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억원 금융위원장이 회계법인들을 향해 감사보수 덤핑 경쟁을 자제하라고 지적했다. 지나친 저가 수임 경쟁이 감사 품질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경고 메시지다.
금융당국은 품질 제고를 위한 감독강화 방안도 연내에 내놓기로 했다. 합리적 이유 없이 표준감사시간보다 적은 시간을 투입한 회계법인에 대해 감사인 감리실시를 검토하고, 당국이 요구하는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는 등록 회계법인에는 실질적인 제재를 가할 예정이다.
이억원 금융위원장, '저가 보수 경쟁' 지적
이 위원장은 31일 서울 여의도 FKI타에서 열린 회계의 날 기념식에서 "우리 회계분야에 대한 시장 평가는 경제 전반에 대한 위상에 비해 상대적으로 많이 미흡하다"고 지적하며 "회계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정부를 비롯한 이 자리에 있는 모든 사람이 각자 맡은 바 책임을 다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위원장은 회계투명성 제고를 위해 보수 인하 경쟁을 자제해달라고 당부했다. 그는 "지나친 저가수임 경쟁은 감사 투입인력과 시간의 감소로 이어져 감사품질을 저해할 수 있다"며 "충분한 인력과 시간을 투입하고, 회계품질을 우선하는 문화가 정착될 수 있도록 노력해달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기업에는 회계 자원을 비용이 아니라 장기적 투자로 바라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발언은 최근 주기적 지정기간이 끝난 기업들이 감사인을 자유 선임하면서 회계법인 간 보수 인하 경쟁이 과열된 데 따른 것이다. 올해 빅4(삼일·삼정·한영·안진) 회계법인의 자유수임 감사보수는 지정감사 때보다 평균 1억1400만원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감사품질 관리 못한 회계법인에 제재 강도 높인다
앞서 열린 회계업계와의 비공개 오찬에서도 금융당국은 감사 품질 제고를 거듭 강조했다. 감사인 평가에서 보수보다 품질 평가 비중을 높이도록 유도하고 감사인 지정방식에서도 품질평가 결과를 더 많이 반영할 예정이다.
합리적 사유 없이 감사시간을 축소한 법인에 대해 감사인 감리를 실시하는 등 감독 강화를 검토한다. 외감법상 등록요건을 위반하거나 품질 관리가 부실한 회계법인에 대한 제재도 강화한다.
기업에 대해서도 감사시간을 과도하게 줄여 회계 부정 우려가 있는 경우 재무제표 심사나 감사인 지정 등 조치를 추진한다. 금융당국은 회계업계·재계·학계가 참여하는 TF 논의를 거쳐 연내 세부안을 내놓을 계획이다.
아울러 별도의 TF를 꾸려 회계부정 제재 강화에 맞춰 조치 대상자의 방어권을 충분히 보장할 수 있도록 제도 개선에 나선다. 제재 사전통지·감리위 운영 절차를 보완하고, 회계기준 해석 차이 발생시 의견 청취 절차도 강화할 예정이다.
한편 이날 업계에서는 회계사 채용난 문제를 거론했다. 금융위가 지난해 공인회계사 합격자 수를 1100명에서 1250명으로 늘린 가운데 회계법인 채용이 급감하며 미지정 회계사가 증가한 상황이다. 올해 선발 규모가 1200명으로 줄었음에도 절반에 이르는 합격자가 수습기간을 보낼 기관을 찾지 못하고 있다.
최운열 한국공인회계사회 회장은 "최근 정체기로 전환되었다는 평가를 받는 회계업계의 인력 과잉공급이 있다"며 "공인회계사 수급정책을 세심하게 살펴달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