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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바이오워치]이중항체 시대가 온다

  • 2024.10.20(일) 11:00

中 아케소, 글로벌 1위 약물 위협
암 넘어 뇌질환 등 치료영역 확대

2개의 표적단백질(항원)에 동시에 결합하는 이중항체 치료제가 글로벌 시장에서 눈부신 활약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최근 전 세계 매출액 1위 의약품인 '키트루다'의 입지를 위협할 이중항체 약물이 나오며 한층 더 주목받고 있는데요.

이중항체는 지난 2014년 암젠의 혈액암 치료제 '블린사이토' 출시 이후 암을 넘어 혈액, 안과 등의 질환으로 치료영역을 빠르게 확장하고 있습니다. 국내 신약개발사도 일찍부터 이 분야에 뛰어들어 뒤처지지 않는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이중항체, 키트루다 꺾었다

중국계 신약개발사인 아케소바이오는 최근 2억5000만달러(3400억원)의 투자금을 조달하는 데 성공했다고 밝혔습니다. 올해에만 두 번의 투자금을 유치하며 현재까지 약 10억달러(1조3000억원)의 현금실탄을 마련했다고 하는데요. 대부분 이중항체 임상개발 과제에 투입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아케소바이오가 대규모 투자를 연달아 유치한 배경에는 지난달 미국에서 열린 세계폐암학회에서 발표한 이중항체 신약후보물질 '이보네시맙'의 임상결과 영향이 컸던 것으로 분석됩니다.

이보네시맙은 두 개의 서로 다른 항원(PD-1, VEGF)에 결합해 면역반응을 활성화하고, 암세포에 영양분과 산소를 공급하는 혈관성장을 억제하는 원리로 작용합니다. 이 약물은 폐암 환자를 대상으로 한 임상 3상에서 환자의 암이 진행되거나 사망할 위험을 49% 더 낮추며 처음으로 키트루다를 뛰어넘는 결과를 나타냈습니다.

눈에 띄는 건 이보네시맙이 PD-1과 VEGF 항원에 결합하는 두 개의 항체의약품(티쎈트릭, 아바스틴)을 병용투여한 것보다 효능이 우수했다는 점인데요. 실질적으로 약효를 개선한 데 이중항체라는 모달리티(약물이 약효를 내는 방법)가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고 해석할 수 있는 지점입니다.

무궁무진한 잠재력

이보네시맙이 항체의약품 2개를 함께 투여한 것보다 우수한 약효를 낸 것은 PD-1과 VEGF 항원이 물리적으로 가까이 있을때 항체와 결합력이 강해지는 성질을 활용했기 때문입니다. 아케소바이오는 "VEGF가 주변에 있을 때 이보네시맙과 PD-1 간의 결합력이 10배가량 강해졌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처럼 서로 다른 두 개의 표적단백질을 물리적으로 연결하는 이중항체의 특징을 활용한 또 다른 치료제로는 T세포 인게이저가 있습니다. 암세포와 면역세포를 물리적으로 연결시켜 보다 정밀한 면역반응을 유도하는 원리로 암젠의 블린사이토, 얀센바이오텍의 '텍베일리' 등이 대표적입니다.

최근 이중항체는 미충족 의료수요가 큰 뇌질환을 치료하는 방향으로도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뇌질환을 치료하기 위해서는 외부물질로부터 뇌를 보호하는 역할을 하는 뇌혈관장벽이라는 성벽을 넘어야 합니다. 로슈는 현재 한 쪽으로 알츠하이머를 유발하는 단백질을 억제하고, 다른 쪽으로는 뇌혈관장벽을 투과하는 이중항체 치료제인 '트론티네맙'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최근 초기 임상에서 경쟁약보다 우수한 약효를 확인했죠.

한국에서는 누가

국내에서도 이러한 흐름에 이중항체 개발에 뛰어든 바이오기업들이 늘고 있습니다. 기술이전이나 원천기술 등의 측면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는 곳은 에이비엘바이오입니다.

에이비엘바이오는 현재 T세포 인게이저를 개발하는 '그랩바디T' 등 3개의 이중항체 플랫폼(기반기술)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이를 토대로 2016년 설립 이후 유한양행, 컴패스테라퓨틱스 등 다수의 국내외 제약사에 이중항체 신약후보물질을 이전한 경험이 있습니다.

지난 2022년에는 글로벌 빅파마인 사노피에 파킨슨병 후보물질인 'ABL301'을 총 계약금 10억6000만달러(1조4000억원)에 이전하는 빅딜을 성사하기도 했죠.

전통제약사 중에서는 한미약품이 중국 현지법인인 북경한미약품을 통해 이중항체 개발에서 성과를 내고 있습니다. 주력 후보물질은 면역항암 후보물질인 'BH3120'으로 현재 국내에서 임상 1상 시험이 진행 중인데요. 에이비엘바이오와 마찬가지로 키트루다와 같은 면역항암제를 병용투여하는 임상연구도 함께 진행하고 있습니다.

국내 이중항체 개발사 관계자는 "이중항체는 기존 항암제로 해소되지 않는 미충족 의료수요를 극복하기 위해 등장했고 이제는 암을 넘어 다양한 질병으로 치료영역을 확장하고 있다"며 "최근 들어서는 이중항체에 단독 항체를 병용투여 하는 등 연구 트렌드도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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