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률형 아이템이 일본 메이플스토리에서 만들어져 우리나라로 들어왔다는 사실, 알고 계신가요? 한국을 거친 이 시스템은 중국에서 대히트를 치고 전세계로 뻗어나갔죠.
확률형 아이템의 요람이었던 일본은 '컴플리트 가챠(뽑기를 반복하면 더 희귀한 상품을 반드시 얻는 확률형 아이템)'를 원천적으로 금지하고 있고, 중국은 아예 미성년자가 확률형 아이템을 살 수 없게 했습니다. 우리나라도 곧 확률형 아이템 규제에 들어갑니다.
'가챠'를 알린 일본 메이플스토리
확률형 아이템의 시작은 일본 메이플스토리입니다. 메이플스토리는 아시다시피 넥슨이 만들었습니다. 2003년 우리나라에서 메이플스토리를 선보인 넥슨은 같은 해 12월 일본에서도 서비스를 시작했습니다.
게임사에서 획기적인 선을 긋는 시도는 일본에서 이뤄졌습니다. 2004년 6월 일본 메이플스토리에 '가챠폰 티켓(Gachapon ticket)'이 등장합니다. 가차폰은 문구점 앞에서 동전을 넣고 돌리면 알 모양의 껍데기에 담긴 상품을 주는 기구를 뜻합니다. 티켓 한 장에 100엔(약 911원)에 팔린 이 아이템으로부터 국내에 '가챠'라는 단어가 유명해졌습니다. 이 시스템은 2005년 국내 메이플스토리에도 적용돼 역수입됐습니다.
중국 젠투(Zhengtu) 네트워크가 2007년 출시한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 'ZT온라인'은 확률형 아이템을 전파한 게임 중 하나로 여겨지고 있습니다. 이 게임은 확률형 아이템 덕에 출시된 해에만 1552만달러(약 208억8681만원)를 벌어들이며 큰 성공을 거둡니다.
이 소식이 알려지자 다른 게임사들도 확률형 아이템을 도입하기 시작합니다. 곧이어 스마트폰 시대가 도래하며 모바일 게임 시장이 빠른 속도로 성장했습니다. 상대적으로 PC 게임보다 제작 과정이 짧아 여러 모바일 게임이 만들어지는 가운데, 모바일 게임에 확률형 아이템을 적용하는 게 대세가 돼 지금에 이르렀습니다.
그렇다면 확률형 아이템이 나오게 된 배경은 무엇일까요. 게임업계 관계자는 "게임이 태동하던 2000년대 초반에는 한국을 포함한 대부분의 아시아권 국가에서 게임을 구동할 PC를 살 수 있던 사람이 많지 않았다"며 "고사양 PC도 사기 어려운데 4만원 이상의 CD 게임을 구입해도 게임을 구동할 수 없으니 게임 판매율이 지금에 비해 낮았다. 그로 인해 게임사가 작품 자체 판매로 얻는 수익은 충분하지 않았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동시에 게임사들은 해적판 유통을 막기 위한 고민이 깊었는데, 이를 근본적으로 해결하지 않고 게임을 무료로 풀어 이용자가 원하는 콘텐츠나 아이템을 사도록 유도했다"며 "이 전략이 확장돼 확률형 아이템으로 이어진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게임사 핵심 수익모델, 이젠 규제대상으로
그렇다면 가장 먼저 도입한 일본은 확률형 아이템을 어떻게 규제하고 있을까요?
일본 의회는 2016년 '경품표시법'을 통과시켰습니다. 이 법은 사행 행위 등을 막기 위해 경품 제공을 규제하는 법입니다. 특히 컴플리트 가챠를 금지했습니다.
컴플리트 가챠는 확률형 아이템을 연속 구매해 특정 조건을 충족한 이용자에게 보상을 주는 시스템입니다. 가령 A 아이템을 100번 이상 구매하면 특정 아이템을 반드시 주는 방식이죠.
중국은 지난해 말 아예 미성년자는 확률형 아이템을 구매하지 못하도록 막는 등의 내용이 담긴 '온라인 게임 관리 방법' 초안을 공개했습니다. 중국 내에서도 게임 산업을 지나치게 규제한다는 의견이 나와 수정 중이지만, 업계는 확률형 아이템에 대한 부정적인 입장을 꾸준히 보였던 중국 정부의 기조가 그대로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유럽은 어떨까요. 영국, 네덜란드, 스페인 등은 자율 규제 방식입니다. 특히 영국과 네덜란드는 지금의 우리나라처럼 자율규제를 통해 게임사가 확률을 공개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예외적으로 벨기에는 유료로 판매하는 확률형 아이템에 도박법을 적용해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있습니다.
모니터링단 24명…이용자 지킴이 뜬다
국내에서도 오는 3월22일부터 게임산업법 개정안이 시행됩니다. 컴플리트 가챠 확률 표시 의무를 비롯해 게임 이용자가 알기 쉽게 게임, 인터넷 등에 아이템 획득 확률을 표시해야 합니다. 이를 어길 경우 징역 2년 이하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받게 됩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게임사가 확률형 아이템 표시 의무 등을 잘 지키는지 확인하는 모니터링단 24명을 꾸렸습니다. 이들은 △게임물과 홈페이지, 광고물에 확률 정보 표시 여부 △확률형 아이템 정보의 검색 기능 제공 여부 △공개 정보를 이용자가 오인할 여부 등을 파악하는 업무를 합니다. 또 게임 내에서 실제로 그 아이템이 확률에 맞게 잘 나오는지도 확인합니다.
모니터링단은 매년 1000개가 넘는 게임을 조사하게 될 것으로 보입니다. 새로운 게임이 나오면 그것도 들여다봐야 합니다. 제한된 예산에서 한정된 인원으로 운영되는 만큼 여러 어려움이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게임 이용자들의 정당한 권리를 보호하는 지킴이 역할을 한다는 사명감을 잊지 않았으면 합니다. 게임산업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서라도 이용자들의 신뢰는 꼭 필요한 것이니까요. 국내에서 확률형 아이템 규제안 얘기가 맨 처음 나왔던 게 2015년이었습니다. 국회를 통과하기까지 8년이나 걸렸습니다. 긴 논의 끝에 시작되는 만큼 모니터링단에 거는 기대가 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