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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 리빌딩]③크루에게도 '은둔'한 이들

  • 2023.12.10(일) 08:30

"터질게 터졌다"…깜깜이 경영쇄신안에 불만
김범수 창업자, 2년여 만에 임직원 만나기로

카카오 노조 크루유니온이 경영쇄신에 크루(카카오 직원)의 참여를 보장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정호 카카오 경영지원총괄의 폭로 외엔 내용이 명확히 공개되지 않은 경영쇄신안에 불신도 드러냈다. 내부 갈등이 고조되자 김범수 창업자는 전 크루를 대상으로 공개 간담회를 진행하기로 했다.

구조조정 때도 반응 없더니…첫 응답이 "활동 말라"

민주노총 화섬식품노조 카카오지회(크루유니온)는 올해 세 차례에 걸쳐 단체행동에 나섰다. 카카오엔터프라이즈를 비롯한 주요 계열사의 구조조정이 이어지자, 지난 7월부터 8월까지 무책임 경영을 규탄하고 고용불안을 해소하라며 두 차례의 집회를 열었다. 또한 지난 4일 경영쇄신에 직원의 참여를 보장하라며 로비 일부를 점거하는 형태의 사옥 내 피케팅(손팻말 시위)을 진행했다. 

카카오는 지난 5일 노조에 공문을 보내 "사내 오프라인 장소나 온라인 전산망을 활용해 노조활동을 할 것이면 사전협의를 거쳐달라"고 요구했다. 노조는 수차례 단체활동 끝에 회사로부터 받은 첫 공식 답변이 노조활동에 대한 탄압이었다며 반발했다.

서승욱 크루유니온 지회장은 본지와 통화에서 "사측으로부터 공식적인 답변을 받은 게 이게 처음이고, 예전에도 피케팅 시위가 있었는데 이런 반응은 처음"이라면서 "내부 구성원들 입장에서는 구조조정이 더욱 큰 문제인데, 구조조정 자체는 별 얘기가 없었다"고 밝혔다.

카카오는 해당 공문과 관련해 "단체협약에서 내부시설을 이용할 때는 사전에 내용을 공유해주기로 되어 있다. 관련 내용을 요청을 드린 것"이라고 해명했다. 노조는 단체협약상 회사 전산망을 통해 전체 직원을 수신인으로 할 경우에만 사전 협의가 필요할 뿐이라며 근거가 부족하다고 비판했다.

서 지회장은 그간 수차례 대화를 요청했지만 경영진이 대화에 소극적으로 참여했다고 꼬집었다. 그는 "노조 활동을 하면서 김 창업자를 만난 적이 없다"면서 "김 창업자는 경영활동에 참여하지 않아 그랬다고 볼 수도 있겠지만, 홍은택 대표 등 다른 대표들도 거의 나오지 않았다"고 질타했다.

'깜깜이' 경영쇄신안으론 무리…소통 나선 김범수

노조는 카카오의 폐쇄적인 경영쇄신위원회 활동에 대해서도 비판했다. 카카오의 경영쇄신안은 '준법과신뢰위원회'의 유일한 사내위원인 김 총괄이 소셜미디어를 통해 폭로하며 알려진 내용이 전부다. 서 지회장은 "경영쇄신안의 내용에 대해 페이스북에 (김 총괄의)글이 올라온 것 외에 공개된 게 없다"면서 "개선하겠다는 내용과 기존 문제점이 엮여 있어서 정확한 쇄신 방향도 나오질 않았다"고 지적했다.

김 총괄의 폭로에 대한 내부 분위기는 어떨까. 회사의 치부를 노출했다며 비판적으로 바라보는 시각도 존재하지만, 일각에서는 오히려 "터질 게 터졌다"면서 후련해하는 반응을 보였다. '외부'에서 온 김 총괄의 파격적인 행보에 제대로 된 쇄신이 이어질 것으로 기대하는 목소리도 적잖다.

익명을 요구한 한 카카오 직원은 "지금의 경영문제는 이미 대부분의 크루들은 어느 정도 알고 있었지만, 한 사람의 직장인으로선 대외적으로 이야기하기 어려웠던 내용"이라면서 "곪고 곪아서 터지다보니 외부 인사인 김 총괄에게 인사권을 준 게 아닌가 싶고, 김 총괄이 이번에 글을 쓰면서 기존의 카르텔과 확실히 선을 긋고 쇄신에 대한 의지를 드러낸 것 같다"고 말했다. 

아직까지 김 총괄의 폭로를 제외하면 직원들의 입장에서는 카카오의 경영쇄신 방향에 대해 가늠할 방법이 전무한 상황이다. 이러한 비판을 의식한 듯 김 창업자가 소통 행보에 나섰다. 오는 11일 카카오 판교아지트에서 임직원들과 ‘카카오의 변화와 쇄신의 방향성 공유’를 주제로 '브라이언톡' 간담회를 열기로 했다. 김 위원장이 임직원과 만나는 자리는 2021년 2월 열었던 창사 10주년 기념 행사 이후 2년여 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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