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마트가 지난해 선보인 '일렉트로맨' 캐릭터(사진 = 회사 홈페이지). |
대형마트와 주류업체가 합작해 ‘슈퍼 히어로 소주’를 개발하고 있다. 전국에 저도주 돌풍을 일으킨 무학과 지난해 슈퍼 히어로 캐릭터 ‘일렉트로맨’을 선보인 이마트의 협업이다. 경남을 기반에 둔 무학은 이마트를 활용해 전국 유통망을 추가 확보할 수 있고, 이마트는 슈퍼 히어로 캐릭터 로열티를 받을 수 있다. 윈윈(win-win) 전략이다.
일렉트로맨은 이마트가 지난해 선보인 슈퍼 히어로 캐릭터다. 웹툰 일렉트로맨은 포탈 네이버에서 연재했고, 모바일 게임으로도 출시됐다. 캐릭터 상업화 작업도 병행됐다. 작년 6월 가전전문 매장인 ‘일렉트로마트’를 경기도 고양시에 열었고, 최근엔 일렉트로맨 캐릭터를 활용한 사탕과 빙과류도 출시했다.
문제는 ‘일렉트로맨 소주’의 정체성이다. 관점에 따라 이 제품을 대형마트 PB(Private Brand)로 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자칫 ‘일렉트로맨 소주’가 이마트 PB로 분류되면, 슈퍼 히어로 소주는 탄생할 수 없게 된다.
국세청 주류의 상표사용에 관한 명령위임 고시(제2015-27호) 제 6조에 따르면, 판매자의 명칭 등을 표시함으로써 주류제조자 이외의 자가 제조에 관여하거나 특정업체에서만 판매하는 것으로 소비자가 오해할 우려가 있는 것은 주류 상표에 기재할 수 없다. 이 고시에 따라 그간 대형마트에서 PB 소주나 맥주 제품이 나오지 않았다.
일단 이마트는 ‘일렉트로맨 소주’가 이마트 PB가 아니라고 선을 긋고 있다. 무학이 먼저 요청해왔고, 이 사업의 주도권은 전적으로 무학이 쥐고 있다는 것이 이마트의 입장이다. 무학도 비슷한 입장이다. 무학 관계자는 “이마트 뿐만 아니라 다른 유통 채널과 일선 술집에서도 판매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무학이 수많은 캐릭터를 두고 하필 이마트가 선보인 캐릭터를 택했지 생각해봐야 한다.
무학은 이마트와 협력해 신제품을 출시하게 되면, 대형마트 업계 1위의 주류 매대를 더 확보할 수 있게 된다. 반면 롯데마트나 홈플러스 등 경쟁사 매대 위에 오를 기회조차 잡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일선 술집에서도 참이슬(제조사 하이트진로), 처음처럼(롯데칠성음료) 등의 틈바구니를 비집고 들어가기도 어렵다. 사실상 슈퍼 히어로 캐릭터 옷을 입은 대형마트 PB 소주로 전락할 수 있는 셈이다.
국세청 고시 중 해석의 여지가 많은 대목은 ‘소비자가 오해할 우려가 있는 것’이란 부분이다. ‘오해’란 주관적이다. 이마트와 무학이 협력에 내놓은 소주가 여러 유통채널을 확보하더라도, 주로 이마트에서만 판매된다면 소비자 입장에선 ‘이마트 PB소주’로 오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맥주에도 비슷한 사례가 있다. 롯데마트는 독일 맥주 회사 웨팅어와 손잡고 2012년 국내에 'L맥주'를 출시했는데, 이 제품이 거의 롯데마트에서만 팔리고 있어 일각에선 '롯데마트 PB 맥주' 아니냐는 오해를 사기도 했다.
한 주류 업계 관계자는 “소비자 입장에서 이마트를 상징하는 캐릭터를 사용한 소주는 마치 이마트에서만 파는 것으로 오해할 우려가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결국 최종 판단은 무학과 이마트가 합작한 소주에 위법적인 요인이 없는지 판단하는 국세청의 몫으로 남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