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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바이오워치]구조조정 칼바람이 분다

  • 2024.12.08(일) 10:00

글로벌 제약사 잇단 정리해고
의정갈등에 국내도 안심 못해

글로벌 제약사들 사이에서 정리해고 바람이 불고 있습니다. 주로 사업 포트폴리오 재조정에 따른 조치로 국내 법인도 이 여파로부터 자유롭지 못한데요. 자금력이 부족한 바이오벤처의 경우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고 하죠.

국내에서는 최근 비상계엄으로 악화된 의정갈등이 인적변화를 일으킬 최대 변수로 떠오릅니다. 대형병원 업무가 마비되며 영업, 연구개발 등이 타격을 받으면서 관련 인력 재배치에서부터 상황에 따라서는 감축까지 이뤄질 수 있기 때문이죠.

따뜻한 연말 글렀다

스위스계 제약사 노바티스는 최근 미국 뉴저지주 소재 사무실에 근무 중인 직원 139명을 해고할 계획을 밝혔습니다. 노바티스는 이러한 내용을 11월 말 주정부에 통보했는데요. 이보다 앞서 지난 4월에는 스위스와 미국법인 소속 직원 680명을 해고하기도 했습니다.

현재 노바티스는 사업구조 재조정을 위해 대규모 인력개편 작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한국도 예외는 아닙니다. 한국노바티스는 지난해 연말에 이어 올해 조직개편 과정에서 희망퇴직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브리스톨마이어스스퀴브, 화이자, 머크 등 다른 글로벌 제약사들도 대규모 정리해고를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바이오벤처의 상황은 더욱 심각합니다. 자금은 한정적인데 사업우선순위 조정에 나선 글로벌 제약사로부터 지원마저 끊기고 있어서죠.

특히 인공지능(AI) 기반의 신약개발사의 경우 시장의 기대보다 개발 성과가 지연되면서 여기저기서 정리해고 소식이 들려오고 있습니다. 

이 분야에서 글로벌 선두를 달리는 리커젼 파마슈티컬스는 지난달 비용감축 등을 위해 800여명의 직원을 해고할 계획을 밝혔습니다. 리커젼은 지난 9월 개발 중인 약물의 임상 2상 결과를 발표했는데 약효 측면에서 물음표를 남기며 주가가 크게 빠진 적이 있었죠.

비상계엄, 구조조정 불씨 지필까

해외와 비교해 인력감축에 보수적인 국내 제약사들 사이에서는 아직 구조조정 소식이 들리지 않고 있습니다. 하지만 지난해 인력감원에 나선 제약사들이 실적개선에 성공하는 선례를 남긴 가운데 최근 의정갈등 장기화로 안심하기는 이르다고 하는데요.

지난해 매출액 1조원 규모의 대형 제약사인 GC녹십자에서부터 1000억원대 중견 제약사인 일동제약, 유유제약 등이 실적 악화로 구조조정에 나섰습니다. 유유제약의 경우 올해 3분기 기준으로 전체 직원 수가 전년동기와 비교해 85명(25.1%) 줄어들었는데요.

다행히 이들 기업은 구조조정 이후 실적개선에 성공했습니다.

일동제약과 유유제약은 올해 1분기 연결기준으로 곧바로 영업이익이 흑자 전환했으며 이 흐름을 3분기까지 이어가고 있습니다. 녹십자는 2분기부터 영업이익이 흑자전환하며 연간 흑자전환이 예상됩니다.

/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하지만 아직 안심하긴 이릅니다. 최근 정부의 비상계엄 선포로 의정갈등이 최고조에 치달으며 업계 전반에 걸친 실적악화 불안감이 커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원내의약품(병원에서 처방받는 의약품) 매출비중이 높은 곳은 상황에 따라서는 인력재배치에 이어 감축으로 이어질 수도 있죠.

실제 정부가 계엄을 선포한 다음날인 4일 국내 5대 대형병원(서울대·세브란스·서울아산·삼성서울·서울성모병원)는 1년차 레지던트(전공의)를 모집했는데요. 첫날 지원자는 0명으로 나타났습니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국내 제약사도 글로벌 제약사처럼 앞으로는 사업구조, 연구개발 트렌드 변화에 맞춰 인력을 유연하게 운용할 것으로 보인다"며 "단기적으로는 의정갈등이 더 장기화된다면 인력재조정이나 일부 회사에 따라서는 감축까지 일어날 수 있다"고 조심스럽게 내다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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