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4월 국내증시가 공매도 재개를 앞둔 가운데 세계 최초로 시도되는 공매도 전산화 시스템 구축의 실효성에 대해 상반된 의견이 나왔다.
학계에선 현행 법 등을 고려해 최선의 시스템이라고 평가가 나온 반면 개인투자자 쪽에선 당국에 등록을 하지 않거나 소규모 공매도 주문을 내는 기관이 저지른 불법 공매도는 여전히 잡아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금융투자업계는 해외에 사무소를 두고 있는 글로벌IB에 대한 잔고관리시스템을 점검하는데 한계가 있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장철근 KB증권 상무는 20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 사옥에서 열린 '증시 인프라 개선 열린 토론'에서 '공매도 잔고관리 시스템 운영 프로세스'를 설명했다.
앞으로 공매도주문을 내는 기관은 잔고관리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 만일 내부 조직끼리 주식을 차입거래하는 경우 종목별로 조직(독립거래단위)과 회사 전체 매도가능잔고를 산출·관리하는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 주관부서에서 승인을 받아야하며 임의로 독립거래단위를 입력하거나 정정할 수 없다. 또한 독립거래단위별로 직원을 지정하는데 하나의 직원이 복수의 독립거래단위 시스템을 관리할 수 없도록 한다.
핵심 기능은 실시간으로 종목별 잔고를 산출해 매도주문 수량이 매도가능수량보다 많을 경우 해당 주문을 사전에 차단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A회사 내 PBS(프라임브로커리지) 부서의 순보유잔고가 10주, 차입주식이 5주라면 매도가능잔고가 15주다. 이때 해당 부서가 20주의 공매도 주문을 내면 자체적으로 주문이 막힌다
기관들은 이렇게 관리한 매일 종목별 잔고정보를 거래소의 공매도 중앙점검시스템(NSDS)에 보고해야 한다. 거래소는 불법공매도와 보고누락 등 의심거래를 찾아내 기관에 통보한다. 적발된 기관은 사실관계를 증빙하는 자료를 거래소에 제출해야 하거나, 데이터를 누락했을 경우 정정보고 해야한다.
패널토론에선 공매도 전산화 시스템에 대한 평가가 엇갈렸다. 우선 개인투자자 측에선 당국에 공매도 거래법인으로 등록하지 않거나, 시스템 구축이나 공매도 잔고 공시 의무가 없는 잔고 0.01% 이하(1억원 미만 제외) 또는 10억원 이하 기관들은 법망을 피해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정의정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 대표는 "거래소는 민간 개발업체와 12억8000만원을 들여 NSDS를 구축했는데, 그 비용으로 불법공매도로 인한 천문학적 피해를 근절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밝혔다.
정 대표는 "거래 의사를 밝히지 않은 법인이 공매도 후 당일 상환하면 적발이 불가능하다"며 "공매도 잔고 10억 혹은 0.01% 미만 법인은 NSDS 규제의 사각지대가 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등록 의무가 없는 개인 차명 직접주문전용선(DMA) 계좌로 불법 공매도를 자행할 개연성이 있다"며 "NSDS는 한마디로 너무 성긴 그물"이라고 지적했다.
이상목 주주행동 플랫폼 컨두잇 대표도 "무차입 공매도가 자유롭게 가능하지않냐는 불신이 여전히 있다"며 "원천적으로 무차입공매도가 불가능한건지 남은기간 체크해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전산화 시스템 구축에도 불구하고 증권대차 시장에 대한 불균형이 여전히 문제로 남아있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강형구 한양대학교 경영대 교수는 "공매도는 증권대차 시장에 나와있는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며 "증권대차는 증권사의 비즈니스 모델로 기관투자자들의 거래를 대행해주기 때문에 증권사에게 먼저 정보를 줄 수 밖에 없다. 어떤 주식을 공매도 주문을 해야하는 먼저 알게된다"고 말했다.
반면에 공매도 전산화 시스템이 현행 법이 허용하는 범위에서 최선의 대책이라는 평가도 나왔다. 윤선중 동국대학교 경영대 교수는 "중앙집권적으로 대차거래에 대한 정보를 받아 그것을 감독하는게 어렵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이번 안은 그것을 잘 회피한 감시시스템"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법 테두리 안에서 더 좋은 안을 만들긴 쉽지 않았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윤 교수는 전 종목 공매도 재개엔 우려가 있다고 짚었다. 그는 "우리나라에 2500개 상장 기업이 있는데, 우리와 가까운 대만은 1800개로 우리나라 시장의 75%밖에 되지 않는다"며 "따라서 공매도를 재개할땐 과연 거래량이 굉장히 낮은 좀비기업에 대해서까지 공매도를 재개하는 것이 적절한지 의문이 있다"고 밝혔다.
증권업계에선 글로벌 IB의 주문을 수탁받을 때 잔고관리시스템을 직접 감독하는 의무에 대해 한계가 있다는 의견을 전했다. 장철근 KB증권 상무는 "증권사 기관영업부서가 기관주문을 받을때 잔고관리시스템을 체크해 감독원에 보고하게 돼있다"며 "우리나라에 거주하지 않는 외국인의 잔고관리시스템을 직접 실사할 수 없고 점검의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토론회에서 넥스트레이드는 대체거래소(ATS)와 증권사들이 최선집행의무를 수행하기 위한 자동주문전송(Smart Order Routing·SOR) 시스템에 대해 설명했다.
김학수 넥스트레이드 대표는 "넥스트레이드는 한국거래소의 트레이딩, 기업공개 및 유지, 시장청산 인프라 기능 중 거래 기능만 하는 미니거래소"라며 "전체적으로 시장의 역동성을 키우고 투자자 니즈를 관통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를 나타냈다.
다음달 4일 문을 여는 ATS는 거래종목을 1~2주차 10개 종목을 시작으로 한달안에 800개까지 확대할 예정이다. ATS의 출범으로 국내 증권거래 시간은 오전 8시부터 오후 8시까지로 12시간이 된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넥스트레이드가 출범하면서 우리나라 주식 시장에 경쟁체제가 도입된다는 중요한 의미가 있다"며 "다만 넥스트레이드가 거래를 허용한 800개 종목에는 ETF나 ETN은 포함돼 있지 않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간 ETF 시장이 빠른 속도로 성장했고 투자자들의 관심이 ETF에 집중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조속히 ETF를 거래종목으로 편입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