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 신약개발사가 코스닥 시장상장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AI신약개발은 아직 성공사례가 없는 초기단계 기술로 상장을 위해 기술이전, 파트너십 계약 등을 통해 사업성을 입증할 필요가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온코크로스는 지난 1월 한국거래소에 코스닥 상장을 위한 상장예비심사를 청구한 이후 7개월이 넘도록 결과를 통보받지 못하고 있다. 거래소 규정에 따르면 상장예심 기간은 청구일로부터 영업일 기준 45일 이내다.
상장심사는 주로 기업의 재무상태, 사업모델 등에 관해 거래소가 추가적으로 검토할 사항이 있을 때 지연된다. 최근 신약개발사인 지피씨알과 피노바이오는 이 문턱을 넘지 못하고 상장을 자진 철회했다. 두 회사의 상장예심 기간은 모두 6개월을 넘었다.
또 다른 AI신약개발사인 스탠다임은 지난 2021년 기술평가에서 미끄러지면서 상장이 좌절된 적이 있다. 영업이익을 못 내더라도 기술력만으로 증시에 상장(기술특례상장)하려는 기업은 거래소가 지정한 기술평가기관 두 곳에서 일정 수준 이상의 등급을 받아야 한다.
국내 AI 신약개발사들이 이처럼 코스닥 상장에 고전하는 이유는 AI신약개발이 비교적 최근 떠오른 분야로 사업성을 입증하기 어렵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현재 전 세계에서 AI 기술로 개발해 허가를 받은 약물은 없다. 가장 개발이 진척된 약물은 미국에 본사를 둔 인실리코메디슨의 폐질환 치료제 'INS018_055', 리커젼파마슈티컬스의 유전질환 치료제 'REC-4881' 등으로 임상 2상 단계에 있다.
스탠다임은 아직 임상단계에 진입한 물질이 없는 점이 기술평가에서 발목을 잡은 것으로 분석된다. 스탠다임은 현재 30개가 넘는 신약후보물질(파이프라인)을 보유한 가운데 이 중 동물을 대상으로 약효를 평가하는 전임상 단계에 진입한 약물은 전무하다.
온코크로스는 임상시험에 진입한 후보물질('OC514')이 있지만 신기술인 AI신약개발 특성상 사업성 검증에 긴 시간이 소요되는 것으로 보인다.
코스닥 시장에 상장한 유일한 AI신약개발사인 파로스아이바이오는 상장예심 청구 당시 임상시험 단계에 있는 파이프라인('PHI-101')이 있었지만 심사결과를 통보받는 데 6개월이 넘는 시간이 소요된 바 있다.
파로스아이바이오가 그럼에도 심사를 통과할 수 있었던 이유로는 거래소에 명확한 사업성을 제시한 점이 꼽힌다.
파로스아이바이오의 주력 파이프라인인 PHI-101은 지난 2019년 미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급성골수성백혈병 치료를 위한 희귀의약품으로 지정됐다. 희귀의약품은 임상 2상 결과만으로 조건부 허가를 받을 수 있다. 회사는 이 점을 토대로 2025년까지 PHI-101를 조기 상용화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AI신약개발사 한 관계자는 "최근 파두사태 등이 터지면서 거래소에서 AI신약개발사에 기술보다 상업화 부분에 대한 질의를 더 많이 하고 있다"며 "이에 AI신약개발사도 신약후보물질과 자체 개발한 플랫폼으로 창출할 수 있는 수익성 근거를 확보하는 데 힘쓰고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