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방사성의약품(RPT) 개발사인 셀비온과 퓨쳐켐이 전립선암 치료제 시장에서 맞붙는다. 혈액 속에 주로 존재하는 '알부민단백질'과 결합하느냐를 두고 상반된 전략을 접목한 양사의 주력 파이프라인이 임상에서 어떤 결과를 나타낼지 관심을 모은다.
셀비온과 퓨처켐은 최근 말기 전립선암 치료제로 개발 중인 방사성의약품 'Lu-177-DGUL'과 'FC705'의 임상 2상 중간결과를 나란히 발표했다. 두 회사는 모두 임상에서 긍정적인 결과를 확인해 내년까지 시험을 완료, 식품의약품안전처에 품목허가를 신청한다는 계획이다.
두 약물은 식약처로부터 희귀의약품 지정을 받은 상태로 임상 2상 시험 결과만으로 조건부 승인을 신청할 수 있다.
셀비온과 퓨처켐은 글로벌 제약사에 해당 파이프라인의 기술이전 논의도 진행하고 있다. 이 분야에서는 퓨쳐켐이 한발 앞선다. 한국뿐만 아니라 미국에서도 임상시험을 시행하고 있으며 구체적인 파트너사('HTA')도 정해졌다.
국내외 전립선암 치료제 시장에서 두 회사가 경쟁할 가능성이 높아진 가운데 승부를 가르는 일차적인 요소는 약물의 효능과 부작용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전 세계에서 전립선암 치료제로 허가를 받은 유일한 방사성의약품은 노바티스의 '플루빅토'다. 기존 치료제보다 우수한 약효로 지난해 연 매출액이 약 260% 성장하며 주목받고 있지만 침샘이나 신장 등 정상조직이 피폭되는 부작용으로 여전히 미충족 의료수요가 존재한다.
셀비온과 퓨쳐켐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서로 상반된 개발 전략을 접목했다.
방사성의약품은 방사성 동위원소를 보관한 킬레이터와 이를 암세포에 전달하는 리간드, 이 두 가지를 연결해 주는 링커로 이뤄져 있다. 두 회사의 치료제는 플루빅토와 동일한 리간드('GUL')와 킬레이터('DOTA')를 사용하고 있다. 차이는 링커에 있다.
퓨쳐켐은 링커에 특수한 알부민결합체를 추가해 플루빅토와 비교해 약물이 알부민과 강하게 결합하도록 설계했다. 알부민은 혈액에 가장 많이 존재하는 단백질로 이를 링커와 연결하면 약물의 혈액 내 유지시간(반감기)을 증가시킬 수 있다.
이를 통해 플루빅토보다 적은 용량으로 충분한 약효를 내고 정상세포 피폭 등의 부작용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회사 측은 기대하고 있다.
반대로 셀비온은 링커에 알부민결합 기능을 제거하는 방향으로 치료제를 개발했다. 약물이 알부민과 결합하지 않으면 암세포로 더 빨리 이동하고 체내에 오래 머물지 않아 부작용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두 회사는 최근 발표한 임상 2상 중간결과에서 모두 기대했던 효과를 봤다고 발표했다.
치료제를 투약한 환자 절반 이상이 전립선암 세포에 발현하는 단백질(PSA)이 기존보다 50% 이상 감소한 것을 확인하고, 심각한 부작용은 발견되지 않았다고 했다.
국내 RPT 신약개발사 관계자는 "이를테면 셀비온의 전략은 100㎎의 약물을 몸에서 한 번만 순환시키고, 퓨쳐켐은 50㎎의 약물을 몸에서 2~3번 순환시킨 뒤 배출시키는 것으로 볼 수 있다"며 "방법의 차이로 약효나 부작용 등에서 누가 더 나은지는 최종 임상결과가 나와봐야 알 수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