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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락가락' 양도세, 규제 풀어주려다 매물 잠길라

  • 2021.12.07(화) 06:40

1주택자 비과세 기준 상향에도 시장 잠잠
문제는 다주택자…규제완화 '오락가락'
내년 대선도 변수…'버티자' 분위기 커져

다주택자 양도소득세(양도세) 규제 완화 여부를 두고 정부와 여당이 '이랬다 저랬다'하는 사이 주택시장 한파가 더욱 거세질 분위기다. 

현재 1가구1주택자에 대해서만 규제 완화가 확정됐지만 추가로 다주택자까지 규제가 풀릴 수 있다는 기대감이 나오면서 일단 버티자는 분위기는 더욱 강해지고 있다. 내년 대선도 변수가 될 수 있어 시장의 매물잠김 현상은 더욱 심화할 것이란 우려다. 

/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1주택자 숨통 트여도 "안 팔아"

1가구 1주택자에 대한 양도세 비과세 기준을 상향 조정하는 내용을 담은 소득세법 개정안이 지난 2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개정안은 지난 2008년 이후 9억원으로 유지됐던 비과세 기준을 13년만에 12억원으로 올린 게 골자다.

이로써 급등한 집값에 세금 부담이 커져 이사 등 갈아타기에 어려움이 있었던 실수요자들이 부담을 덜 수 있게 됐다. 12억원이 넘는 집을 팔더라도 비과세 기준이 높아지면서 세금이 줄어들게 된다. 

그럼에도 주택시장엔 여전히 냉기가 도는 분위기다. 세제 완화가 1주택자에 국한된 데다 대출 규제 강화까지 겹치면서 추가 수요가 붙지 않아서다. 더군다나 양도세 완화 시행의 시점도 불확실해 주택 소유자들의 관망세가 점점 짙어지고 있다. 

이미 주택시장은 매도우위시장으로 접어들었다. KB부동산에 따르면 11월29일 서울 아파트 매수우위지수는 59.9로 지난 2019년 6월17일 이래로 지난 2년5개월 사이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이 지수가 100미만이면 팔 사람이 살 사람보다 많다는 뜻이다.

이같은 현상은 서울뿐만 아니라 전국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지난주 전국 아파트 매수우위지수는 65.3, 수도권은 61.7로 전주 대비 각각 2.5포인트, 2.0포인트 낮아졌다. 

윤수민 NH농협은행 부동산전문위원도 "이번 1주택자 양도세 기준 상향은 대상 자체가 제한적이다 보니 일부 갈아타기 매물 정도만 나올 뿐 전반적으로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미미할 전망"이라며 "오히려 대출 규제가 심하고 대선이 얼마 남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에 1주택자 중에서도 더 지켜보자는 분들이 많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주택자 '버티면 된다'?…매물 가뭄 이어지나

여기에 여당이 뒤늦게 다주택자 양도세 규제완화를 검토하고 나서자 이번엔 정부가 제동을 걸면서 정책 혼선이 되풀이되고 있다.

이달 2일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시장 불안을 초래할 수 있다"며 양도세 완화에 반대했고, 같은 날 박수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한 방송사 유튜브 채널에 출연해 "다음 정부에서 검토할 문제"라며 선을 그었다.

이는 곧 다음 정부에서 세제 정책이 변화할 가능성을 내비친 것이기도 하다. 시장에서도 이같은 실랑이를 규제 완화 조짐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두성규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대선을 앞두고 여당이 표심을 얻기 위해 규제 기조를 바꾸려는 움직임을 보인 게 규제 완화 기대감으로 번지고 있다"며 "아울러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는 거래세 완화 검토를 예고하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까지 국토보유세 철회를 언급하는 등 전반적으로 규제 완화를 향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가장 큰 변수인 내년 대선이 코앞으로 다가오자 '일단 버텨보자'는 관망세가 짙어지고 있다. 내년 대선에 종부세, 양도세, 취득세 등 대대적인 세제 정책 변화가 걸려있기 때문이다. 

이에 다주택자뿐만 아니라 규제가 일부 완화된 1주택자까지도 집을 내놓지 않으면서 가뜩이나 심각한 '매물 잠김' 현상이 더 두드러질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6일 기준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올해 1~11월 누적 기준 서울 아파트 매매거래량은 4만685건으로 전년(7만3645건)보다 크게 줄었다. 세제 강화 등 부동산 규제에 따라 최근 5년간 1~11월 누적 아파트 거래량은 2017년 9만6534건, 2018년 8만10건, 2019년 6만5452건 등으로 감소세다. 

두성규 선임연구위원은 "종부세 등 보유세 부담이 굉장히 높아졌기 때문에 거래세에서 출구전략을 마련해주지 않으면 매물 잠김 현상이 심화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 규제 완화를 기다리며 대선 때까지 매물을 내놓지 않고 관망하는 분위기가 우세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여경희 부동산114 수석연구원은 "어떻게 될지 모르는 상황에서 지켜보자는 움직임이 더 늘어날 수도 있기 때문에 정부에서 빨리 결정해주지 않으면 매물잠김이 심화할 것"이라며 "내년 3월 대선 기대감이 있기 때문에 매수·매도자들은 대선까지 버티다가 과세기준일인 6월 전에 움직일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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