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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째깍째깍 분양가상한제]③재개발·재건축 '진퇴양난'

  • 2019.07.11(목) 16:49

후분양 검토하던 재개발·재건축 조합들 '일단 스톱'
"선분양이든 후분양이든 손해…조합원 갈피 못잡아"
건설업계는 또다시 보릿고개..."주택사업 점점 어려워"

정부가 분양가상한제의 민간택지 확대 적용을 기정사실화하자, 강남 등 주요 재개발·재건축 단지들은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후분양 등으로 빠져나가려 했던 분양가 규제의 망이 더욱 촘촘해질 것으로 보이면서 선분양도 후분양도, 그렇다고 사업 연기도, 철회도 결정하지 못한채 '진퇴양난'에 빠졌다.

분양이 밀리고 신규 수주가 어려워진 건설업계도 '보릿고개'를 예상하며 바짝 긴장하는 분위기다.

◇ '더 센 놈(분양가상한제)'…평당 1000만원 이상 떨어질 수

서울 주요 재건축·재개발 단지들은 분양가상한제에 대응하기 위해 분양 방식, 일정 등을 조율하고 있다. 민간택지에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되며 시세 대비 분양가가 크게 낮아져 조합원 부담이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국토교통부는 지난 2007년 분양가 상한제를 민간택지까지 확대 도입한 당시 상한제 적용 이후 서울의 전용면적 84㎡ 규모의 한 아파트 분양가가 제도 도입 전보다 25% 낮아질 것이라고 추산했다.

이 시뮬레이션 결과를 단순 적용하면 현재 정비사업 단지들의 예상 분양가는 3.3㎡(1평)당 1000만원 이상 내려간다. 분양가 문제로 HUG와 갈등을 빚다 후분양을 검토한 강남구 삼성동 '상아2차'(래미안 라클래시)의 경우 HUG가 일원동 디에이치 포레센트 수준인 3.3㎡당 4569만원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진다.

이 아파트의 분양가가 상한제 적용으로 25% 내려간다고 가정할 경우 일반 분양가는 평당 3426만원으로 떨어진다. 시세와의 격차는 더 벌어진다. 인근에 위치한 삼성센트럴아이파크 전용 85㎡는 평당 매매가격이 8000만원을 웃돌고 있다.

마찬가지 이유로 후분양으로 선회한 '서초구 신반포3차·경남아파트'(래미안 원베일리)의 경우 HUG의 분양가 산정기준에 맞추려면 최근 분양한 단지(디에이치라클라스·3.3㎡당 4892만원)의 100~105% 수준에서 분양가를 책정해야 한다. 4892만원을 기준으로 25% 하락한다고 가정하면 평당 분양가가 3669만원에 불과한데, 인근 아크로리버파크의 시세는 평당 8000만원 수준이다.

익명을 요구한 강남의 한 재건축 조합장은 "분양가가 낮아질수록 조합원들은 추가분담금을 더 내야하기 때문에 내부에서 반발도 많고 그만큼 사업 진행도 어렵다"며 "분양가상한제를 확대 도입하면 선분양이든 후분양이든 손해보긴 마찬가지기 때문에 조합원들도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갈피를 못 잡고 있다"고 말했다.

◇ 선분양이냐 사업 중단이냐

유일한 '규제 탈출구'였던 후분양 카드도 쓸모없어졌다.

HUG의 규제를 피하기 위해 후분양으로 가닥을 잡았던 재건축 조합들은 "일단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강남구 대치동의 '대치쌍용 2차'는 후분양과 잠정 연기를 놓고 고민중이다. 올 하반기 이주 예정인 반포주공 1·2·4주구도 후분양을 검토하다가 사업 중단 얘기까지 나온 것으로 전해진다.

특히 정부가 분양가 상한제 적용 시점을 '관리처분인가'에서 '입주자모집공고'로 강화할 조짐을 보이면서 이미 관리처분인가를 받은 단지들도 분양을 주저하고 있다.

이 경우 강남권 재건축 단지는 물론 여의도 MBC부지에 들어설 브라이튼여의도, 세운3 재정비촉진지구의 힐스테이트세운 등 주요 단지들도 영향을 받게 된다.

이들 단지는 정부의 정책이 확정될때까지 일단 사업을 중단한 상태다.

브라이튼여의도 시행사인 신영 관계자는 "선분양, 후분양 등 어느 한쪽으로 결정된 사항이 없다"며 "일단 오피스텔 분양에 집중하고 아파트는 미뤄둔 상태"라면서 "다방면으로 대응 방안을 검토중"이라고 말했다.

일부 단지에선 '임대 후 분양' 방식도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민간임대아파트는 의무 임대기간이 지나면 가격 제한을 받지 않고 분양전환을 할 수 있다. 사업 시행자로선 선분양에 적용되는 HUG의 분양보증 심사나 후분양까지 포괄하는 분양가상한제를 피할 수 있다.

실제로 '나인원한남'은 지난해 3.3㎡당 6300만원대에 분양하려고 했으나, HUG가 4000만원대를 제시하면서 분양보증신청을 반려해 임대 후 분양을 택했다. 다만 이 역시 어떻게 제도가 손질 될지는 현재로선 가늠하기 어렵다.

◇ 건설사, 보릿고개 넘어 또 보릿고개

재건축·재개발 사업이 미뤄지고 분양이 힘들어지자 건설업계도 울상이다.

직방이 지난 5월 조사한 6월 분양 예정단지는 58개 단지, 총 4만4240가구, 일반분양 3만5507가구였다. 그러나 실제 분양이 이뤄진 것은 29개 단지, 총 2만741가구(43%), 일반분양 1만3578가구(38%)로 애초 분양 계획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서울 지역 주택 인·허가 실적도 지난해 12월 9176가구에서 지난 5월엔 3377가구로 꾸준히 감소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분양가 상한제를 적용하면 건설사 실적에도 직격탄이 될 것으로 보인다.

김기룡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분양가 상승이 제한된 상황에서 공급 축소에 기인한 매출 감소 효과가 향후 건축·주택 실적 둔화 폭을 가중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익명을 요구한 주택업계 한 관계자는 "또 다시 보릿고개가 오고 있다"고 푸념했다. 이 관계자는 "LH 등 공공기관은 정부의 재정 지원을 받지만, 민간 기업은 자체적으로 수익을 창출해야 한다"면서 "갈수록 건설공사지수(인건비·자재비 등)는 올라가는데, 분양가를 마냥 조이면 건설사들의 수익성에도 타격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국토부, 산업부, 과기부 등에서 제시하는 주택 품질 기준이 올라가고 스마트홈, 에너지 절약시스템 등 주택에 적용되는 기술은 나날이 늘어 가는데 분양가는 더 낮추라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며 "주택품질 저하가 불가피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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