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놀자가 큐텐그룹으로부터 인터파크커머스 매각대금을 받기 어려워지자 담보로 잡았던 큐익스프레스 지분을 취득했다. '티메프 사태' 후 큐익스프레스의 기업가치가 크게 떨어져 담보가치가 크지 않은 만큼, 추가적인 회계상 손실을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미국 나스닥 상장을 앞둔 야놀자로 입장에선 또다른 골칫거리를 떠안게 됐다.
담보로 지분 받았지만…기업가치 '뚝'
10일 야놀자에 따르면 자회사 인터파크트리플은 지난 6일부로 큐익스프레스 주식 982만8245주를 취득했다. 인터파크커머스 매각 미수금을 회수하는 대신 큐익스프레스 지분에 대한 담보권을 실행한데 따른 것이다.
인터파크트리플은 지난해 4월 인터파크 쇼핑·도서사업을 물적분할해 설립한 인터파크커머스를 1871억원에 큐텐에 매각했다. 당시 야놀자는 매각대금 중 미수금 1636억원에 대해 큐익스프레스와 인터파크커머스 지분을 담보로 설정했다. 담보설정금액은 약 2280억원에 달한다.
큐텐그룹 자회사인 큐익스프레스는 싱가포르 기반 물류회사다. 큐텐그룹은 자회사 큐익스프레스의 나스닥 상장(IPO)을 위해 지난해부터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의 심사를 받았다. 큐익스프레스의 기업가치를 높이기 위해 티몬, 위메프를 비롯한 이커머스 기업을 사들이기도 했다. 인터파크트리플은 IPO 가능성을 높게 보고 큐익스프레스 지분을 담보로 잡은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티메프 사태'로 큐텐그룹의 가치가 급락한 데다 큐익스프레스가 나스닥 상장까지 중단하면서 '제값'을 받을 수 있는 상황이 아니게 됐다. 또한 큐익스프레스 재무적투자자(FI)들은 교환사채(CB)를 보통주로 전환하고 새 재무적투자자를 찾아 지분을 매각한다는 계획이다. 이 경우 인터파크트리플이 들고 있는 지분률은 더 희석될 수 있다.
미수금 기대손실률 50% 넘어
미국 나스닥 상장을 앞둔 야놀자에게도 난감한 상황이다. 야놀자는 미수금이 자본유동성에 영향을 미치지는 않는다고 밝혔지만, 상장 전 실적을 내야 하는 상황에서 회계상 손실을 떠안게 됐기 때문이다.
야놀자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회수기일 내 미수금 2095억원에 대한 손실충당금은 약 1188억원으로, 기대손실률은 약 56.72%에 달한다. 광고나 마케팅에 대한 대행미수금이나 매출채권과는 별도로 책정된 미수금은 대부분 인터파크커머스 매각 미수금으로 풀이된다.
지난 1분기 기준 야놀자의 미수금에 대한 기대손실률은 0.03%에 불과했다. 고작 1개 분기 사이에 미수금 중 회수가 불가능하다고 판단한 금액이 급격히 늘어난 셈이다. '티메프' 사태가 발생하고 큐텐그룹의 부도 위험이 커지면서 손실충당금을 빠르게 늘려잡은 것으로 보인다.
야놀자는 올해 상반기 기준 기타의대손상각비로 약 1162억원을 인식했다. 야놀자가 누적 310억원에 달하는 영업이익을 내고도 652억원에 달하는 순손실을 낸 데는 기타의대손상각비 영향이 컸다. 큐익스프레스의 기업가치가 얼마로 평가받느냐에 따라 회계상 손실은 더 늘어날 수 있다. 인터파크트리플 관계자는 "현재로써는 큐텐익스프레스의 기업가치를 추정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