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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약의 전화위복]'딱 하나' 있는 여성용 탈모 치료제

  • 2025.02.08(토) 08:01

고혈압치료제 개발하다 다모증 부작용 주목
1988년 세계 최초 탈모치료제 '로게인' 등장

신약 개발에서 중요한 것은 안전성이다. 심각한 부작용이 나타나면 개발을 중단해야 한다. 의약품 부작용을 부정적으로 인식하는 이유다. 부작용이 항상 나쁜 것만은 아니다. 생각하지 못한 효능이 발견되기도 한다. 개발 과정에서 부작용이 나타나 운명이 뒤바뀌거나 또 다른 효능이 발견된 약들의 뒷이야기를 다뤄본다.[편집자주]

나이가 들면 여자들도 젊었을 때 풍성했던 머리카락이 얇아지고 숱이 점점 줄어든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2022년 국내 여성 탈모 환자 수는 약 11만명이다. 전체 탈모 환자의 45%를 차지했다. 

남성 탈모의 대부분은 남성 호르몬에 의한 안드로겐성 탈모가 원인이다. 여성형 탈모 원인은 아직까지 명확하게 밝혀져 있지 않다. 남성 탈모치료제는 다수 개발돼 있지만 남성 호르몬을 조절하는 기전이어서 여성들의 사용은 제한된다.

비오틴 같은 탈모에 도움을 주는 영양제 외에 여성이 사용할 수 있는 탈모 치료제가 딱 하나 있다. 바로 미녹시딜이라는 성분이다. 미녹시딜은 원래 1950년대 미국 제약사 화이자(구 업존)가 궤양치료제로 개발하던 성분이었다. 

그러나 개발 단계에서 궤양에는 큰 효과가 나타나지 않았고 오히려 혈관 확장에 효과가 나타났다. 화이자는 1979년 미국 식품의약국(FDA)로부터 '로니텐(제품명)'을 고혈압 치료제로 승인받았다.

고혈압치료제 개발 중 다모증 부작용 '주목'

나아가 화이자는 미녹시딜을 고혈압 치료제로 개발 하던 중 나타난 다모증이라는 부작용에 주목했다. 머리카락이 많이 빠졌던 사람들이 이 약을 먹었더니 다시 머리카락이 나기 시작했던 것. 

이 부작용을 토대로 화이자는 임상을 통해 탈모 치료 효과를 입증했다. 고혈압치료제였던 미녹시딜 성분은 1988년 '로게인'이라는 제품명의 탈모치료제로 거듭났다. 세계 최초 탈모치료제의 탄생이었다.

미녹시딜은 현재도 세계 탈모치료제 시장 1위를 차지하고 있다. 미녹시딜의 세계 시장 규모는 2023년에 10억9550만 달러(1조6000억원)였으며, 오는 2032년에는 15억9000만 달러(2조3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녹시딜의 개발 전략은 향후 다른 탈모치료제 개발에 차용됐다. 로게인 개발 10여년 후의 일이다. 미국 제약사 머크는 피나스테리드 성분을 전립선비대증 치료제를 개발하던 도중 머리카락이 나는 부작용을 확인했다.

회사는 피나스테리드 성분을 우선 전립선비대증 치료제로 출시한 후 1992년 남성 탈모치료제인 '프로페시아'로도 개발했다. [관련 기사: [신약의 전화위복]탈모약으로 대박난 전립선비대증약]

저혈압 환자는 '경구제' 복용 주의해야

미녹시딜이 탈모 치료에 효과를 보이는 이유는 혈관 확장 때문이다. 미녹시딜은 두피 모세혈관을 확장해 산소와 영양분이 잘 공급될 수 있도록 돕는다.

미녹시딜은 바르는 제형과 먹는 경구제로 나뉘는데 경구제는 병원에서 처방을 받아야 하고 바르는 제형은 약국에서 구입이 가능하다.

다만 경구제의 경우 혈관이 확장되면 혈압이 떨어지기 때문에 저혈압이 있는 경우는 복용에 주의해야 한다. 또 앞서 언급했던 미녹시딜 부작용인 다모증이 나타날 수 있다. 머리카락뿐만 아니라 인중 같은 얼굴 솜털이나 팔, 다리 등 다른 부위의 체모도 두껍고 길어지는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는 얘기다.

실제로 먹는 미녹시딜 부작용 주의사항에는 이 약을 투여받은 환자의 약 80%에서 체모의 성장, 밀집화, 색소증가 등 다모증이 나타났다고 기재돼 있다. 투약을 중단하면 원래되로 돌아가기 때문에 크게 걱정할 사항은 아니다.

바르는 미녹시딜은 남자 보다 여자에게 효과가 더 잘 나타나는 만큼 남성은 5%, 여성은 2~3%인 저함량 제품을 사용하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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