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나스닥 증권거래소에 이름을 올린 국내 바이오텍(신약개발사)들이 상장 유지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엔케이맥스의 자회사 엔케이젠바이오텍의 주가는 지난 16일(현지시간) 0.8달러(1080원)로 전거래일 대비 4.0% 하락했다. 이 회사 주가는 지난 5일 주가는 1달러 선이 깨진 이후 가장 긴 시간 동안 이를 넘지 못하고 있다.
나스닥 거래소 규정에 따르면 상장기업의 주가가 30일 연속 1달러를 밑돌면 상장폐지 경고를 받는다. 이후 180일 동안 주가가 회복하지 못하면 상장폐지된다.
동아에스티의 자회사 뉴로보파마슈티컬스는 지난해 주가가 30일간 1달러 아래에 머물자 거래소로부터 상장폐지 통보를 받은 적이 있다. 뉴로보파마슈티컬스는 연초 주식을 병합하는 방식으로 위기를 넘겼다.
피에이치파마의 계열사 피크바이오는 지난해 주가가 급락하면서 최소한의 유통주식 수(100만주)를 유지하지 못해 상장폐지됐다. 피크바이오는 지난 2022년 SPAC(기업인수목적회사) 합병을 통해 국내 바이오텍 중 처음으로 나스닥에 상장한 바 있다.
국내 바이오텍들이 이처럼 나스닥 시장에서 고전하는 이유 중 하나는 한국보다 상장요건이 유연하지만 유지 관리에 더 높은 비용이 들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국내에서는 신약개발사가 상장하기 위해 기술이전 등의 성과를 토대로 미래 성장가능성을 입증할 필요가 있다. 최근 미래 추정 실적을 부풀린 의혹으로 주가가 급락한 파두사태가 터지면서 상장기업에 대한 규제당국의 성장성 잣대는 더욱 높아졌다.
이와 달리 나스닥은 국내보다 수익성에 있어 낮은 상장요건을 적용해 성과가 없는 초기 단계 바이오텍도 상장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나스닥에 상장한 국내 바이오텍 중 기술이전 성과를 낸 곳이 없는 것도 진입문턱이 상대적으로 낮았기 때문으로 볼 수 있다. 앞서 피에이치파마의 경우 2020년 코스닥 상장에 미끄러지자 피크바이오를 세우고 나스닥 상장에 나선 사례로 볼 수 있다.
해외 IPO(기업공개) 자문사 관계자는 "전반적으로 투자가치가 있을까 하는 의심이 드는 바이오텍 중에서 국내에서 상장이 어려워 미국을 생각하는 곳이 제법 있다"고 했다.
하지만 바이오텍은 신약개발 사업 특성상 성과를 내는 데 긴 시간이 걸린다. 이 가운데 기술이전 등의 실질적인 성과가 없는 바이오텍은 주가가 단순 기대감만으로 오르는 데 한계가 있고 시장 변동성에 흔들릴 위험도 크다.
특히 스팩을 통해 상장한 바이오텍은 시장에서 가치평가를 제대로 받지 못해 일반 바이오텍보다 상장폐지 당할 가능성이 더 높은 편이다. 미국의 리서치기업 허드슨랩이 지난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SPAC 상장기업 중 미래 지속가능성에 대한 경고를 받은 곳은 44%로 비(非) SPAC 상장사의 2배에 달한다.
여러 어려움 속에서도 국내 바이오텍이 나스닥 상장을 유지하려는 데는 세계 최대 의약품 시장인 미국시장에서 존재감을 드러내기가 상대적으로 유리하다는 판단이 깔려있다. 제약사 한 관계자는 "미국은 세계 최대 시장으로 손 꼽히고 있으며 글로벌 제약사 및 우수한 인재들이 모이는 곳"이라며 "이들과 빠르고 긴밀하게 협력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현재 동아에스티는 뉴로보파마슈티컬스에 주력 신약후보물질(DA-1241, DA-1721)을 기술이전해 현지에서 개발하고 있다. 한독은 2대주주로 있는 나스닥 상장사 레졸루트를 통해 황반변성 치료제(RZ402)를 개발 중이다. 최근 레졸루트는 긍정적인 임상결과를 확인하고 신주발행을 통해 6000만달러(815억원) 규모의 투자금을 추가로 조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