융합단백질(항체) 치료제를 개발 중인 국내 바이오기업들이 잇단 기술이전 성과를 내고 있다. 융합단백질 치료제는 서로 다른 역할을 하는 두 가지 이상의 단백질을 결합해 일반 단백질 치료제보다 강한 약효와 긴 약물 지속시간, 낮은 부작용 등의 효과를 구현해 낼 수 있기 때문이다.
에이프릴바이오는 최근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APB-R3'을 미국계 제약사인 에보뮨에 4억7500억달러(6500억원)에 기술이전했다. 지난 2021년 덴마크계 제약사인 룬드벡에 자가면역 치료후보물질인 'APB-A1'을 4억4800만달러(6200억원)에 기술수출한 이후 받은 두 번째 낭보다.
APB-R3은 혈액 안에 존재하는 단백질인 알보민에 결합하면서 면역반응을 조절하는 IL(인터류킨)-18의 작용을 억제하는 원리로 특발성관절염 등의 자가면역질환을 치료한다.
지아이이노베이션은 지난해 자가면역질환 신약후보물질인 'GI-301'의 일본지역 개발 및 판매권리를 현지 제약사인 마루호에 약 2980억원에 기술이전했다. GI-301은 알레르기를 일으키는 면역글로불린과 자가항체 두 곳에 결합하는 방식으로 이들의 작용을 막아 면역반응을 억제한다.
앞서 지아이이노베이션은 지난 2020년 유한양행에 GI-301의 일본을 제외한 글로벌 개발 및 판권을 1조3000억원에 기술수출한 바 있다.
이처럼 바이오기업의 융합단백질 치료제가 국내외 제약사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이유는 일반 단백질치료제보다 약효가 강하고 긴 데다 부작용이 적은 강점이 있기 때문이다.
융합단백질 치료제를 제조하는 과정은 마치 레고 장남감 블록을 조립하는 것에 비유할 수 있다.
항체는 크게 특정 항원에 결합하는 항원결합부위(Fab)와 몸통인 결정화가능부위(Fc), 이 두 가지를 연결하는 힌지로 구성돼 있다. 융합단백질 치료제는 특정 질병 치료에 효과적인 각각의 부분들을 기업이 보유한 라이브러리에서 꺼내와 유전자재조합 방식으로 만든다.
에이프릴바이오는 몸통(Fc) 부위를 제외하고 알부민에 결합하는 항원결합부위에 치료효과를 내는 약물을 붙이는 독자기술을 갖고 있다. 이 기술로 만든 치료제는 체내 반감기가 약 20일에 달하는 알부민과 만나 약물의 지속효과를 늘릴 수 있다. 또 우리 몸의 면역반응을 유도하는 Fc 부위가 없어 관련 부작용도 줄일 수 있다.
지아이이노베이션은 이와 달리 항체의 몸통 양 끝에 힌지와 링커(인공 아미노산 서열)를 붙인 다음, 이곳에 특정 질병에 치료 효과를 낼 수 있는 약물 두 개를 접합한 이중융합단백질 치료제 기술을 확보하고 있다. 특히 10개의 항체몸통과 이곳에 치료약물을 붙이는 데 필요한 각각 41개, 59개의 힌지 및 링커 라이브러리를 보유하고 있는데, 이들을 조합하면 이중융합단백질 치료제를 만들기 위한 총 2만4910개의 뼈대를 세울 수 있다.
융합단백질 기술의 가장 큰 강점은 이같은 확장성에 있다. 각각의 항체 부위를 어떻게 조합하느냐에 따라 융합단백질 치료제는 이중항체나 삼중항체, 때로는 항체약물접합체(ADC)와 같은 기능을 구현해 낼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독일 울름대학교 교수진은 국제학술지인 생화학저널에 발작성야간혈색뇨를 치료하기 위해 3가지 단백질을 결합한 삼중융합단백질의 효능을 나타낸 결과를 게재했다. 이 연구는 이중융합단백질 치료제를 개발 중인 일본계 제약사인 다케다제약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융합단백질은 개발하기 쉬워 보이지만 치료 타깃이 정해지면 구조의 안정성이라던가 상업화 생산성 등 기술 내외적으로 고려해야 할 사안이 많다"며 "융합단백질의 범위가 넓다 보니 회사마다 초점을 두고 있는 분야도 다른 특징이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