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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시절 끝났다'…IT업계에 부는 칼바람

  • 2023.09.19(화) 17:00

팬데믹 특수에 투자·채용 늘렸지만 수익성 '발목'
글로벌 성장 둔화 우려에 곳곳서 희망퇴직 돌입

정보기술(IT) 플랫폼 업계에 구조조정 바람이 본격화하는 모습이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특수를 누리며 공격적인 지분투자와 인력 증원 등으로 외형을 확장했지만 이후 수익성이 악화하면서 제동이 걸린 탓이다. 

이미 업계에서는 규모의 경제나 기술 차별화를 확보하지 못하면 도태될 수 있다는 위기감이 팽배하다. 특히 자본력이 부족한 IT 스타트업들의 구조조정은 성장이 아닌 생존을 위한 움직임으로 보인다.

공격적 투자에 비용부담 확대

여행·숙박 플랫폼 기업인 야놀자와 그 손자회사 야놀자클라우드코리아는 지난 18일 각 대표이사 명의로 전직원에 희망퇴직 안내메일을 보냈다. 4개월치 급여 일시금 또는 유급휴가 3개월을 주는 조건이다. 

수익성 악화가 트리거가 됐다. 야놀자의 올해 상반기 연결기준 매출은 3220억원으로 전년동기보다 33%가량 늘었지만, 같은 기간 영업손익은 284억원 적자를 기록했다.

별도기준으로는 영업흑자 기조를 이어갔으나 계열사의 성적이 좋지 않았다. 야심차게 인수한 인터파크트리플은 207억원, 야놀자클라우드는 150억원의 영업손실을 각각 기록했다. 연구개발(R&D)과 마케팅 투자가 공격적으로 이뤄지면서 비용부담이 컸던 것으로 풀이된다. 

국내 대표 플랫폼 기업으로 꼽히는 카카오도 주력 자회사를 중심으로 희망퇴직을 진행하는 등 구조조정에 한창이다. 먼저 B2B(기업 간 거래) 전문 자회사인 카카오엔터프라이즈는 지난달 사내공지를 통해 희망퇴직을 받았다. 보상책은 퇴직금과 최대 6개월치 기본급, 지원금 200만원이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지난 6월 10년 이상 고연차 직원을 상대로 이·전직을 권하는 넥스트챕터프로그램(NCP)을 실시하며 사실상의 희망퇴직을 진행했다. 이외 손자회사인 엑스엘게임즈, 카카오의 골프 플랫폼 카카오VX도 인력감축에 나섰다. 

국내외 안 가리는 감축…스타트업은 '생존' 문제

특히 자본력이 부족한 IT 스타트업들은 생존을 위해 인원을 줄이고 있다. 경기침체와 투자한파로 최근 이들의 기치는 성장이 아닌 수익성이 됐기 때문이다. 온라인 강의 구독 스타트업인 '클래스101'은 올해에만 두 차례나 희망퇴직을 단행했고, 모빌리티 플랫폼 타다의 운영사 VCNC는 지난 7월 전체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 인원을 모집했다.

유수 외국계 IT 기업들도 허리띠를 바짝 졸라매는 양상이다. 아마존웹서비스(AWS)의 한국지사인 AWS코리아는 올해 5월 권고사직을 단행했고 비슷한 시기 메타코리아도 홍보 등 직군 일부에서 구조조정을 했다. 이에 앞서 구글코리아와 한국 마이크로소프트(MS)도 내부 감원 대상자들에 권고사직을 통보했다. 

이 같은 IT 플랫폼 업계의 고강도 감축은 앞서 팬데믹 특수로 공격적인 투자와 인재 영입으로 기업의 덩치는 커진 데 반해 글로벌 경기침체와 인플레이션으로 수익성은 악화한 상황이 겹친 영향이 크다. 인프라나 인건비 비용 상승을 감당하기 어려워진 것이다. 

강석오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해 하반기까지만 해도 IT 플랫폼 기업들은 특성 사업에서 단기적 성과에 의존하며 수익을 방어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올해 들어서는 성장둔화에 이어 일부 사업에서는 역성장이 수치로 드러났다"며 "각종 산업 데이터를 보면 이들의 사업전략이 지속 가능할지 우려스러운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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