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본능적으로 주어진 삶을 살기보다 주체적으로 삶을 바꾸려는 갈망을 갖습니다. 그러나 현실을 통제할 수 없기에 이런 갈망은 우리를 힘들게 하기도 합니다. 인조이 속에서 다양한 삶을 경험하며 삶 그 자체가 커다란 선물이며 그 과정 전체가 의미 있는 것임을 나누고 싶습니다."
인조이(inZOI). 다양한 삶 속에서 새로운 이야기를 끊임없이 경험할 수 있는 크래프톤의 첫 인생 시뮬레이션 장르 게임이다. 그리스어로 '삶'을 뜻하는 '조이(ZOI)'에 인(in)을 붙여 삶의 즐거움을 찾아간다.
개인적으로는 올해 '지스타(G-Star)'에서 가장 기대했던 작품이기도 했다. 과거 육성 시뮬레이션의 원조 격인 '프린세스 메이커'로 공주 여럿을 키워냈던 경험에서다. 부산 벡스코(BEXCO) 제1전시관 입장이 시작되자마자 시연 부스로 달려갔다.
다른 오색찬란한 무대들 사이로 파스텔톤의 인조이 부스가 한눈에 들어왔다. 밝은 색상과 오브제로 게임 배경 중 하나인 AR 컴퍼니를 현실에 구현한 것이다.
모니터 앞에 앉아 가상의 이름을 입력하자 앞으로 '내'가 될 아바타를 설정하는 화면이 나왔다. 얼굴, 피부색, 체형, 의상, 액세서리는 물론 연령대와 직업까지 커스터마이징 할 수 있었다. 몇 번 클릭하다 보니 근육량과 네일아트 디자인까지도 선택이 가능했다. 30분이란 한정된 시연 시간이었기에 일단 보이는 대로 클릭을 했다.
이번에는 기질이다. 중재자, 몽상가, 완벽주의자, 사회운동가, 봉사자, 사랑꾼, 인기인, 야심가, 예술가, 개인주의자, 전문가, 탐구자, 협력자, 안전주의자, 모험가, 엔터테이너, 통솔자, 독선자까지 무려 18개 중 하나를 골라야 한다. 안전주의자를 눌렀더니 '성실하고 신중한', '관계에서도 안전과 신뢰를 중시해 가족, 동료, 조직에 대한 충실도가 높다'는 식의 설명이 나왔다.
소망하는 삶도 선택한다. 풍요로운 삶, 평온한 삶, 사랑받는 삶, 성장하는 삶, 자유로운 삶, 도전하는 삶, 지혜로운 삶, 창의적인 삶, 공헌하는 삶, 극복하는 삶 등 10가지나 된다. 평온한 삶을 골랐더니 여기에는 요가와 채식, 식물, 건강, 피아노가 제격이라고 추천까지 해줬다.
"모험가나 중재자, 개인주의자 같은 기질은 세상에 들어갔을 때 내 행동 하나하나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요소예요. 설정한 기질과 원하는 삶이 시너지를 내어서 내 인생을 만들어 갑니다. 굉장히 다양한 옵션이 있기 때문에 하나하나 눌러보면서 선택을 잘 해야 해요."
설정한 기질과 원하는 삶은 인조이 안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된다고 현장 스태프는 설명했다. 요약하자면 이들 요소가 게임 안에서 유기적으로 작용해 내 인생의 방향을 결정한다.
다음은 살아갈 도시와 집을 정할 차례다. 이번 시연에서는 우리나라 도시가 모티브인 '도원'과 미국이 배경인 '블리스베이'만 선택 가능했다. 향후 인도네시아 휴양지를 구현한 차하야 등이 추가될 예정이다.
기자는 탁 트인 바닷가가 보이는 블리스베이에 정착했다. 집도 꾸며야 했지만 다시 한번 한정된 시간을 떠올리며 곧장 밖으로 나갔다. 거리 곳곳의 야자수와 길게 뻗은 오피스 건물이 다소 이질적이었지만 잘 구현돼 있었다. 노면의 질감이나 차도 위 속도제한 표시, 그림자 등 디테일도 상당했다. 해변 모래사장에는 기타를 치며 유유자적하는 사람들도 보였다.
더 많이 보려면 더 빠르게 움직여야 했다. 수동 방향키로는 부족해 4배속 버튼을 눌렀다. 원하는 곳에 바로 갈 수 있을지 알았지만 오산이었다. 예를 들어 출입구를 못 찾으면 제자리만 맴돌기 때문에 직접 출구를 찾아 방향키를 눌러줘야만 헤매지 않고 목적지에 도달할 수 있다.
거리에서 사람을 만나면 인사도 가능했다. 대화를 시도하면 보기창에 4~5개의 말풍선이 나타난다. 재밌는 건 인사말 자체가 아니라 '친절하게', '냉소적으로', '차분하게' 등 인사를 전하는 분위기만을 고를 수 있다는 점이다. 직접 대화말을 쓰고 싶어 스태프에 물었더니 "그런 기능들도 검토하고 있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인조이에서 또 하나 빼놓을 수 없는 건 마스코트 고양이 '프시캣'이다. 인조이라는 가상 세계를 운영하는 '나'는 AR 컴퍼니의 신입 사원이라는 설정에서 프시캣은 내 업무를 도와주고 관리하는 동료다. 언제든 채팅창으로 소통할 수 있다. 다만 인사만 나눴는데도 남은 시연 시간은 1분 남짓이었다.
특히 원하는 삶뿐만 아니라 '예상하지 못한 삶'의 경험도 인조이의 중요한 요소인데 이번 시연에서는 그 근처에도 가지 못했다. 다른 시연자들의 얘기를 들어보니 배가 고파 쓰러지거나 교통사고로 사망하는 경우도 있었다. 시간을 충분히 들여야만 제대로 즐길 수 있는 게임인 건 분명했다.
아쉬움을 뒤로 하고 빨리 자리를 떠야 했다. 현장 대기가 3시간은 기본일 정도로 인파가 넘쳐났기 때문이다. "시연 시간이 너무 짧았다. 출시일이 기다려진다"는 다른 시연자들의 이야기가 와닿았다.
인조이는 내년 3월 28일 글로벌 게임 플랫폼인 스팀(Steam)을 통해 PC 얼리 엑세스(앞서 해보기) 버전으로 시장에 출격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