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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모지 美시장 개척한 국산 신약들, 매출 기대감 'UP'

  • 2025.02.12(수) 08:10

세계 1위 규모 미국 시장서 선전
FDA 승인 신약수 확대, 매출 성장
미국 발판 블록버스터 신약 가능

과거엔 내수에 머물렀던 국산 제약바이오 신약이 글로벌 무대로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세계 의약품 시장 중 가장 큰 규모를 차지하는 '미국'에서 선전하는 기업들이 늘어나고 있다. 미국 시장은 규모가 월등히 큰 만큼 흥행에 성공하면 연간 매출 1조원 규모의 이른바 '블록버스터 의약품'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높다. 미국 시장에서 탄력을 받고 있는 국내 기업들에 기대가 모이는 이유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과거 국산 신약 1호가 등장한 1999년 이후부터 2018년까지 약 20년간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받은 국산 신약은 3개에 불과했다.

LG화학의 항생제 '팩티브', 동아에스티의 항생제 '시벡스트로', SK케미칼의 A형혈우병 치료제 '앱스틸라' 등이다. 하지만 팩티브의 경우 미국 시장에서 크게 빛을 보지 못하고 시장에서 철수했고 나머지 2개 품목은 간신히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최근 5년 사이 분위기가 크게 바뀌고 있다. 이 기간 미국에서 승인을 받고 출시한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의 자체 개발 의약품은 6개에 달한다. 

SK바이오팜의 뇌전증 신약 '엑스코프리(성분명 세노바메이트)'와 수면무호흡증 치료제 '수노시', GC녹십자의 면역결핍증 치료용 혈액제제 '알리글로', 한미약품의 호중구감소증 치료제 '롤론티스' 등이 있다. 국내에서 국산 신약으로 허가받지는 않았지만 대웅제약의 국산 보툴리눔톡신 제제 '나보타(미국 제품명 주보)'와 셀트리온의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짐펜트라'도 주목받고 있다. 

엑스코프리·나보타, 미국 매출 효자노릇 '톡톡'

이 중에서 눈에 띄는 성과를 내고 있는 의약품이 2020년 미국에 출시한 엑스코프리와 나보타이다. 엑스코프리는 작년에 미국에서만 4387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전년 대비 62% 증가한 수치다. 

SK바이오팜은 미국에서 직접 영업·판매하는 직판체계를 통해 90% 중반 수준의 높은 매출총이익률을 기록하며 지난해 영업이익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회사는 올해 엑스코프리의 매출이 최대 4억5000만 달러(6100억원)를 달성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나보타는 지난해 매출액 1864억원을 기록, 전년 대비 27% 성장했다. 나보타 매출 중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 84%에 달한다. 세계 최대 보툴리눔 톡신 시장인 미국에서 미용 보툴리눔 톡신 시장 점유율 13%를 기록하며 2위에 안착했다. 

나보타는 아직까지 미용시장에서만 사용되고 있지만 미국 파트너사를 통해 △삽화성·만성 편두통 △경부 근긴장이상 △위마비 △외상 후 스트레스장애(PTSD) 등 의료시장 진출도 계획하고 있어 미국 매출 확대가 기대되고 있다.

작년 출시한 3개 품목도 美 시장서 선전 기대

녹십자의 면역글로불린 혈액제제인 알리글로는 2023년 12월 FDA 승인을 받고 작년 7월 미국 시장에 나왔다. 녹십자의 작년 4분기 혈액제제 수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거의 두배(93.3%) 증가한 814억원이다.

이 가운데 미국향 알리글로 매출은 수출매출의 절반 가량인 470억~480억원으로 추정된다. 증권가에서는 올해 알리글로의 미국 매출이 지난해 보다 191.9% 증가하고 혈액제제 전체 매출도 지난해 4783억원에서 20% 늘어난 5700억원에 달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작년 3월과 8월 각각 출시한 짐펜트라와 렉라자도 올해 미국 매출이 본격화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짐펜트라는 정맥주사 제형인 바이오시밀러 램시마(성분명: 인플릭시맙)의 피하주사(SC) 제형이다. 

정맥주사는 병원에 직접 방문해야 하고 투약에만 2시간가량이 소요되는 반면 SC제형은 병원 방문없이 자가투여가 가능하고 투약 시간도 5분 이내로 짧다. 투약 편의성 덕분에 먼저 진출한 유럽 시장에서 매년 매출액이 급성장하고 있다. 유럽에서는 제품명 '램시마SC'로 판매되고 있으며 2020년 368억원, 2021년 896억원, 2022년 2369억원 등을 기록했다.

렉라자는 유한양행이 2018년 존슨앤드존슨에 기술수출해 미국 판매액의 10~12%를 로열티로 받는다. 증권가는 렉라자 미국 매출이 올해 3억640만 달러(약 4300억원), 2026년에는 8억1810만 달러(약 1조15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1조원 규모 블록버스터 성장 기회 

국산 의약품이 미국 시장 진출과 확대에 사활을 거는 이유는 시장성 때문이다. 글로벌 의약품 시장 규모는 지난 2023년 약 1조6068억 달러(약 2342조3930억원)로, 이 중 약 40%를 미국이 차지하고 있다. 세계에서 의약품 시장 규모가 가장 크다.

약 30조원 수준인 내수 시장에서는 한 품목의 연간 매출이 1000억원을 넘기기 힘들다. 다만 미국 시장에서는 1조원 규모의 이른바 '블록버스터 의약품'으로 성장할 수 있는 가능성이 충분하다. 

물론 미국은 FDA의 높은 허가 기준과 현지 영업환경 등으로 시장 진출 및 확대가 어렵기로 손꼽힌다. 미국 시장에서의 성공 키는 보험 처방집 등재에 달려있다. 

미국은 사보험 비중이 약 55%, 공보험이 45%를 차지한다. 공보험은 만 65세 이상이 가입하는 메디케어(Medicare)와 저소득층이 가입하는 메디케이드(Medicaid)로 나뉜다. 공보험은 대상 국민에 한계가 있어 사보험 의존도가 높다. 사보험은 보험사별로 사보험처방약급여관리자(PBM) 처방집을 통해 제약사와 처방 가능한 약제 목록을 관리한다.

한 업체 관계자는 "과거에는 미국 의료보험 체계에 대한 이해도가 낮아 영업마케팅 활동에 어려움이 컸지만 지금은 현지 컨설팅 기업을 활용하거나 파트너사를 통해 보험 처방집 등재를 보다 수월하게 진행할 수 있다"면서 "미국 현지에서는 영업기반이 전무한 만큼 시장 진입에 투입해야 하는 비용이 커 초기에는 수익성에서 성과를 내지 못할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 봤을 때 미국은 거대한 시장 규모로 매력적인 시장"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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