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매도 금지기간이 약 한 달 남은 가운데 주식시장에선 5년만에 전종목 공매도가 가능해질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그동안 펀드들은 증시 유동성 부족을 해결하기 위해선 전면 재개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내왔다. 하지만 공매도 전면재개에 부담이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유동성이 작은 소규모 기업들에 대한 공매도는 불공정거래로 이어질 여지가 있어 좀비기업 퇴출이 먼저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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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 20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증시 인프라 관련 토론회 행사를 마친 뒤 공매도 전종목 재개 허용 여부에 대해 "일부 비우량 기업들과 관련해 전면 재개가 부담스럽다는 말이 있다"면서도 "변동성을 줄이되 한국시장에 대한 신뢰를 얻는 방법을 생각해야 한다는 점에서 개인적으로 다양한 종목에 공매도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금융위원회는 3월 공매도 재개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다음달 중 금감원이 의견을 보고하면 금융위가 최종 결정하는 방식이다.
금융위는 지난 2020년 3월 코로나 팬데믹 여파로 시장 변동성이 커지자 공매도 전면 금지했다가 이듬해 2021년 5월 코스피200, 코스닥150 종목에 한해 공매도를 허용했다. 그러나 지난 2023년 11월 글로벌 투자은행(IB)의 대규모 불법공매도 적발에 따라 시장 체계 점검이 필요하다며 2024년 6월 말까지 공매도를 전면 금지했다. 이후 금지 조치를 2025년 3월30일까지 연장했다.
금융위가 추가 연장에 대한 의결을 내리지 않는다면 공매도는 다음달 31일부터 가능해진다. 이 경우 전체 종목에 대한 공매도가 5년 만에 재개되는 셈이다.
이에 시장에선 공매도 재개가 바짝 마른 한국 증시 유동성에 긍정적 기능을 할 것이란 기대감도 나온다. 외국인투자자들은 국내 주식시장에서 작년 8월부터 6개월 연속 '팔자'에 나서고 있다. 이처럼 외국인이 오랜기간 순매도를 한 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2008년 6~11월) 이후 처음이다.
특히 글로벌 자금 복귀에 기대를 갖고있다. 글로벌 헷지펀드가 운용하는 롱숏펀드는 매수(롱)와 매도(숏) 포지션을 같이 취하는 펀드다. 매수와 매도 포지션을 동시에 가져가 리스크를 최소화하기 위한 것이다. 따라서 롱숏펀드는 보통 주식을 매입한 후, 동일 종목을 공매도 한다. 그러나 한국에서 공매도가 막히면서 롱숏펀드 자금은 국내 증시를 빠져나갔다.
이 때문에 시장에선 외국인 자금을 다시 국내 주식시장으로 끌어오려면 전종목 공매도를 재개해야 한다는 주장이 팽배했다. 전세계 인덱스펀드가 추종하는 모건스탠리캐피탈인터내셔널(MSCI) 선진국지수에 편입이 불발한 배경 중 하나도 '공매도 금지'다. MSCI는 지난해 연례 시장분류를 통해 한국이 신흥국지수(EM)에 잔류한다고 밝히며, "최근 공매도 금지로 인해 시장 접근성이 제한된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금융투자업계에서도 코스피200, 코스닥150 등 일부종목에만 공매도를 열어줄 경우, 유동성 개선에 큰 효과가 없을 것이라고 본다. 업계 관계자는 "퀀트 헤지펀드는 보통 한번에 800종목을 편입하는데 헷지가 필요하다"며 "공매도 할 수 있는 종목만 담게 될 것이고 결국 나머지 종목에는 펀드 자금이 들어오지 않아 도태될 수 있다"고 말했다.
반대로 공매도가 가능한 대형주에는 공매도 주문이 쏠리면서 변동성을 과하게 키울 수 있다. 이 관계자는 "헤지펀드는 리스크관리 차원에서 변동성이 큰 개별종목을 담지 않는다"며 "일부종목에 집중된 공매도는 글로벌 펀드들의 진입장벽 허들을 높인다"고 설명했다. 즉, 반쪽짜리 공매도 재개는 국내 증시 매력도를 전체적으로 떨어뜨릴 수 있다는 것이다.
한편, 일각에선 전면 재개에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공매도를 이용한 불공정거래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먼저 시장구조 개편이 먼저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금융당국과 거래소는 좀비기업의 신속한 퇴출에 뜻을 모으고 규제를 강화하고 있다. 지난 1월 기업공개(IPO) 및 상장폐지 제도 개선안을 통해 코스피·코스닥 상장폐지 요건을 강화하고 절차를 단축했다. 최근에는 아예 시장구조 개편 논의도 고개를 든다. 정은보 거래소 이사장은 신년간담회에서 "현재의 코스피·코스닥·코넥스 시장을 구조적 측면에서 개편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문제의식에서 정책당국과 거래소가 연구를 시작하고 있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거래량이 거의 없고 재무실적이 바닥인 좀비기업에 대한 공매도가 불공정거래를 유발할 수 있다고 본다. 예를 들어 특정 기업의 미공개된 악재 정보를 먼저 취득한 내부자가 주가 하락을 예상해 시장에서 주식을 빌려 공매도한다. 이후 악재가 시장에 공개된 다음 주가가 하락하고, 이때 내부자는 빌린 주식을 갚으면 차익을 챙길 수 있다. 차입 후 공매도 주문을 낸 것이므로 위법한 공매도는 아니지만 불공정거래로 연결된 셈이다.
윤선중 동국대학교 경영대학 교수는 "공매도는 부정적인 뉴스가 있을 때 시장에 효율적으로 반영될 수 있도록 하는 채널"이라며 "거래가 안되고 재무적으로 영속되기 어려운 기업들에 대한 공매도를 불공정거래 수단으로 이용할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감독당국도 이같은 우려를 인지하고 있다. 금감원은 앞으로 공매도를 연계한 불공정거래 추적에도 역량을 배분할 방침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무차입 공매도를 집중적으로 조사하면서 합법적 공매도 영역의 불공정 거래 연계엔 역량을 쏟지 못했다"며 "전산화시스템으로 데이터가 방대해지면서 합법영역에서 발생하는 이상 거래를 살펴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