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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경협 ABC]①경협·통합 그리고 통일

  • 2019.12.16(월) 14:46

낮은단계 경협 통해 높은단계 통합까지 가야
지금껏 경협은 정치적·미시적 관점서만 진행
경협 전략화 필요…규모·주체별 나누어 접근

여러분이 생각하는 통일은 무엇인가. 단순히 '통일=정치적 통일'로 생각하진 않는가. 현 남북 상황을 고려할 때 정치적 통일은 힘들다는게 지배적이다. 통일비용까지 고려하면 우리 국민 상당수도 정치적 통일을 꺼려할 것이다. 그래서 남북경협을 통한 경제통합이 대안이 될 수 있다. 일각에선 '북핵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한 남북경협도 불가능하다'고 말한다. 하지만 남북관계 경색 분위기 속에서도 남북경협은 끝임없이 고민해야 할 숙제다. 그래야 막상 기회가 올 때 잡을 수 있기 때문이다. 삼일회계법인과 SGI컨설팅이 공동 진행한 '남북경제협력 최고경영자과정'에서 발표됐던 내용을 중심으로 남북경협 노하우를 살펴본다. [편집자]

통일부 자료에 따르면 독일의 통일비용(1991∼2003년)은 1조2800억유로(약 1670조원)에 달한다. 이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 것이 연금, 노동시장보조, 육아보조, 고등교육보조 등 사회보장성 지출로 6300억유로(약 825조원) 규모다. 동독을 서독의 80% 수준까지 끌어올리는 정도만 해도 천문학적 비용이 들어갔다.

그렇다면 남북한 통일 추정비용은 얼마일까. 국회예산정책처는 2026년 통일 시 2060년까지 지불해야 할 통일비용이 2316조원에 달할 것으로 내다봤다. 단순하게 비교해도 독일 통일비용 보다 훨씬 크다.

동·서독과 남북한 인구비율을 살펴보면 통일 추정비용은 더 올라간다. 독일 통일 당시 동독과 서독간 인구비율은 1대3.8 이었다. 하지만 북한과 남한간 인구비율은 1대2 수준이다. 즉 남한 국민 한 명이 감당해야 할 통일비용이 과거 서독 국민 한 명이 감당했던 통일비용 보다 약 2배가 많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또 서독의 명목 GDP는 동독의 9.7배인 반면 남한의 명목 GDP는 북한의 42.5배나 된다. 동·서독 통일 당시와 비교할 때 현재 남북한 경제력 격차가 더 커서 경제력을 맞추는데 비용이 훨씬 클 것으로 추산된다.

이처럼 남북한 간 정치적 통일을 위해선 엄청난 재원이 요구되고, 결국 국민 세금으로 충당되어야 하는 만큼 정치적 통일에 부담감을 느끼는 국민이 늘 수 밖에 없다.

정치적 통일이 힘드니 아무것도 하지 말아야 할까.

이태호 삼일회계법인 남북투자지원센터장은 "정치적 통일은 좀 미뤄두고 북한경제 활성화 차원의 남북경협을 하자는 논의가 나오기 시작한 것이다"고 말했다.

김병연 서울대학교 경제학부 교수도 "정치적 통일을 준비하긴 해야 겠지만 현실적 정책옵션에선 배제하는 것이 맞다"면서 '남북경협-경제통합-통일'의 순서로 가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냈다.

'경협'은 뭐고 '통합'은 뭘까

김병연 교수는 '경제협력'을 개별적 사업 위주의 경제교류로 정의했다. 두 지역 또는 국가 상호간의 경제적 흐름에 관한 전반적 합의없이 개별적인 사업 위주로 진행되는 경제교류(개별적 사업에 관한 합의는 존재할 수 있음)라는 설명이다.

'경제통합'은 두 지역 또는 국가 상호간의 경제적 흐름에 관한 전반적 합의가 존재하며, 그 결과 대상지역이나 국가의 상호 경제적 의존도가 심화되고 제도적 균일성이 증가하는 경제공동체다. 여기서 자유무역지역, 관세동맹, 공동시장, 경제동맹, 완전한 경제통합 등 다양한 형태의 통합단계가 나타날 수 있다. 통합의 예로 EU는 경제동맹과 완전한 경제통합의 중간 정도에 위치하는 것으로 평가된다.

마지막으로 '통일'이란 완전한 경제통합뿐 아니라 정치적으로 단일한 공동체가 되어 하나의 헌법과 공동의 정치제도를 가지는 정치 및 경제공동체를 말한다. 독일의 경우 경제통합와 정치통합이 동시에 이뤄졌다.

김병연 교수는 "남북경협은 북한의 바람직한 변화를 유도하고 북한의 지속가능한 성장에 기여할 수 있다"면서 "이는 남북경제의 시너지 창출뿐 아니라 남북통합에도 기여할 수 있다"고 밝혔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2018년 9월18일 오후 평양 목란관에서에서 남북정상회담 환영 만찬에서 건배하고 있다. 평양사진공동취재단

다만 경협이 높은 단계의 통합으로 이어지기 위해선 북한의 개혁·개방이 필수적인데,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개혁·개방의 의도를 갖고 있지 않다면 현 체제 유지를 공고히 하는 경협만을 선택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다.

또 지금까지의 남북경협은 정치적, 미시적 관점에서만 논의되어온 경향이 많아 아쉽다는 지적이다.

경협 추진하면서 통합단계로 나가야

김 교수는 "기존 남북경협은 사업 중심적, 인프라 중심적이었으며 북한의 필요를 상정하고 해당시점에서 가능한 사업을 설계하는 수준에 그쳤다"면서 "현 정부의 한반도 신경제구상도 여기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아 보인다"고 밝혔다. 이어 "새로운 경협방안을 설계해야 한다"면서 "하나의 경협으로 모든 목적을 동시에 달성하기는 어려운 만큼 경협을 규모와 주체별로 나누어 접근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예를들어 수 조원 이상의 투자비용이 발생하는 대규모 경협은 국제화, 비핵화, 북한개발을 목적으로 정부가 주도하고 대기업·다국가가 개입해 장기적 사업을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설명이다. 여기에 중국, 러시아 등을 끌어들여 북한이 다시 핵개발을 하면 이들 국가가 경제적으로 크게 손해를 보는 구도를 만들면 안전장치가 확보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반대로 북한이 핵개발을 하지 않고 꾸준히 경협을 이어가면 크게 이익을 볼 수 있는 구조를 짜야 한다.

수 백억 이내 투자비용이 발생하는 소규모 경협은 시장화 촉진, 북한 주민과의 직접 접촉 등을 목적으로 민간이 주도하고 중소기업이 개입해 단기적으로 사업을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설명이다.

김 교수는 "지금 상황은 비핵화가 가장 큰 고민이지만 중장기적으로는 사회주의제도를 자본주의제도로 전화시키는 노력, 중진국 수준으로의 경제발전, 단일경제형성을 위한 경제통합까지 고려해야 할 것이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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