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제약사에 자가면역질환 치료제를 두 차례 이전하면서 주목받은 에이프릴바이오가 항암제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암세포 주변에 축적된 '알부민'을 표적삼아 치료물질을 전달하는 게 차별화 요소다.
에이프릴바이오는 현재 다수의 고형암 치료제를 개발하고 있다. 지난 2022년 유한양행에 고형암 치료후보물질 'APB-R5'를 이전한 이력도 있다. 최근에는 ADC(항체약물접합체)도 개발하고 있다. 내달 미국에서 열리는 학회에서 글로벌 제약사와 기술이전, 공동개발 등의 사업기회를 모색할 계획이다.
에이프릴바이오는 지금까지 두 개의 자가면역치료 후보물질을 한화 약 1조2000억원에 이전하는 등 이 분야에서 특화된 강점을 보여왔다. 항암제의 경우 아직 임상단계에 진입한 물질이 없는 개발 초기단계에 있다.
자가면역질환과 암 치료에 공통으로 적용되는 회사의 핵심기술은 동일하다. 혈액 내에 가장 많이 존재하는 단백질인 알부민에 대한 결합력을 높인 항체절편(Fab)이다.
항체는 크게 항원에 결합하는 항체절편, 면역세포와 상호작용하는 결정화 부위(Fc)로 구분된다. 에이프릴바이오가 Fc를 제거하고 항체절편만으로 항암제를 만드는 이유는 크기가 작아 종양조직에 침투하는 데 용이하고, Fc가 일으킬 수 있는 혈전증 같은 부작용을 피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항체절편은 체내에 오래 머물지 못하는 단점이 있는데 에이프릴바이오는 알부민과 결합력을 높인 항체절편(SL335)을 발굴해 이 문제를 해결했다. 항체절편이 알부민과 결합해 장기간 체내에 머물며 자가면역질환을 보다 효과적으로 치료하도록 한 것이다.
에이프릴바이오가 개발 중인 항암 후보물질이 암세포를 표적하는 작용원리도 알부민에서 찾을 수 있다.
알부민은 암세포가 위치한 종양부위에 정상 세포조직보다 더 많이 축적되는 경향이 있다. 이러한 특징을 활용해 알부민에 세포독성항암제(파클리탁셀)를 붙인 '아브락산'이라는 치료제가 2005년 개발돼 현재까지 암 치료에 쓰이고 있다. 아브락산은 파클리탁셀보다 전달력이 높아 약효가 세고 부작용이 적은 장점이 있다.
에이프릴바이오의 경우 알부민과 결합력을 높인 항체절편에 치료후보물질을 달아 마치 ADC와 유사한 효과를 내는 치료제를 개발하고 있다. 항체절편이 암세포로 치료후보물질을 전달하는 방식이다.
실제 에이프릴바이오는 알부민에 면역조절인자를 붙인 고형암 치료후보물질 APB-BS2가 전임상시험에서 종양부위에 효과적으로 전달되는 것을 확인했다.
글로벌 제약사 중에서 이러한 원리의 항암제를 개발하는 곳으로는 소네트바이오테라퓨틱스가 있다.
소네트바이오테라퓨틱스의 주요 파이프라인은 고형암 치료제로 개발 중인 'SON-1010'이다. 알부민에 특이적으로 결합하는 항체절편(svFV)에 면역조절인자(인터루킨-12)를 붙인 구조로 임상 1상 단계에 있다. 현재 로슈와 손잡고 면역항암제 '티쎈트릭'과 병용투여하는 요법의 임상도 진행하고 있다.
또 다른 후보물질인 'SON-1210'은 알부민 결합 항체절편에 두 개의 면역조절인자(인터루킨-12, 15)를 연결한 약물로 에이프릴바이오가 개발 중인 APB-BS2(CD47, 73 타깃)와 유사한 이중기능 약물이다.
하현수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에이프릴바이오의 플랫폼 기술인 'SAFA'를 적용하면 기존 항체에 비해 분자량이 작아 조직 침투에 유리하며, 알부민과 결합을 통해 종양이나 염증 부위 중심으로 표적 선택성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며 "이를 통해 T세포 인게이저, 이중 항체 ADC 등으로 파이프라인 확장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