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명의 목숨을 앗아간 광주광역시 해체공사 붕괴사고는 계획과 다른 과도한 성토 공사로 인한 '인재'(人災)였던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이 과정에서 불법 재하도급으로 인한 저가공사 등 원도급사인 HDC현대산업개발의 현장관리 총체적 부실이 있던 사실도 밝혀졌다.
이에 정부는 불법하도급 처벌수준 강화와 인명피해 발생 시 처벌대상도 확대 적용하는 등 해체공사 붕괴사고 재발방지 방안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국토교통부 광주 해체공사 붕괴사고(광주 학동4구역 주택재개발 정비사업) 중앙건축물사고조사위원회(사조위)는 지난 6월9일 광주 재개발 현장에서 발생한 해체공사 붕괴사고에 대한 조사결과를 9일 이같이 발표했다.
사조위는 건축구조‧건축시공‧법률 등 분야별 전문가 10명으로 구성됐고 붕괴사고 발생의 명확한 원인규명을 위해 사고 이틀 후(6월11일)부터 조사 활둉을 시작했다. 현장조사와 관계자 청문, 문서검토를 비롯해 재료강도 시험과 붕괴 시뮬레이션 등을 통해 사고경위와 원인조사를 실시했다.
이번 사고는 계획과 달리 무리한 해체방식을 적용했던 것이 주된 원인으로 확인됐다.
사고 과정을 보면 건축물 내부 바닥 절반을 철거한 후 3층 높이(10m 이상)의 과도한 성토(흙을 쌓아)를 해 작업 하던 중 1층 바닥판이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파괴됐다.
이로 인해 지하층으로 성토가 급격히 유입됐고, 상부층 토사의 건물전면 방향 이동에 따른 충격이 구조물 전도붕괴의 직접원인이 됐다는 설명이다. 이 때 살수작업 지속과 지하층 토사 되메우기 부족 등 성토작업에 따르는 안전검토 미비와 그 외 기준 위반사항도 조사됐다.
이 뿐 아니다. 해체계획서 부실 작성‧승인, 공사현장 안전관리와 감리업무 미비는 물론 불법 재하도급 계약에 따른 저가공사 등이 간접 원인으로 작용했다. 공사 관계자의 해체계획서 작성‧검토‧승인도 형식적 이행이었거나 이마저도 하지 않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또 감리자와 원도급사의 업무태만, 불법 하도급으로 인한 당초 대비 공사비 16% 삭감 등도 공사 중 안전관리 미비의 원인이 된 것으로 드러났다. 이 사업장의 원도급사는 HDC현대산업개발이다.
이에 사조위에서는 사고원인 분석결과에 따라 해체계획서의 수준을 높이고 관계자의 책임 강화, 불법 하도급 근절과 벌칙규정 강화 등 재발방지방안을 제시했다.
구체적으로는 해체계획서 작성 매뉴얼 등을 통해 계획서 수준 편차를 최소화하고 해체계획서 작성‧검토 시 해당분야 전문가 참여가 필요하다.
해체감리자 감리일지 등이 누락되지 않도록 하고 허가권자의 현장점검 등을 통해 공사현장 관리‧점검이 실효성 있게 이뤄질 수 있도록 개선하는 한편 해체계획서 작성자와 감리자 등에 대한 교육을 실시해 기술자로서 안전의식을 높인다는 방침이다.
불법하도급에 대해서는 처벌수준을 강화하고, 특히 인명피해가 발생하면 처벌대상을 확대 적용해 자발적 불법 재하도급 퇴출을 유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게 사조위의 주장이다.
이영욱 사조위 위원장(군산대 교수)은 "위원회에서는 이번 사고조사 결과발표로 피해 가족과 국민들이 붕괴사고 원인을 납득하는데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며 "최종보고서는 분석된 조사결과 등을 정리하고 세부적인 사항을 보완해 약 3주후 국토부에 제출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흥진 국토부 국토도시실장은 "사조위에서 규명된 사고조사 결과와 재발방지대책 TF에서 논의한 사항을 토대로 해체공사 안전강화방안을 마련했고, 내일 당정협의를 거쳐 발표할 것"이라며 "빠른 시일 내에 관련 제도를 제‧개정하고 현장에 적극 반영해 유사한 사고가 재발하지 않도록 개선하겠다"고 강조했다.
한편 광주 해체공사 붕괴사고는 재개발구역 내 5층 건물이 해체공사 중 도로변으로 전도돼 정차 중이던 버스 안 승객 9명이 사망하고 8명의 부상자가 발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