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일리아'의 지난해 글로벌 매출 규모는 약 17조원 규모이며, IQVIA 데이터 기준 국내 매출 규모는 968억원을 기록한 블록버스터 제품이다." (4월29일)
"삼성바이오에피스가 개발한 '아필리부(성분명 애플리버셉트)'는 글로벌 매출 기준 약 12조원 규모의 블록버스터 제품인 아일리아의 바이오시밀러다." (6월10일)
삼일제약이 낸 보도자료입니다. 자세히 보면 불과 한달여만에 아일리아 매출이 17조원에서 12조원으로 줄어든 걸 알 수 있습니다. 아일리아는 글로벌 제약사 리제네론이 바이엘과 함께 개발한 안과질환 치료제입니다. 이번에 국내 특허가 만료되면서 바이오시밀러가 나오게 됐습니다.
주인공은 삼성바이오에피스가 개발한 '아필리부'입니다. 삼일제약이 국내 판매와 유통을 전담합니다. 의욕이 넘쳤던 걸까요? 삼일제약이 삼성바이오에피스의 검토를 받아 지난 4월말 낸 보도자료에는 아일리아의 시장규모를 17조원으로 적었습니다. 이만큼 큰 시장을 공략한다는 자부심 같은 걸 내세우고 싶었던 걸로 보입니다.
하지만 오늘(10일) 언론에 내놓은 보도자료는 달랐습니다. 아일리아의 시장규모를 12조원으로 슬그머니 바꿔서 배포했습니다. 오리지널 의약품을 만드는 경쟁사 매출규모가 한두푼도 아닌 5조원이나 왜 바뀌었는지 한마디 설명도 없었습니다.
사연을 알아보니 나중에 낸 12조원이 맞다고 합니다. 아일리아는 리제네론과 바이엘이 각각 미국과 유럽에서 판매합니다. 리제네론은 지난해 실적을 발표하면서 미국뿐 아니라 바이엘이 담당한 유럽실적까지 포함해 아일리아의 매출을 공개했습니다. 그게 12조원(리제네론+바이엘)입니다.
하지만 이를 간과한 삼일제약이 이 수치에 다시 바이엘의 아일리아 매출(5조원)을 추가하면서 수치가 중복(리제네론+바이엘+바이엘=17조원)으로 계산됐던 겁니다. 실수였다면 곧바로 바로잡고 해명을 했어야는데 그렇게 하지 않았습니다.
그사이 아일리아의 매출을 17조원으로 적은 기사가 숱하게 쏟아졌습니다. 아필리부가 미국 식품의약국에서 허가를 받았다는 소식이 전해진 지난달 21일에도 '17조원'이라는 제목이 붙은 기사가 나가면서 잠시나마 개미들을 심쿵하게 했습니다.
조금더 신중하게 접근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특히 삼일제약은 상장사입니다. 회사가 내는 보도자료는 투자자들의 손익과 직결될 수 있습니다. 특히 다른 것도 아닌 숫자에 오류가 있었다는 건 뼈아픈 대목입니다.
삼성바이오에피스도 사전에 조금더 면밀히 검토했으면 어땠을까요. 비상장사지만 삼성바이오에피스는 글로벌 바이오 기업입니다. 자칫 숫자 하나 챙기지 못하는 기업이라는 흠이 나면 어쩌려고 이런 걸 놓쳤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실수는 누구나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실수를 인정하는 건 아무나 할 수 없습니다. 두 기업이 한달여 전 숫자를 잘못 적어놓고도 이를 밝히지 않고 언제 그랬냐는듯 얼렁뚱땅 넘어가려고 했던건 그런 점에서 더욱 아쉽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