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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조원' 제대혈 시장, 누가 선점할까

  • 2024.01.04(목) 07:30

저출산 기조에도 제대혈 보관수요 늘어
CAR-NK 등 세포치료제 개발 활용↑
규제완화 움직임에 시장확대 기대

출산율 저하로 한때 사양산업으로 여겨지던 제대혈(cord blood) 시장이 최근 제약·바이오 업계에서 각광받고 있다. 이식·치료 기술이 발전하면서 제대혈 보관 수요가 늘어난 데다, 제대혈 유래 성분을 활용한 세포치료제 연구개발(R&D)도 활발하게 이뤄지면서다.

저출산에도 제대혈 보관수요↑

국내 제대혈 보관시장은 제대혈 이식·치료 기술발전, 마케팅 확대 등에 역대 최저치로 내려간 출산율과 달리 고른 성장을 보이고 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지난 2021년 제대혈 보관건수는 2만1771건으로 전년 대비 6% 증가, 지난 5년(2017~2021년) 중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국내 보관업체의 매출액도 빠르게 늘고 있다. 메디포스트의 제대혈 사업부문 매출액은 2020년 210억원에서 2021년 257억원, 2022년 295억원으로 2년 사이 약 40% 늘었다. 차바이오텍의 제대혈 사업 매출액은 2022년 124억원으로 2년 전보다 74% 증가했다.

제대혈은 신생아의 태반과 탯줄에 들어있는 혈액으로 백혈구, 적혈구 등 혈액세포를 만드는 조혈모세포와 뼈, 근육 등을 형성하는 중간엽줄기세포가 다량 함유돼 있다. 제대혈은 크게 신생아 본인이나 가족 간 질병치료를 위해 보관하는 가족제대혈, 비혈연 간 질병치료나 의학적 연구를 위해 정부예산으로 관리하는 기증제대혈로 나뉜다.

시장이 커지면서 업체 간 경쟁도 한층 치열해지는 분위기다. 차바이오텍은 올해 경기도 판교에 준공 예정인 세포유전자 치료센터 'CGB'에 제대혈을 보관하는 차세대 바이오뱅크를 운영할 계획이다. 센터는 분당차병원과 가까운 거리에 위치해 제대혈 보관 품질을 높이고, 보관부터 이식, 치료에 이르는 원스톱 서비스도 강화될 것으로 기대된다.

차바이오텍 관계자는 "20년 넘게 쌓아온 세포치료제 연구개발 노하우를 바탕으로 제대혈을 보관, 관리하고 있으며 차병원을 통해 이식과 치료를 한 번에 할 수 있는 원스톱 서비스를 갖추고 있다"며 "올해 준공 예정인 CGB에는 글로벌 스탠다드에 맞춰 구축한 바이오뱅크가 들어서 제대혈 사업 확대에 긍정적인 영향이 기대된다"고 했다.

차세대 세포치료제 개발에 활용

제대혈은 이식을 통해 질병을 치료하는 전통적인 방식을 벗어나 최근 차세대 세포치료제로 활발히 개발되는 추세다. 가장 주목 받는 건 제대혈에서 유래한 NK(자연살해세포)를 활용한 CAR(키메릭 항원 수용체)-NK 치료제다. CAR-NK는 '꿈의 항암제'로 불리는 CAR-T 치료제보다 부작용이 적고, 제조비용이 저렴하다는 강점을 가지고 있다.

미 텍사스대학교는 지난 2020년 CD19 항원을 타깃으로 한 제대혈 유래 CAR-NK 치료제(TAK-007)를 혈액암 환자 11명에게 투여한 결과 8명에게서 치료 반응을 확인했다. CAR-T 치료제에서 흔히 발생하는 사이토카인 방출 증후군이나 신경독성 부작용은 보고되지 않았다. 현재 TAK-007은 다국적 제약사 다케다제약이 인수해 미국서 임상 2상을 밟고 있다.

국내에서는 GC셀이 미국 관계사 아티바 바이오테라퓨틱스를 통해 제대혈 유래 CAR-NK 신약 후보물질(AB-101)의 고형암 대상 임상 1·2상을 진행하고 있다. 아티바는 지난 2021년 글로벌 빅파마 머크와 18억8100만 달러(2조5000억원) 규모의 CAR-NK 후보물질 공동개발 계약을 체결하며 관련 기술력을 입증한 바 있다.

메디포스트는 제대혈에서 유래한 줄기세포를 활용한 골관절염 치료제 개발에서 두각을 드러내고 있다. 현재 개발 중인 주요 파이프라인은 무릎 골관절염 치료제 'SMUP-IA-01'로 지난 국내 임상 1상에서 안전성과 관절 기능 개선을 확인하고 현재 임상 2상을 진행하고 있다.

제대혈 규제 완화 분위기…글로벌 시장도 2030년 45억달러 전망

최근 제대혈 활용에 관한 규제 완화 움직임이 나타나면서 국내 제약사들의 연구개발 활동이 더욱 활발해질 전망이다. 홍석준 국민의힘 의원은 작년 11월 '제대혈 관리 및 연구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부적격 제대혈뿐 아니라 적격 제대혈을 연구나 의약품 제조 목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한 게 골자다. 제대혈은 채취 후 검사과정에서 유핵세포 수가 11억개 이상이거나, 감염성 질환에 걸린 경우 부적격으로 판정된다.

또 홍 의원은 제대혈의 사용범위를 기존 연구 및 의약품 제조에서 손상된 세포나 장기를 재생시키는 첨단재생의료 분야로 확대하는 내용을 법안에 담았다.

이처럼 제대혈의 활용 범위가 넓어지면서 시장도 덩달아 커지고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얼라이어드 마켓 리서치에 따르면 글로벌 제대혈은행 시장은 2020년 13억 달러(1조7000억원)에서 연평균 13.3% 성장해 2030년 45억 달러(5조9000억원)에 달할 전망이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제대혈은 백혈병과 같은 악성 혈액질환에서 뇌성마비, 발달장애 등으로 치료 범위가 넓어지면서 전 세계적으로 보관 수요가 증가하는 추세"라며 "윤리적 이슈나 면역 문제로부터 또한 자유로워 세포치료제 개발에 활용하기에도 적합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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