 SK하이닉스의 중국 반도체 생산공장(Fab·팹) 장비 반입은 그대로 승인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중국 HBM 제조업체인 창신메모리테크놀로지(CXMT)가 제재 대상에 포함되지 않아 부정적으로 해석될 수 있지만 극자외선(EUV)·심자외선(DUV) 장비 제재는 그대로 유지한다는게 중요하다"고 밝혔다. EUV, DUV 장비는 D램 양산에 필수적이다. 현재 미국이 EUV·DUV장비의 중국 수출을 막고 있다.
따라서 이번 규제로 국내기업이 받는 타격이 미미할 것으로 내다봤다. 다올투자증권에 따르면 국내기업들은 중국에 직접 공급을 하거나 엔비디아를 거쳐 공급을 하는데 엔비디아의 중국향 매출 비중은 작년 4분기부터 10%내외로 줄었다. 특히 SK하이닉스는 이미 HBM3E(5세대 고대역폭 메모리) 비중을 확대하고 있어 실질적 영향이 제한적이라는 분석이다.
삼성증권도 이번 규제가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에 대한 투자심리에 미치는 영향이 적을 것으로 봤다.
이종욱 삼성증권 연구원은 "투자자들은 기술 격차의 해소 여부에 주목한다"며 "엔비디아 납품 승인에 관심을 보이는 것은 그것이 기술 격차 해소의 중요한 증거이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기술 격차가 해소되면 중국이 없어도 주가는 상승하고, 기술 격차가 해소되지 않으면 중국향 매출은 의미가 없다"고 덧붙였다.
다만 중국 시장을 새로운 먹거리로 꼽아온 국내 장비 제조업체들엔 우려를 높일 수 있다고 봤다. 특히 양산과 직접 관련이 있는 증착, 식각, 산화, 패키징이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국내 반도체 기업들의 주가하락을 매수 기회로 삼을 필요가 있다는 조언이다. 다올투자증권은 "중국향 HBM 매출비중이 극단적으로 낮은 SK하이닉스와 해외직접생산품규칙(FDPR) 비중이 10% 미만인 주성엔지니어링의 주가가 하락했을 때 매수기회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